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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기사1. 기술적 지표 3인방의 매력
관련기사1. 기술적 지표 3인방의 매력
  • 이경숙 기자
  • 승인 2002.10.2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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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대로 주가가 쌀 때 우량주를 사들였다고 자부했던 이숙영(30·가명)씨는 증권계좌 잔고평가액을 보고는 시무룩해졌다.
수익률은 76%. 24%를 손해봤단 이야기다.
1년 이상 장기 투자할 생각으로 묻어두고 잊으려 했지만, 종합주가지수보다도 더 크게 떨어진 수익률을 보면 못내 아쉽다.
분산 투자를 위해 내수주와 수출주, 경기방어주와 경기민감주를 골고루 골라내고 종합주가지수가 700에서 750 사이일 때 차근차근 사들였는데도 지수조차 따라잡지 못한 것이다.


더 안타까운 점은 이젠 주식을 사고 싶어도 살 돈이 없다는 것이다.
주식투자를 위해 떼어둔 돈을 몽땅 주식으로 바꿔놓은 탓이다.
30만원 아래로 내려간 삼성전자 주가를 보면 적금이라도 깨서 주식을 사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지만 불안정한 경제여건을 보고 있자면 차마 투자위험을 높일 용기가 나지 않는다.
‘700대에서 투자금을 몽땅 주식에 쏟아붓지만 않았어도…. 800까지 갔을 때 현금화만 해뒀어도….’

이런 이가 어디 이씨뿐이겠는가. 종합주가지수 700~800대에서 주식을 샀던 개미투자자들은 요즘 벙어리 냉가슴을 앓고 있다.
10월10일 주가 급락 때 기관투자자들이 삼성전자 등 우량주를 손절매하고 큰손들이 그것을 받아먹는 것도, 지수가 584에서 644로 60포인트나 급등하고 삼성전자가 27만3500원에서 30만7500원으로 3만4천원이나 뛰어오르는 것도, 이들은 그저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수밖에 없었다.



현금 있다면 약세장은 기회의 장


투자전략가들은 그래서 ‘현금화도 투자’라고 강조한다.
시장이 어떻게 움직일지는 신도 모르는 일이다.
만약을 대비해 투자자금 일부를 현금으로 갖고 있으면 어떤 상황에도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
특히 선물, 옵션 투자에 익숙하지 않은 개인투자자들한테 현금은 유용한 위험 관리 수단이다.
주식의 현금화는 주가가 더 떨어질 땐 손실을 줄여주고 주가가 반등할 땐 주식 매수 기회를 준다.


현금화의 제1수칙은 수익은 확정하고 손실은 고정하는 것이다.
대우증권 투자정보부 조재훈 팀장은 “지금처럼 변동성이 큰 장, 악재와 호재에 호들갑스럽게 반응하는 장에선 수익은 적당하게 보고 손실은 일정 수준에서 잘라내야 투자 위험을 줄일 수 있다”고 말한다.
수익을 더 내려다가 반락을 맞을 수도 있고 손실을 좀더 감내하려다가 더 큰 급락세에 휘말릴 수도 있다.


수익을 잘라내는 것보다 더 어려운 것은 손실을 잘라내는 것이다.
종목을 살 땐 다들 ‘언젠가는 오를 종목’이라고 여기고 사들이기 때문에 상황이 바뀌었음을 인정하고 주식을 팔기란 쉽지 않다.
따라서 손절매 기준은 반드시 세워두는 것이 좋다.
전문 투자자들도 투자스타일에 따라 손절매 기준을 세워둔다.


예컨대 단타매매자들은 주가가 3~5% 정도만 떨어져도 바로 팔아버린다.
반면 가치투자자들은 20% 이상 떨어져야 비로소 매도를 검토한다.
조 팀장은 “사람에 따라 투자 목적과 자금 상황이 다르므로 손절매 기준 등 투자원칙도 다를 수밖에 없다”며 “자신한테 맞는 투자원칙을 정해놓아야 자의적 해석 없이 냉정하게 판단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일단 현금을 들고 있다면 지금 같은 약세장은 기회의 장이다.
이럴 때 베타(β)계수를 이용하면 포트폴리오를 손쉽게 구성할 수 있다.
한누리증권 이영원 수석연구원은 “4월 이후 6개월 동안 주가가 과도하게 하락했다고 판단한다면 베타계수가 1보다 높은, 즉 시장보다 민감한 종목을 사야 더 높은 수익을 거둘 수 있다”고 말한다.
반대로 조정장, 약세장이 더 지속될 것이라고 본다면 베타계수가 1보다 낮은 종목을 사는 것이 좋다.
그런 종목은 대내외 악재에 강해 지수보다 견고하게 주가를 지켜낼 수 있다.


