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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나만의 개성 표현, 휴대폰 튜닝
[디지털] 나만의 개성 표현, 휴대폰 튜닝
  • 이희욱 기자
  • 승인 2002.11.1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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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사람들이 지갑 다음으로 가장 많이 지니고 다니는 물건은 무엇일까. 정답은 ‘휴대전화’다.
‘휴대전화 강국’이란 명성답게 단말기 보급률이나 사용률, 관련 기술에서 타의추종을 불허하는 건 잘 알려진 사실이다.
하지만 다들 비슷비슷한 모양의 단말기를 쓰는 건 왠지 재미가 없다.
개성 표현을 중시하는 젊은층을 중심으로 불고 있는 ‘휴대전화 튜닝’ 바람은 똑같은 휴대전화 단말기에 대한 거부감과 ‘튀는’ 것을 좋아하는 젊은층의 욕구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휴대전화 튜닝이란 자동차나 PC 튜닝처럼 겉모양이나 색상, 소리 등을 자유자재로 바꾸는 것이다.
초창기 휴대전화 튜닝은 대부분 단말기 케이스의 일부 또는 전체를 뜯어내고 새로운 색깔이나 소재의 케이스를 입히는 것이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휴대전화 튜닝은 ‘2세대’로 진화했다.
단순히 외장을 바꾸는 게 아니라 키패드의 색상을 화려하게 꾸미거나 액정화면에 다양한 그림효과를 집어넣는 등 다양한 응용기술이 등장한 것이다.



기본기술 응용하면 다양한 효과


영등포에서 휴대전화 튜닝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신동준(25)씨. 그는 국내 휴대전화 튜닝 바람을 주도한 ‘1세대 튜닝족’이다.
주변에 있는 물건은 일단 분해·조립해봐야 직성이 풀린다는 ‘얼리 어댑터’이기도 한 신동준씨가 휴대전화 튜닝에 관심을 가진 건 휴대전화 키패드에 대한 호기심 때문이었다.
“한번은 휴대전화 키패드를 들여다보다 파란 불이 들어오는 원리가 너무 궁금하더라구요. 무작정 휴대전화를 분해해 들고 조립 전문 매장을 찾아갔어요. 매장 주인에게 ‘여기 불 들어오게 하는 부품을 달라’고 떼를 썼죠. 거기서 LED란 칩을 알게 됐고, 그걸로 제 휴대전화 키패드 백라이트를 바꿔본 게 첫 튜닝이었던 겁니다.


현재 ‘튜닝족’ 사이에서 유행하고 있는 튜닝법은 기본기술만 8가지 정도다.
가장 보편화된 것으로는 단말기 키패드 불빛을 여러가지 색상으로 바꾸는 방법이다.
휴대전화 키패드를 유심히 들여다보면 각각의 숫자키마다 불빛이 들어오는데, 이는 각 키패드 안에 박혀 있는 LED 때문이다.
따라서 키패드를 뜯고 안에 있는 LED의 색상을 바꿔주면 다른 색상의 불빛을 낼 수 있는 것이다.


LED만 바꿔주는 게 아니라 키패드에 큐빅을 박아 더욱 화려한 빛을 내게 할 수도 있다.
외장 케이스를 뚫고 큐빅을 박은 다음 이를 발광안테나 선을 이용해 연결하면 마치 네온사인처럼 화려한 빛의 잔치를 연출할 수도 있다.
벨이 울릴 때마다 여러가지 색상의 불빛이 큐빅에서 반짝거리게 하거나, 진동 모드에서도 다양한 불빛을 발산하게 만드는 법도 있다.
이밖에 애인 사진이나 좋아하는 동물 그림을 OHP 필름에 인쇄해 액정화면에 넣으면 홀로그램처럼 보는 각도에 따라 그림이 다르게 보이도록 만들 수도 있다.
액정화면의 그림을 반전시키는 ‘액정반전’도 인기다.


“단말기 키패드에 큐빅을 박은 건 국내뿐 아니라 세계에서 제가 최초입니다.
이제는 LED를 이용해 색색의 불빛 효과를 내는 데 그치지 않고, 기본기술을 응용한 다양한 튜닝 기술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 휴대전화 튜닝은 기술 자체가 그리 어렵지 않은데다 기본원리가 같기 때문에 조금만 응용하면 젊은층의 입맛에 맞는 다양한 효과를 변조해낼 수 있다.
신동준씨의 영등포 매장엔 하루 평균 4~5명의 고객이 튜닝을 의뢰하고 있으며, 주말과 일요일엔 20여명의 ‘튜닝 마니아’가 한꺼번에 몰리기도 한다.
키패드 백라이트 색상만 바꿀 경우 1만5천원 정도이며, 여기에 큐빅을 박아 라이팅 효과를 넣으면 3만원으로 값이 뛴다.
또 벨소리 모드뿐만 아니라 진동 상태에서도 전화가 왔을 때 큐빅에서 빛이 나오도록 하는 ‘큐빅라이팅’ 효과를 내려면 4만원 정도가 든다.
이런 ‘풀 옵션’으로 튜닝을 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1시간 정도다.


