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는 ‘사생활과 감시’라는 화두를 던져줌으로써 소수의 지배계층이 정보를 독점하고 조작해 다수를 통제하려는 전체주의 사회를 비판하고 있다.
과학과 기술의 발달이 초래할 미래사회의 모습에 대한 경고 메시지이기도 하다.
최첨단 과학기술로 무장한 수많은 도청장치와 감시장치가 이제 소설이나 영화를 벗어나 현실에서도 구현되고 있다.
대화를 엿듣고 통화를 녹음해 비밀을 빼내는 것 정도는 우리 주변에서도 흔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도청이란 말 그대로 타인의 대화나 전화 내용을 당사자의 동의 없이 몰래 엿듣는 행위를 말한다.
전문가들은 도청을 크게 두가지 부류로 나눈다.
녹음기로 녹음하는 것처럼 공기중을 떠다니는 음성을 도청하는 음성도청과, 유·무선 전화기를 도청하는 것처럼 도선이나 전파를 타고 가는 음성신호를 도청하는 통화도청이 그것이다.
법률의 규정에 의하지 않은 도청이 위법인 반면, 국가기관이 허가를 받고 범죄 용의자나 간첩 혐의자 등의 통화를 엿듣는 합법적 행위를 ‘감청’이라고 한다.
도청이나 감청의 원리는 매우 간단하다.
음성을 받은 도청기는 음성신호를 전파신호로 만들어 거리가 떨어진 곳에 설치된 재생기에 보내고, 재생기가 이를 다시 음성신호로 바꿔 확대해주는 원리다.
이러한 방식의 도청을 하려면 관련 장비를 설치하기 위해 해당 장소에 직접 접근해야 한다.
하지만 접근하지 않고도 목소리를 엿들을 수 있는 도청방법도 있다.
바로 레이저를 이용한 도청이다.
예를 들어 빌딩 사무실의 유리창은 사람들의 목소리로 인해 미세하게 진동하는데, 유리창에 레이저를 발사해 되돌아오는 파를 분석하면 음파를 검출할 수 있고 이를 음성으로 변환함으로써 도청을 할 수 있다는 원리다.
도청에 가장 많이 노출돼 있는 것으로는 가정에서 사용하는 전화기를 꼽을 수 있다.
전화선 중간에 도청기를 달면 재생기를 통해 쉽게 통화 내용을 엿들을 수 있다.
최근 국가정보원의 도청 의혹과 관련해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집중시킨 휴대전화는 어떨까. 휴대전화는 각 단말기마다 고유한 제품일련번호(ESN)가 붙어 있다.
이들은 복잡하게 섞여 있는 디지털 신호에서 자신의 신호를 찾는 일종의 암호와 같다.
단말기는 0과 1이 연속되는 복잡한 디지털 신호 중에서 ESN을 확인해 자신에게 맞는 신호만을 분리해낸다.
따라서 원래의 휴대전화가 갖는 ESN과 똑같이 복제된 ESN을 갖는 휴대전화를 만들면 이론적으로 도청이 가능하다.
하지만 ESN이 복제된 휴대전화를 갖고 있는 사람이 원 주인과 동시에 전화를 받지 않는 이상 도청은 쉽지 않다.
기지국에서는 먼저 ‘통화’ 버튼을 누르는 쪽에 신호를 보내므로 나머지 한쪽은 통화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절묘하게 동시에 통화 버튼을 누르더라도 도청자는 휴대전화로 들어오는 소리만 알 수 있을 뿐 나가는 소리는 듣지 못한다.
그러나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미국에서 개발된 휴대전화 도청장치의 경우엔 기지국과 휴대전화 사이의 코드화된 신호까지 해독함으로써 ‘완전한’ 도청을 가능케 하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이 암호체계의 허점을 보안해 도청을 막기 위한 수단으로 또 다른 암호를 개별 단말기에 부여하는 방법을 쓰기도 한다.
그렇다면 도청이라는 ‘창’에 대한 ‘방패’인 도청방지기는 어떤 원리로 작동하는 것일까. 도청기는 사람의 귀로 들을 수 없는 음파도 민감하게 감지할 수 있다.
그런데 만일 도청기에 들리면서 사람 귀에는 들리지 않는 초음파나 저주파를 강하게 발생시킨다면 도청기의 마이크에 잡히는 강력한 잡음 때문에 실제 사람의 대화소리는 잡히지 않게 될 것이다.
이것이 바로 도청방지기의 원리다.
이들은 노이즈 방출기와 노이즈 스피커로 구성돼 있다.
이밖에 전화 통화 내용을 암호로 변환시켜 전달하는 기기, 벽지처럼 시공돼 전파의 침입이나 유출을 막는 도청방지장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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