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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방인터뷰] 송태준 / 한신평정보 사장
[탐방인터뷰] 송태준 / 한신평정보 사장
  • 글 백우진 기자
  • 승인 2002.11.0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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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신용평가정보의 발걸음이 분주하다.
부쩍 커진 해외투자자들의 관심에 부응하기 위해서다.
송태준(54) 한신평정보 사장은 5월 뉴욕과 홍콩에서 기업설명회(IR)를 열었고, 10월8일부터 14일까지 뉴욕, 시카고, 샌프란시스코 등 미국 5개 도시를 돌며 IR를 벌였다.
11월 하순엔 홍콩에 다녀올 예정이다.


해외 투자자들은 한신평정보의 개인신용평가(Credit Bureau) 사업에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
외국인은 5월 이전에는 1%가 채 안 됐던 지분을 20% 이상으로 늘렸다.
송 사장은 “머지않아 개인신용평가가 개인과 금융회사간 거래는 물론 부동산 매매와 취업 등에도 필수적 기초자료로 활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송 사장은 크레딧뷰로 사업의 매출 전망을 내년 150억원, 2004년엔 이보다 두배 이상인 344억원으로 잡았다.
크레딧뷰로에 힘입어 전체 매출 증가세에도 다시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고 있다.
“크레딧뷰로 사업이 본격화하는 2004년엔 올해보다 두배 가까운 1016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순이익은 119억원을 낼 수 있습니다.




크레딧뷰로는 은행, 신용카드사, 할부금융사 등으로부터 개인의 신용 관련 정보를 받아 데이터베이스(DB)로 가공해 종합적 개인신용도를 평가하고 제공하는 사업이다.
금융회사들은 크레딧뷰로한테서 개인의 신용점수 등을 제공받아 여신 규모나 거래승인 여부 등을 결정하는 데 활용한다.
금융회사로서는 정확한 개인신용평가를 통해 부실채권을 줄일 수 있고, 소비자는 신용도가 높을수록 금리 등에서 더 우대를 받게 된다.


한신평정보는 2월 국내에서 처음으로 크레딧뷰로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한신평정보 컨소시엄에는 2월에 16개, 8월에 17개 금융회사가 가입했다.
한신평정보는 5월말 종래의 대출정보와 신용불량정보에 단기연체 등 정보를 추가한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어 9월말에는 개인식별정보 서비스를 개시했다.
이는 이사 등으로 바뀐 고객 정보를 정기적으로 알려주거나 신규 고객을 식별하도록 하는 서비스다.
10월 중순부터는 부분적 개인신용평점 서비스에 들어갔다.
한국신용정보는 이에 맞서 9월에 37개사가 참여한 컨소시엄을 출범하고 11월부터 개인신용평점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한신평정보의 강점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우리는 이미 5년 전부터 미국식 크레딧뷰로를 미래의 전략사업으로 선정해 깊이 연구해왔습니다.
미국의 3대 크레딧뷰로 업체를 모두 접촉한 뒤, 2000년 12월에 트랜스유니언과 제휴를 맺었어요. 트랜스유니언은 개인신용평가 모델을 개발하기 위한 기술을 주고, 호주와 멕시코 등의 크레딧뷰로 성공사례도 제공하게 됩니다.
우리는 또한 신용평가 사업을 자회사로 분사해, 회사의 모든 역량을 신용정보업에 집중할 수 있어요. ”



크레딧뷰로에는 얼마나 투자하십니까?

“기초적 작업까지 거슬러 올라가면 이미 10년 전부터 준비를 해왔기 때문에 투자가 많이 필요하지는 않아요. 앞으로 3년 동안 80억원 정도 투자할 예정입니다.
이 자금은 주로 개인신용정보 자료를 가공하는 데 들어갑니다.


컨소시엄 참여업체들이 보유하고 있는 정보를 제공하기 꺼려하지 않나요?

“일부 업체는 소극적이었어요. 보유한 정보가 많은 신용카드 회사 등은 “주는 것에 비해 받을 게 적다”며 정보 제공을 주저했죠. 하지만 고객이 많을수록 합리적 기법으로 신용위험을 관리해야 하기 때문에 더욱 정보를 공유해야 합니다.


대부업체도 추가로 참여하게 되나요?

“기존 컨소시엄 참여업체들이 대부업체와 정보공유를 기피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대부업체끼리 고객의 신용정보를 공유하는 쪽으로 갈 겁니다.
제1금융권 및 제2금융권과 정보공유는 차츰 이뤄지도록 할 계획입니다.



개인이 자신의 신용상태를 점검하려면 어떻게 하면 됩니까?

