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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씽크머니] 한방 재래시장 현대식 쇼핑몰로 ‘변신중’
[씽크머니] 한방 재래시장 현대식 쇼핑몰로 ‘변신중’
  • 김호준 기자
  • 승인 2002.11.1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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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문 패션몰에 버금가는 한방테마상가타운이 동대문구 제기동, 용두동 일대 한약재 재래시장에 들어선다.
지난달부터 대형 한방테마상가 두곳이 분양을 시작했고 한곳은 분양을 준비하고 있다.
또한 추가로 2~3곳의 상가가 분양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995년 서울시가 ‘서울약령시장’으로 지정한 이 지역은 한의원, 한약방, 한약재 도소매상이 밀집해 있어 전국 한약재의 70%가량이 유통되고 있다.
부동산개발업자들은 동대문 패션몰의 성공신화를 이 지역에서 한방이라는 테마로 재현하겠다는 장밋빛 청사진을 내놓고 있다.


한방테마상가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은 아파트 청약열기를 방불케 했다.
분양열기의 물꼬를 튼 곳은 약령시장 건너편 용두동 도심재개발구역에 있는 ‘동의보감타워’다.
이곳은 8월29일 ‘사전분양’을 시작했다.
9월13일 동대문구청이 불법 사전분양에 대한 경고 조치로 분양을 중단할 때까지 1~6층에 있는 500여개 점포가 대부분 분양됐다.
현재 남아 있는 점포는 지하 1, 2층과 지상 7, 8층이다.
동의보감타워는 지상 18층 건물로, 9층부터 오피스텔이다.
시행사인 동양 CDC는 나머지 상가와 오피스텔은 사업시행 인가를 받은 뒤 분양할 계획이다.


약령시장 바로 옆 미도파백화점을 리모델링하는 ‘한솔동의보감 한방타워’는 10월16일 분양을 시작했다.
11월5일 기준으로 666개 점포 가운데 592개가 계약이 끝나 88.7% 분양률을 기록하고 있다.
보통 상가 분양이 끝나는 데에 3개월 이상이 걸린다는 점을 감안할 때 놀랄 만한 기록이다.
더구나 90% 이상의 계약자들은 계약금을 완납한 상태다.
현재는 지하 1층에 대해서만 분양 신청을 받고 있다.
분양사측에서는 분양열기가 기대 이상 높아지자 광고 집행을 중단하고 오히려 중도금을 제시간에 내지 못하는 계약자들에게 계약 해지를 통보하고 있다.


한방테마상가에 대한 분양열기는 우선 올해 테마상가에 대한 투자자의 높은 관심을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올해 정부의 주택시장 안정대책이 잇따라 발표되면서 상가는 대안 투자대상으로 각광을 받았다.
특히 최근 고가 주택에 대한 실거래가 기준 양도세 과세, 재건축 요건 강화 등 강도 높은 부동산 투기대책이 잇따라 발표됐다.
한방테마상가 분양시기에 전체 상가분양 물량이 상대적으로 적었던 점도 호재로 작용했다.
동양CDC 이상호 관리이사는 “분양을 빠른 시간에 마감한 것은 분양시기를 잘 탔기 때문”이라며 “동의보감타워 분양이 진행될 때까지 테마상가 분양물이 상대적으로 적어 투자자들이 더욱 많은 관심을 보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대안 투자대상으로 테마상가 각광


전국 한약재 유통 물량이 집중되는 재래시장을 등에 업고 한방타운이 들어서는 점도 투자자들의 관심을 끄는 데 한몫 했다.
경동약령시장에는 현재 190곳의 한의원, 250여곳의 한약방과 500여곳이 넘는 한약 도소매 판매점 등 1천개가 넘는 한약업소가 밀집해 있다.
시장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노점상까지 합하면 점포 수는 약 2천여개에 달한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기존 재래시장 상인들이 임대 수요층으로 대기하고 있다는 점이 든든한 버팀목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경동시장은 60년 공설시장으로 출발해 70년대 이후 현재까지 전국에서 가장 큰 한약재시장으로 자리매김했다.
경동시장에서는 거의 모든 종류의 한약재가 판매되고 있으며 약재값은 산지에서 직송되기 때문에 시중 한약방에 비해 30~40% 정도 싸다.
한솔동의보감 정감철 전무는 “이곳에 처음 왔을 때 가장 먼저 눈의 띈 것은 아주머니들이 배낭을 지고 쇼핑하는 모습”이었다며 “기존 재래시장은 주차공간 부족과 낙후한 건물, 마케팅 능력 부족으로 고객 유치에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정 전무는 “최신 시설을 갖춘 테마 쇼핑몰에서 주차장, 공원, 휴식공간 등 각종 편의시설을 제공하고 유통구조를 혁신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방테마상가에서는 한방생약, 가공식품, 한방잡화, 건강용품 및 기타 건강식품 등 한방과 관련한 일체의 점포를 유치할 계획이다.
한의원, 한약국, 대형 한방병원도 들어설 예정이다.
기존 재래시장에는 한방생약과 인삼, 녹용, 가공식품을 함께 취급하는 상점이 많다.
이에 반해 한방테마상가는 품목별로 상점의 전문화를 꾀할 계획이다.


시행사와 분양대행사측에서는 한방타운이 동대문 패션몰에 버금가는 성공을 거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높은 분양열기가 곧바로 상가 활성화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고 지적한다.
상가114 유영상 팀장은 “최근 제기동, 용두동 일대 한방테마상가 분양이 열기를 띠고 있지만 기존 재래시장과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고 밝혔다.
유 팀장은 또한 “의류의 경우 전문 지식이 없어도 쉽게 창업할 수 있지만 한방의 경우 아무나 할 수 없는 특수 업종이기 때문에 기존 재래시장 상인들이 움직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패션몰과 한방타운은 업종 특성이 다르다는 지적이다.