베타계수는 이격도, 주가등락률과 함께 보는 것이 좋다.
이격도가 높다는 건 최근 주가가 추세대로 쭉 가고 있다는 뜻이고, 이격도가 낮다는 건 최근 주가가 추세를 벗어나고 있다는 뜻이다.
주가등락률이 높은 종목은 주가의 오르내림이 그만큼 크고 주가등락률이 낮은 종목은 주가가 안정적으로 움직인다.


베타계수가 높아도 주가등락률이 낮고 이격도가 높으면 지수 상승 때 주가가 탄력적으로 튀어오르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베타계수가 낮아도 주가등락률이 높고 이격도가 낮으면 지수 하락 때 주가 방어가 힘들 수 있다.


이 세 지표로 지수 상승기에 삼성전자보다 투자매력도, 지렛대(레버지리) 효과가 높은 종목을 찾아보자. 베타계수와 주가등락률은 삼성전자보다 높고 이격도는 삼성전자보다 낮은 종목은 삼성전자보다 시장에 민감하면서 주가도 많이 빠진 상태다.
따라서 지수가 상승할 때 주가가 삼성전자보다 튀어오를 가능성이 높다.
시가총액 20위권에선 LG카드, 삼성전기, LG전자, 기아차, 현대차, 조흥은행, 삼성SDI, 신세계가 그러한 종목이다.



기술적 지표, 펀더멘털과 함께 봐야


아무리 유용한 지표라 해도 맹신은 금물이다.
LG카드와 삼성SDI, 현대자동차는 지표로만 보면 삼성전자보다 투자매력이 높아야 마땅하다.
그러나 한양증권 서형석 선임연구원은 고개를 젓는다.
카드시장은 가계대출 증가, 현금서비스 한도제한 문제와 맞물려 성장성과 안정성에 의문이 높아지고 있다.
TFT-LCD 시장은 IT 경기 회복 속도가 예상보다 더뎌지면서 거북이걸음으로 성장하고 있다.
자동차시장은 내수와 수출이 동시에 위축되고 있는 상황이다.
과연 이 세종목이 삼성전자보다 투자매력이 높을 수 있을까, 의심해볼 만하다.


이런 지표들은 매매시점을 파악하는 데는 유용할지라도 매매종목을 판단하는 기준으로는 미흡하다.
서 연구원은 “반드시 개별종목의 악재 여부나 업황부터 파악한 뒤에 지표를 보라”고 말한다.
업황이나 기업실적이 좋지 않아 시장지수보다 큰 폭으로 주가가 빠졌을 경우, 지수가 상승해도 주가 상승이 그에 따라가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리저리 따져보면 역시 펀더멘털만큼 유용한 지표는 없다.
베타계수 같은 기술적 지표는 매매시점 결정에 참고하는 보조지표일 뿐이다.
하지만 배가 크게 흔들릴 땐 적당히 흔들림에 편승해야 중심을 잃지 않는다.
시장 변동성이 클 때 기술적 지표는 균형점을 찾는 데 유용한 도구가 되어줄 것이다.







*용어설명*




베타(β)계수

종목의 주가가 시장 지수에 비해 얼마나 민감하게 움직이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베타계수가 0.9~1.1이면 종합주가지수와 거의 똑같이 움직이는 종목이다.
1.1 이상이면 지수보다 민감하게, 0.9 이하이면 지수보다 덜 민감하게 주가가 움직이는 종목이다.
더러 베타지수가 마이너스(-)로 나오는 종목도 있는데, 그것은 주가가 지수와 거꾸로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이격도

주가가 이동평균선과 얼마나 떨어져 있는가를 나타내는 지표다.
일반적으로 20일 이동평균선에 대한 이격도가 많이 쓰인다.
이격도가 100%인 것은 주가가 이동평균선에 도달했다는 뜻이다.
이격도가 110%일 땐 단기과열 상태로 매도를, 90% 이하일 땐 단기침체 상태로 매수를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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