“인터넷을 통해 우리 회사가 운영하는 사이트 www.creditbank.co.kr에 접속하면 본인 확인을 거쳐 자신의 신용상태를 조회할 수 있습니다.
약간의 연회비를 부담하면 본인 신용상태의 변동상황을 수시로 확인하는 프리미엄급 서비스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는 98년 8월 신용평가와 정보판매를 별도 회사로 분리했다.
“신용평가와 정보판매는 다른 사업영역이고, S&P나 무디스처럼 신용평가만 해야 평가에 대한 신뢰를 높일 수 있어요.” 한신평정보는 무디스와 각각 90%와 10%의 지분으로 한국신용평가를 설립했다.
무디스는 지난해 한신평 지분 40%+1주를 더 취득해 한신평을 함께 경영하고 있다.
한신평은 지난해 50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한신평정보의 다른 계열사인 KIS정보통신은 신용카드 결제를 대행하는 부가가치통신망(VAN) 사업자다.
올해 10억원의 순이익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KIS정보통신은 카드VAN 사업자간 경쟁이 치열해짐에 따라 휴대전화 결제와 전자금융쪽으로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올해 경영실적은 어떻게 전망하시나요?

“우리 회사는 지난 수년간 매출을 연 30~50%씩 빠르게 늘려왔습니다.
하지만 올해 매출 성장은 15% 정도에 그칠 것으로 예상합니다.
올해 매출은 약 530억원, 영업이익은 지난해보다 약 15% 많은 48억원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순이익은 지난해 92억원에서 올해엔 48억원으로 큰 폭 줄어들 것으로 봅니다.
지난해 순이익은 한신평 지분 매각으로 커졌습니다.
매출 성장세 둔화는 매출의 60% 이상을 차지해온 채권추심 사업이 새로운 모멘텀을 모색하는 중이기 때문입니다.
기존 통신채권을 중심으로 한 추심 영역을 은행과 신용카드 등으로 확대하고 있어요. 내년부터는 채권추심 사업의 구조전환이 성과를 나타내고 크레딧뷰로에서도 본격적으로 수익이 발생하면서 다시 30% 이상 매출을 늘릴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한신평정보의 매출은 99년 222억원에서 지난해 466억원으로 2년 새 두배 이상 성장했다.
매출 급성장은 채권추심 사업부문의 호조에 힘입었다.
채권추심은 부실채권과 외상매출 채권을 회수해주고 수수료를 받는 사업. 지난해 전체 채권추심 시장규모는 3500억원, 통신채권추심 시장은 500억원으로 추정된다.
한신평정보는 통신채권추심에서 지난해 27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지만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점차 몫이 줄어들 전망이다.
한신평정보는 이밖에 기업정보와 신용정보 판매로 매출을 올리고 있다.



현재 지분 구조와 대주주와의 관계를 말씀해주시죠.

“최다 출자자는 다우기술과 계열사로, 28.3%의 지분을 갖고 있습니다.
다우기술은 최다 출자자이지만 경영에는 관여하지 않고 있어요. 2대주주는 9.54%의 지분을 매집한 미국계 펀드 스탠다드퍼시픽캐피탈입니다.
10월 들어서는 세계 2위 재보험사인 스위스리가 5.68%를 매입했죠. 외국인 투자자 지분이 20%를 넘습니다.
외국 기관투자자들은 매입한 주식을 2~5년 장기보유할 것이라는 뜻을 밝혔습니다.



그는 경제관료에서 경영인으로 변신에 성공한 것으로 평가된다.
그동안 많은 일을 잘 풀어왔지만, 어려움이나 실패에 빠진 적도 있지 않을까? 송 사장은 98년 KIS정보통신을 분사할 때 노조의 반대를 무마하는 일이 힘들었다고 말했다.
“설득할 수 있는 부분은 최대한 대화로 풀었지만, 내보낼 사람은 내보냈어요.”

실패사례로는 98년부터 신용등급을 엄격하게 매긴 것을 들었다.
“IMF 경제위기를 계기로 신용평가의 신뢰성에 대한 문제가 제기된 데 대응해 신용평가를 정상화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2000년까지 3년 동안 신용등급을 까다롭게 줬습니다.
그러자 기업들이 다른 회사로 신용평가를 의뢰했습니다.
” 급기야 신용평가 시장에서 10년 넘게 점유율 1위를 지켜온 한신평이 3위로 떨어졌다.
“시장을 주도할 수 없고, 비즈니스는 시장 환경과 함께 가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습니다.


송 사장은 정부와 시장의 관계로 화제를 돌렸다.
“경제관료 시절 소비자보호 등 업무를 추진한 데 보람을 느낍니다만, 당시 소명의식에 젖어 비효율을 낳지는 않았는지 자문하곤 합니다.
” 그는 정부는 민간이 하는 일을 지원하고 장애요인이 있으면 덜어주는 역할에만 충실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장을 끌고나가려고 하면 마찰과 비효율이 빚어집니다.
공무원들은 스스로 우월하다고 생각하고, 시장을 선도하는 역할을 맡고 싶어하지만 그럴 수 없어요. 경제의 주체는 민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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