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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카드 업계 화려한 날은 가고
[비즈니스] 카드 업계 화려한 날은 가고
  • 장승규 기자
  • 승인 2002.11.0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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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년간 실적호조로 각광받아온 신용카드사들이 과다한 출혈경쟁, 높은 연체율, 수수료 인하 압력 등 3중고에 빠져 위기를 맞고 있다.
업계 3위인 국민카드는 3분기 순이익이 2분기보다 57.8% 줄어든 447억원으로 나타났다.
외환카드는 3분기에 297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아직 3분기 실적을 발표하지 않은 다른 카드사들도 실적이 악화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4분기 영업전망은 더 비관적이다.
올해 초 신용카드 규제강화로 돌아선 정부의 정책기조가 바뀌지 않는 한 뚜렷한 돌파구를 찾기 어려워, 카드사들은 어느 때보다 힘든 겨울을 나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10월15일 금융감독원은 카드사 사장들을 불러 과당경쟁을 계속할 경우 제재가 불가피하다고 경고했다.
금감원은 △주유 대금 카드 결제시 리터당 30~100원 할인 △백화점 세일기간에 구매액의 10%까지 상품권 지급 △대학 등록금 결제시 가맹점 수수료 면제 △무이자 할부판매 6개월까지 인정 등을 구체적 과당경쟁 사례로 들었다.
한국여신금융협회 주관하에 ‘공정경쟁을 위한 자율결의’를 추진한다는 정부방침에 따라 카드사 관계자들은 몇차례 모였으나 의견 조율이 쉽지 않다.
한국여신금융협회 관계자는 “금감원이 제시한 4가지 사례를 논의했다”며 “카드사들도 출혈경쟁을 바라지 않지만 일부 업체가 앞서가면 따라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최종안 마련까진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카드사들은 정부 방침에 따라 내년 말까지 현금서비스 비중을 전체 매출액의 50% 이하로 줄여야 한다.
어떤 식으로든 신용매출을 늘려야 하는 처지인 것이다.
급상승하고 있는 연체율도 골칫거리다.
9월말 현재 LG, 삼성 등 9개 전업 카드사의 평균 연체율은 9.2%였다.
지난해 말 5.8%에 비해 크게 높아진 것이다.
외환카드(17.5%), 동양카드(12.0%), 국민카드(10.2%) 등은 연체율이 이미 10%대를 넘어섰다.
은행 겸영 카드사의 9월말 평균연체율은 11.19%에 이른다.
9월부터 500만원 이상 대출정보를 공유하게 된 카드사들이 연체 가능성이 높은 회원의 한도를 대폭 축소해 ‘돌려막기’가 불가능해진 탓에 연체자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외환카드 관계자는 “연체자들이 자신들이 갚아야 할 부채인데도 어떻게든 버티면 해결된다는 생각을 하는 것도 문제”라며 “주말이나 오후 9시 이후에 독촉전화를 못하게 하는 등 정부에서 ‘도덕적 해이’를 조장한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연체율은 올해 말과 내년 1분기를 고비로 안정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원종 LG경제연구소 연구원은 “정부의 강력한 규제정책이 조기경보 역할을 할 것”이라며 “내년 하반기부터는 연체율이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심규선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도 “연체 급증 요인이 사라지는 내년 1분기 이후 안정세를 찾아갈 것”이라며 “그러나 대부분 은행 대출이 불가능한 사람들이 현금서비스를 이용한기 때문에 연체율이 크게 낮아지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연체율 급등은 근본적으로 무분별한 카드 발급, 현금서비스 위주 영업 등 카드사들의 왜곡된 영업관행에서 비롯한 것이라고 지적한다.
따라서 어느 정도 손실이 나더라도 카드사들이 반드시 정리하고 넘어가야 할 과제라는 것이다.
최근 백화점에 이어 주유소들이 가맹점 수수료 인하를 요구하고 나섰다.
지난 7월 신용카드 수수료의 원가 공개 이후 할부 금리와 현금서비스 수수료에 대한 논란은 어느 정도 마무리된 상태다.
현금서비스 수수료는 모두 20% 아래로 조정됐다.
그러나 가맹점 수수료 논란은 아직도 가닥을 잡지 못하고 있다.
심규선 애널리스트는 “가맹점 수수료를 더 내릴 수 있는 여지는 있다”며 “그러나 이전의 경우처럼 파워게임에 좌우될 가능성이 많다”고 말했다.
신용카드사들의 경영난은 인수합병 등 업계 구조조정 논의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한원종 LG경제연구소 연구원은 “내년 초까지는 옥석이 가려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은행의 카드부문을 분사해 파는 문제가 거론되기도 한다.
심규선 애널리스트는 “SK가 곧 시장에 진출하면 신용카드 업계는 LG, 삼성, 국민, SK 등 4강 체제로 재편될 가능성이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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