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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씽크머니] 약세장 서바이벌 비법
[씽크머니] 약세장 서바이벌 비법
  • 이정환 기자
  • 승인 2002.10.2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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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이 망가져도 솟아날 구멍은 얼마든지 있다.
두달 만에 1538.09%의 수익률을 올린 이준수씨를 보자. 이씨는 지난 7월29일부터 9월27일까지 열렸던 동양종합금융증권 수익률 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이씨는 한달에 20번 정도 주식을 사고 판다.
20번 가운데 18번 정도는 수익을 내고 2번 정도는 손해를 본다.
한번 주식을 사고 팔 때마다 기대수익률은 3%. 더 오를 수 있을 것 같으면 욕심을 부리기도 하지만 수수료를 떼고 3% 정도 벌면 미련없이 털고 나온다.
투자금액은 3천만원 정도다.
몸놀림을 가볍게 하려면 투자금액을 크게 가져갈 필요가 없다.
종목을 고르면 투자금액과 그동안 얻은 수익을 모두 한종목에 집어넣는다.
이른바 ‘몰빵’ 전략이다.


얼추 계산해보자. 3%씩 18번이면 누적수익률이 무려 70.24%가 된다.
두번의 실패를 감안하더라도 한달 수익률이 50%는 충분히 넘는다는 이야기다.


이씨의 성공비결은 간단하다.
3%라도 확실하게 먹을 수 있는 종목을 골라 과감하게 몰빵을 지른다.
불확실한 상한가보다 확실한 3%를 쫓겠다는 전략인 셈이다.
그렇다면 문제는 역시 종목을 고르는 데 있다.
이씨는 요즘같이 엉망인 시장에서도 “가는 종목은 간다”고 말한다.
이씨의 오피스텔에는 커다란 칠판이 걸려 있다.
칠판에는 날짜별로 종목 이름과 뉴스거리가 빼곡하게 적혀 있다.
띄엄띄엄 얼추 20개 종목 정도 된다.
이를테면 이런 식이다.



17일 대동스틸 실적

19일 대웅화학 순익 600% 증가

20일 동해전장 사상 최대의 실적

22일 으뜸저축은행 흑자전환 발표

25일 휴먼컴 영화계약

30일 진성티이씨 전화

31일 삼아약품 신제품 출시 호재



20일에 동해전장이 사상 최대의 실적을 발표할 것이라는 정보를 미리 알고 있으면 돈을 벌기는 정말 쉽다.
19일 오후나 20일 아침에 일찌감치 동해전장 주식을 사놓고 뉴스가 나오기를 기다리면 된다.
가끔은 뉴스가 나오기도 전에 주가가 움직일 때도 있다.
이씨는 뉴스가 나오든 나오지 않든 주가가 움직인다 싶으면 재빨리 3%만 먹고 빠져나온다.
뉴스거리만 확실하다면 주가가 조금 빠지더라도 뚝심있게 버틴다.


“대단한 정보는 아닙니다.
조금만 신경을 쓰면 누구나 찾을 수 있는 정보들이죠. 상반기에 실적이 좋았던 회사는 웬만하면 3분기에도 실적이 좋습니다.
그런 회사는 3분기 실적이 발표되는 날이 주가가 오르는 날이죠.”

이런 정보를 알아내려면 가끔 연기력이 필요할 때도 있다.
먼저 회사에 전화를 걸어 도대체 장사를 어떻게 하길래 주가가 이 모양이냐고 마구 소리를 지른다.
한바탕 소리를 지르고 나서는 5만원일 때 사서 10분의 1토막이 난 지금까지 들고 있다고 하소연을 늘어놓는다.
최대한 불쌍하게 보여야 한다.
그러다가 3분기 실적발표는 언제쯤 하느냐고 넌지시 묻는다.
잘 모르겠다고 하면 언제쯤 집계가 끝나느냐고 물었다가 그때쯤 다시 전화를 건다.
이야기가 통하면 주가를 끌어올릴 만한 새로운 뉴스는 없느냐고 캐물어도 좋다.
그렇게 대충 통화를 하고 나면 분위기를 알아챌 수 있다.
고약한 주식 담당자들도 불쌍한 개인투자자들에게는 거짓말을 안 한다.


