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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기사3. 텔레마케터 모시기 몸값 ‘껑충’
관련기사3. 텔레마케터 모시기 몸값 ‘껑충’
  • 이희욱 기자
  • 승인 2002.11.0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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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시간에 낯선 여성으로부터 걸려온 한통의 전화 때문에 곤혹스러움을 느껴본 사람이라면 ‘텔레마케터’란 직업에 대해 그리 좋은 인상을 가지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주요 서비스 업체들이 고객관리(CRM)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앞다퉈 콜센터를 도입하면서 콜센터 전문인력인 텔레마케터의 몸값이 뛰고 있다.
당당한 전문인력으로 인정받고 있는 것이다.


올림픽공원 맞은편 고층건물 15층에 자리잡은 토털 고객서비스 업체 TG유베이스 www.ubase.co.kr. 한가로운 공원 풍경이 내려다보이는, 사무실에서 가장 전망좋은 곳에는 텔레마케터를 위한 전용 휴게실이 자리잡고 있다.
하루종일 자리에 앉아 전화통과 씨름하는 텔레마케터가 좀더 편안하게 쉴 수 있도록 회사에서 배려한 것이다.
TV와 위성방송, 오디오와 노래방 기기는 기본이다.
고급스러우면서 화려한 내부장식과 수면실, 네일아트 자판기도 설치돼 있다.
사무실의 집기 하나하나도 ‘귀하신’ 텔레마케터를 위해 최적화돼 있다.
오히려 경영인이 텔레마케터의 눈치를 살펴야 할 형편인 것이다.


TG유베이스 이은주 팀장은 “갈수록 기업들의 고객응대 중요성은 커지고 있는 반면, 전문 텔레마케터는 구하기 힘들어지고 있습니다.
그러니 텔레마케터를 모시기 위해 휴게공간이나 사무환경에 지원을 아끼지 않을 수밖에요”라며 업체별 ‘텔레마케터 떠받들기 전쟁’을 귀띔한다.
“단순한 예를 들어볼까요. 텔레마케터가 앉는 의자 가격이 얼마인지 아세요. 30만원이 넘어요. 쾌적하고 효율적인 업무환경을 만들어주지 않으면 제대로 일을 할 수 없기 때문이죠.”

텔레마케터의 지위가 올라가고 전문성이 강조되면서 이들에 대한 교육도 체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요즘의 텔레마케터는 최소한 3개월 정도의 기본교육을 거치는데다 2년이 지나서야 실무에 투입할 만큼 ‘빡빡한’ 교육일정을 소화해야 한다.
전문분야에 대한 지식과 고객응대 소양교육, 적성과 근무환경에 맞는 교육 프로그램이 세분화돼 있다.


귀한 대접 못지않게 사회 인식도 바뀌어가고 있다.
“텔레마케터는 더이상 계약직 단순노동 인력이 아닙니다.
대부분이 정상적 채용과정을 거쳐 정식직원으로 근무하고 있죠. ‘텔레마케터=여성’이란 등식도 바뀌었고요. 학력도 고졸에서 대졸까지 다양해졌고 월소득도 120만~300만원 수준으로 높아졌습니다.
” 일반인의 생각과 달리, 텔레마케터도 이제 전문직종에 맞는 사회적 대접을 받고 있다는 얘기다.


텔레마케터가 귀한 대접을 받는 또 다른 이유는, 기업체 입장에서 장기간에 걸쳐 교육비를 투입한 전문인력이 빠져나갈 경우 입는 시간적·경제적 손실이 막대하기 때문이다.
콜센터의 가장 큰 골칫거리는 무엇보다도 고객의 불만접수 처리 문제다.
보험사의 경우 관련 상품이 많게는 4만여종에 이른다.
텔레마케터가 이들 상품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갖추고 있지 않으면 고객의 불만사항에 대해 정확하고 설득력있게 답변할 수 없는 것이다.


텔레마케터에게 어려움이 없는 건 아니다.
특히 ‘정신적 스트레스’가 심한 편이다.
전화를 걸자마자 버럭 화부터 내는 ‘막무가내’ 고객에서부터 하염없이 전화를 붙잡고 답답함을 토로하는 ‘호소형’, 감독기관에 고소하겠다고 날뛰는 ‘협박형’ 등 각양각색의 고객을 대하다 보니 이직률도 높아지고 있다.
TG유베이스의 경우 매달 적게는 10%, 많을 때는 30%의 텔레마케터가 자리를 빼거나 채워지고 있다.


하지만 갈수록 텔레마케터는 업체 입장에서 떠받들지 않을 수 없는 기둥이다.
콜센터 시장은 확대되는 데 반해 지원자는 좀체 늘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업체간 경쟁도 심화되고 있다.
“경쟁업체보다 웃돈을 얹어 텔레마케터를 ‘훔쳐가는’ 일은 예사고, 심할 경우 10여명 이상의 팀을 통째로 뺏어오기도 한다”고 이은주 팀장은 심각한 인력난을 호소한다.
“내년 말께면 텔레마케터 수요는 지금의 두배 규모로 커질 것입니다.
그런데 사람이 없어요.” TG유베이스는 현재 콜센터 리크루팅 전문인력만 10명을 배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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