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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라보고서] 커져가는 일본 디플레이션 압력
[노무라보고서] 커져가는 일본 디플레이션 압력
  • 오태헌/ 노무라연구소 서울지
  • 승인 2002.10.2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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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주식시장의 시름이 깊어가고 있다.
시장은 부실채권 처리문제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 기대했다.
하지만 닛케이 평균 주가는 연일 거품 이후 최저치를 경신했다.
향후 시나리오를 전혀 예측하기 어려운 가운데 디플레이션 압력은 예상 밖으로 큰 것처럼 보인다.
결국 고이즈미 정권의 최대 과제는 부실채권 처리가 가져올 디플레이션 압력을 완화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고이즈미 총리를 포함해 정부 각료들은 이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듯하다.
특히 경제산업성은 2002년도 추가예산 편성은 필요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고, 고이즈미 총리도 초점이 되고 있는 30조엔 규모의 국채 신규발행에 대해 굳게 입을 다물고 있다.
그러나 현재 상태가 계속될 경우 일본 경제가 과연 침몰하지 않고 버틸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우려는 자민당뿐 아니라 경제계에도 적지 않다.
대표적 사례를 중소기업 문제에서 찾을 수 있다.
대형 시중은행의 부실채권 가운데 약 70%는 중소기업 채권으로 알려져 있다.
경제산업성은 은행에 대해 주주자본이익률(ROE) 혹은 총자산이익률(ROA) 등의 수익목표를 부여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
문제는 은행의 이익률 추구는 대출금리 인상과 직결되는 사안이라는 점이다.
디플레이션 환경에서 중소기업은 소폭의 금리인상에도 도산하는 경우가 많다.
일본 기업 가운데 99%가 중소기업이다.
어떠한 안전망도 정비하지 않은 채 금융시스템 건전화만을 추구한다면 중소기업 도산이 증가해 실업자가 늘고 소비가 위축될 것이다.
나아가 디플레이션 압력이 더욱 강해지는 악순환에 빠질 가능성도 있다.
일본 전체의 산업구조를 개혁한다는 목표 아래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한 기업 도산 급증 사태를 용인한다 치더라도 뒤따를 실업자 증가, 소비위축 대책은 반드시 필요하다.
직접 대책으로는 고용보험 기간 연장 이외에도 소득세, 법인세를 대담하게 인하하는 방안을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일본 정부는 내년에 1조5천억 정도의 기업 관련 세금감면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과연 그 정도로 디플레이션 압력을 경감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사회 전반에 걸쳐 만연하고 있는 미래에 대한 불안을 줄인다는 의미에서 새로운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구체적 계획을 제시하는 것도 중요하다.
고이즈미 정권은 현재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대담한 규제완화를 바탕으로 ‘구조개혁특구’ 창설을 계획하고 있으나, 규모를 둘러싸고 다양한 의견을 조율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러한 방법으로 새로운 산업을 육성해 경제활성화를 도모하겠다는 것은 곤란하다.
고이즈미 정권이 두터운 규제의 틀에서 벗어나 경쟁을 촉진해 경제를 활성화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이지 않는 한, 일본 국민의 불안감은 쉽게 가시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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