정보를 활용하는 방법은 여러가지다.
어떤 회사가 코스닥에서 거래소로 이전하겠다는 발표를 내보내면 주가가 반짝 뛰어오른다.
이사회에서 결의될 때 한번 뛰어오르고 몇달 뒤 주주총회에서 결정이 날 때 또 한번 뛰어오른다.
뉴스를 잘 챙기고 주주총회 날짜만 기억해둬도 3% 정도 먹기는 굉장히 쉽다.
모든 뉴스를 읽고 끊임없이 주식 담당자들과 전화통화를 해야 한다.
그렇게 하면 한달에 100개 종목 정도는 쉽게 골라낼 수 있다.
그 가운데 정말 확실한 것만 20개를 골라낸다.


이씨는 한때 주식투자로 모든 재산을 말아먹고 빚쟁이들에게 쫓겨다닐 때도 있었다고 한다.
오죽하면 보험금을 타내려고 지나가는 승용차에 뛰어들기까지 했을까. 그런 이씨도 욕심과 조급함을 버리고 나니 마음이 편해졌다고 한다.
크게 먹기보다는 3%라도 조금씩 안정적으로 수익을 내기로 전략을 바꿨다.
그래서 이제는 빚도 다 갚고 한달에 웬만한 남들 1년 연봉만큼 번다.


“신풍제약이 오늘부터 발기부전 치료제를 판매합니다.
보세요. 날짜만 잘 챙겨도 돈 벌기는 정말 쉽습니다.
다른 개미 투자자들처럼 무턱대고 들어가 오를 때까지 마냥 기다리는 게 아니라 저는 오를 때를 노려서 들어갔다가 재빨리 팔고 나옵니다.
” 이씨를 만났던 그날 신풍제약은 과연 1만4500원에서 1만6200원까지 뛰어올랐다.
이씨는 그날 신풍제약만으로 10%가 넘는 수익을 냈다.


선물옵션 시장에서는 김병웅 우리증권 선물옵션팀장의 수익률이 단연 돋보인다.
우리증권 선물옵션팀은 지난 4월부터 9월12일까지 5개월 동안 20억~30억원의 운용자금으로 약 114억원의 수익을 냈다.
같은 기간 우리증권 전체의 순이익은 125억원이다.
김 팀장이 우리증권을 먹여살린다는 이야기도 결코 우스갯소리는 아닌 셈이다.


김 팀장은 짐작했던 것보다 훨씬 겸손한 사람이었다.
김 팀장이 털어놓는 매매 기법은 너무 간단했다.
선물옵션을 모르는 사람도 쉽게 이해할 수 있을 정도다.


“코스피200지수가 20일 이동평균선을 밑돌 때는 개장 동시호가 때 시초가로 팔았다가 마감 동시호가 때 종가로 산다.
20일 이동평균선을 웃돌 때는 개장 동시호가 때 샀다가 마감 동시호가 때 판다.


김 팀장이 이렇게 말하면 사람들은 선뜻 믿지 않는다.
이렇게 쉬운 방법으로 어떻게 돈을 벌 수 있겠느냐고 되묻는다.
김 팀장은 자료를 보여줬다.
과거 자료를 들춰보면 이 방법대로 선물을 사고 팔았을 때 지난 1999년에는 240일 거래일 동안 누적포인트가 101.45포인트가 된다.
1포인트에 50만원을 곱하면 수익이 된다.
선물 1계약의 증거금으로 넉넉잡고 800만원을 걸고 시작한다면 1년 뒤에 5072만원을 벌 수 있었다는 이야기다.
같은 방법으로 2000년에는 80.15포인트, 4007만원. 2001년에는 39.35포인트, 1967만원을 벌 수 있었다.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없다.
그냥 추세에 올라타기만 해도 수익은 난다.
벌 때도 있고 잃을 때도 있지만 결국 벌 때가 훨씬 많다.
크게 추세매매의 강점이다.
확률이 50%를 조금만 웃돌아도 그 확률을 누적하면 수익은 엄청나게 불어난다.
그러나 보통 선물이나 옵션에 뛰어든 개인 투자자들은 자기가 더 싼 가격에 살 수 있고 더 비싼 가격에 팔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면서 추세를 거꾸로 가는 실수를 저지른다.
결국 추세를 따르고 확률을 따지기보다는 시장 분위기에 휩쓸려 흘러다니게 된다.


알바트로스라는 필명으로 활동하고 있는 선물옵션 전문가, 성필규 비엔비아이닷컴 이사도 비슷한 전략을 세운다.
성 이사는 아침 시초가를 중요하게 본다.
원칙은 역시 간단하다.
“시초가가 깨지면 매도쪽으로 방향을 잡고 시장가가 지켜지면 매수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또 5일 이동평균선 아래쪽에서는 고점 매도, 5일 이동평균선 위쪽에서는 저점 매수를 노린다.