“한방은 특수업종” 상가 활성화 의문


특수 업종이 아니더라도 분양 후 상가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실수요자가 많아야 한다.
특히 재래시장 바로 옆에서 같은 상품을 취급할 경우 기존 상인들을 유입해야 한다.
상인들의 단골고객과 영업 노하우가 상가 활성화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행사쪽의 말을 빌리더라도 동의보감타워나 한솔동의보감 분양 계약에 참가한 사람의 70%가량은 실수요자가 아닌 임대수입과 프리미엄을 노린 투자자들이다.
시행사측에서는 굳이 상인들이 분양을 받지 않더라도 분양 이후 상인들이 상가를 임대할 경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실제 경동 한약재시장 상인들 가운데 자신이 점포를 소유하고 있는 경우는 별로 없다.


문제는 상인들이 한방타운 조성에 별다른 관심이 없다는 점이다.
상가114 윤병한 대표는 “우선 상인들이 대체로 40대 이상으로 재래시장에서 영업하는 데 익숙한 사람들이다.
그리고 동시에 약령시장을 이용하는 소비자들도 재래시장을 친숙하게 느끼는 40~60대가 많다”고 밝혔다.
윤 대표는 “상인들이 움직이지 않으면 상가 활성화가 요원해진다”며 “상인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2~3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시행사측 계획에 따르면 현재 분양중인 한방테마상가 입주는 2004년 6월부터 2005년 3월까지다.


실제로 지금까지 분양에 참가한 상인은 거의 없다고 한다.
경동약령시협회 임대선 사무국장은 “한의원이나 한약방은 점포 실평수가 10~15평임을 고려할 때, 영업을 하려면 몇 구좌를 동시에 분양받아야 하는데 분양가가 너무 비싸다”고 말했다.


경동시장에서 한약방을 운영하는 우병규씨는 “분양가가 주변 상가시세보다 세다는 점을 고려할 때 임대료도 높을 것 같다”며 “지금도 장사가 잘 안 돼 문을 닫는 점포들이 많은데 높은 임대료를 내고 현대화된 시설에서 영업을 하겠다는 사람이 얼마나 될지 모르겠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우씨는 “시장 외곽지역을 중심으로 점포 수가 점차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상인들이 입주하는 것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방에 대한 관심 집중, 시행사 성공 장담


한편 시행사쪽은 기존 상인 유치는 물론이고 지방 한약재 상인들의 입점도 문제가 없다고 밝힌다.
동대문 밀리오레를 분양한 경험이 있는 한솔동의보감 정감철 전무는 “동대문 쇼핑몰을 처음 시작할 때도 성공할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은 드물었다”며 성공을 장담했다.
정 전무는 “98년 밀리오레를 분양할 때만 해도 상인들의 반응은 싸늘했다”며 “하지만 끈질긴 작업 끝에 몇몇 거상을 끌어들이는 데 성공하면서 지방에서 물건을 떼러 오는 사람들이 몰려들고, 다른 상인들도 속속 입점하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시행사측에서는 지금도 지방 상인들의 임차 문의가 줄을 잇고 있다고 말한다.


또한 최근 한방과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이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기존 재래시장을 이용하는 소비자뿐만 아니라 테마쇼핑몰에 익숙한 젊은층으로 고객층을 확대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동의보감타워 이상호 관리이사는 “단순히 한약재를 판매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한방 건강식품이나 바이오 생약, 한방용품 판매점과 한방클리닉, 바이오 뷰티존 등 새로운 형태의 한방건강타운을 조성해 젊은층을 유인할 수 있다”고 밝혔다.
시행사들은 TV광고나 이벤트 행사 등 강력한 마케팅 수단도 총동원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다.
또한 동대문구청은 약령시장을 관광명소로 육성하겠다는 계획에 따라 관광객 유치에 많은 투자를 하겠다고 말한다.
동대문구청은 총 279억원을 투자해 연면적 1900평 규모의 한의약 전시관과 문화관을 건립할 예정이다.



투자자들 신중한 판단 필요


경동약령시장 상인 가운데는 이곳에 온 부동산개발업자들이 상가를 분양해 돈을 번 다음 곧바로 떠날 것이라고 보는 사람들이 많다.
반면 동대문에서 패션몰이 들어서면서 재래시장이 활성화됐듯이 한방타운이 성공을 거두면 경동약령시장도 활성화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일부 공존하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테마상가의 성공에는 시행사의 능력과 의지가 중요한 변수라고 말한다.


RE멤버스 김은주 투자전략실장은 “한방테마상가에서 신문 분양광고를 통해 내세우는 예정임대보증금과 예정월세를 투자금으로 나누면 수익률이 14~21% 정도 나온다”며 “세금, 이자비용 등을 계산하면 실제수익률은 8~12% 정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동대문 밀리오레의 경우 분양평수 3~4평(실평수 1~1.5평)에 1층을 기준으로 분양가가 1억2천만원이었는데 지금은 점포 하나에 3억5천만원에서 5억을 호가한다.
상가가 활성화될 경우 추가 수익도 예상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상가가 활성화됐을 때 이야기다.
95년 지금과 비슷한 한방 전문상가를 표방하며 들어선 ‘경동플라자’의 경우 상인들의 입점이 부진해 상가 활성화에 실패했다.
그뒤에도 부동산개발업자들이 몇차례 시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한방타운 조성에는 동대문 패션몰 분양시 경험을 쌓은 분양대행사들이 의욕적으로 달려들었다.
사업규모도 과거 한방상가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크다.
어려운 조건들을 극복하고 한방타운이 동대문 패션몰 신화를 이어갈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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