성 이사는 이런 기본원리를 바탕으로 ‘로직’을 만들고 그 로직에 따라 기계적으로 매매를 한다.
물론 그때 그때 상황에 따라 전략은 달라질 수 있지만 로직을 크게 벗어나지는 않는다.
주관적 판단은 철저하게 배제한다.
그는 50억원 규모의 펀드를 운영하고 있다.
성 이사는 로직을 공개하지는 않았다.


흔히 주식에서 돈을 잃으면 선물로 옮겨가고 선물에서 돈을 잃으면 옵션으로 옮겨간다는 이야기를 한다.
그렇지만 선물옵션 시장이야말로 주식시장보다 훨씬 냉정한 투자자세가 요구되는 곳이다.
흐름을 따라잡지 못하고 그때 그때 변덕에 따라 우왕좌왕하다가는 그나마 얼마 남지 않은 밑천마저도 쪽박을 차게 된다.
그러나 약세장에서도 수익을 내려면 선물옵션 투자를 병행하는 것도 하나의 전략이다.
요즘처럼 시장이 암울할 때 선물옵션 시장에는 오히려 기회가 넘쳐난다.
시장이 과매도로 치닫고 있으면 과감하게 반대방향으로 모험을 걸어도 좋다.


모험이 싫다면 서울대투자연구회의 투자전략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대학생들이라고 우습게 봐서는 안 된다.
결코 만만치 않다.
서울대투자연구회가 세운 원칙은 철저한 가치투자다.
이들은 넥센타이어나 디피아이, 신영와코루, 동방아그로, 다함이텍 같은, 많이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탄탄한 실적 기반을 갖추고 있는 기업들을 찾아내 투자한다.
모두 순이익증가율과 배당수익률이 깜짝 놀랄 만큼 높은 회사들이다.
이런 회사들은 다른 회사들 주가가 마구 빠지는 동안에도 상대적으로 주가 움직임이 안정적이다.
서울대투자연구회가 발굴한 LG가스나 SK가스 같은 회사들은 지난 몇달 동안 종합주가지수가 30% 가까이 빠지는 동안에도 오히려 주가가 뛰어올랐다.
다른 종목들도 하락률이 상대적으로 작다.
서울대투자연구회가 운영하고 있는 VIP펀드의 수익률은 올해 1월2일을 기준으로 현재 105.42%에 이른다.


최준철 서울대투자연구회 회장은 지금이야말로 가치투자에 나서야 할 때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실적이 꾸준한 종목들은 분기보고서가 발표될 때마다 더욱 주목을 받게 될 겁니다.
기업의 배당수익률이 높은 종목은 주가가 떨어질수록 수익률이 커지는 안전판 역할을 해줍니다.
배당은 순간순간의 시장 가격에 흔들리지 않고 제 가치를 인정받을 때까지 기다릴 수 있게 하는 투자자의 보루입니다.


가치투자를 이야기하면서 프랭클린템플턴투자신탁운용을 빼놓을 수는 없다.
프랭클린템플턴투자신탁운용은 지난 2000년 롯데칠성과 롯데제과, 태평양 등 가치주를 발굴해 대박을 터뜨리면서 가치투자의 성과를 증명해 보였다.
다른 펀드들도 뒤늦게 가치주 투자에 뛰어들었지만 그때는 이미 주가가 오를 만큼 오른 뒤였다.
최근 들어 수익률이 많이 깎이긴 했지만 템플턴그로스펀드5의 지난 1년 수익률은 43.25%에 이른다.
아직도 다른 펀드들에 조금도 뒤지지 않는다.


“우리는 주가가 아무리 빠져도 손절매를 하지 않습니다.
주가가 빠지면 오히려 물타기를 하죠. 펀더멘털에 견줘 주가가 싼가 비싼가를 따지고 적정주가에 다다를 때까지 고집스럽게 주식을 들고 갈 뿐입니다.
” 오성식 상무의 이야기다.
최근 자금이 빠져나가면서 물타기까지는 못했지만 아직도 가치투자의 원칙은 그대로다.
오 상무는 당장 몇달 뒤를 보지 말고 장기적으로 이길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라고 말한다.
결국은 가치투자만이 해답이라는 이야기다.


시장의 움직임에 따라 생각없이 흔들리는 투자자들은 결코 약세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흐름을 따라가되 휩쓸리면 안 된다.
자기만의 원칙을 가지고 위기 가운데 기회를 찾는 투자자들만 달콤한 수익의 열매를 맛볼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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