‘젊은’ 학생들을 주로 상대하다 보니 난감한 경험도 여러번 있었다고 한다.
“한번은 여중생이 휴대전화를 들고 와서 튜닝을 해달라고 하더군요. 어린 학생에게 돈을 받을 수가 없어서 공짜로 튜닝을 해줬거든요. 그런데 이 학생이 그 사실을 같은 반 학우들에게 퍼뜨렸지 뭐예요. 30여명의 학생들이 몰려와 너도나도 공짜로 해달라고 하는데, 정말 난감하더군요. 돈이 문제가 아니라, 일거리가 밀려 있어 모두 튜닝을 해줄 시간이 없었거든요. 그래서 꼭 튜닝을 하고 싶은 학생은 휴대전화를 맡기고 나중에 찾으러 오라고 했어요. 결국 10명 정도 무료로 해줬어요. 손해 좀 봤죠, 하하.”

아직까지 휴대전화 튜닝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은 주 고객층인 20대 휴대전화 사용자의 1%도 안 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경제력이 어느 정도 뒷받침되면서 휴대전화 개성표현에 적극적인 20대 이용자가 주고객이지만, 초등학생부터 30대 후반 직장인까지 찾아온다고 신동준씨는 귀띔한다.


“한번은 초등학생이 쭈뼛쭈뼛 들어와 휴대전화를 내밀더니, 튜닝을 해달라고 하더군요. 그러면서 주머니에서 4만원을 슬몃 꺼내 내미는 거예요. 튜닝은 하고 싶은데 돈이 없으니 어머니에게 거짓말을 하고 4만원을 받아온 게 눈에 뻔히 보이는데, 어떻게 돈을 받겠어요? 또 공짜로 해줬죠.”


분해·조립과정에서 파손될 수도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휴대전화 튜닝에 열광하는 것일까. 신동준씨는 이에 대해 ‘중독’이라고 말한다.
한번 튜닝에 맛을 들이면 쉽게 빠져나오지 못한다는 얘기다.
“화려하게 변신한 휴대전화를 보면 자꾸 욕심이 생기고, 그러다 싫증나면 또 다른 화려함을 찾아 튜닝 전문점을 방문하는 게 이용자들의 심리”라는 것이다.
단말기를 완전히 개조하다시피 변신시킨 후에도 2~3일만 지나면 더 예쁘고 더 화려한 모습을 꿈꾸며 다시 매장을 찾는 손님들을 심심찮게 만날 수 있다.
“돈은 달라는 대로 줄 테니 무조건 제일 예쁘게만 꾸며달라”며 막무가내로 떼를 쓰는 이용자도 있다.


이렇듯 ‘튜닝 맛’을 들인 이용자들이 늘어나면서 관련 인터넷 동호회도 우후죽순처럼 늘어나고 있다.
다음 카페에는 이미 10여개가 넘는 휴대전화 튜닝 동호회가 활동하고 있으며, ‘핸드폰 개조-나만의 핸드폰 만들기’ cafe.daum.net/onlyonephone의 경우 회원이 이미 10만명을 돌파했다.
신동준씨 또한 ‘러브스카이튜닝’ cafe.daum.net/loveSKYtuning 운영자로 활동하고 있다.
이곳에는 회원간 튜닝 정보 교환방과 튜닝 관련 질문과 답변, 튜닝한 휴대전화 전시관 등이 마련돼 있다.


휴대전화 튜닝 열기를 실감케 하는 또 다른 대목은 전문 튜닝 업체의 등장이다.
역삼동에 본사를 둔 엔아이텍코리아 www.nitechkorea.com, 핸드폰다모여 www.handphonemoi.com 등을 포함해 현재 10여개의 업체가 전문점을 개설·운영하고 있다.
전문업체와 개인 튜닝족, 튜닝 동호회를 겨냥한 부품 공급업체도 생겨났다.
애니폰코리아 www.anyphonekorea.co.kr를 방문하면 튜닝에 필요한 LED 등의 재료를 싼값에 구매할 수 있다.


휴대전화 튜닝에도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우선은 튜닝 과정에서 단말기가 망가질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튜닝 기술이 비교적 간단하다 하더라도 납땜이나 분해·조립 과정에서 종종 망가지는 경우가 있다.
특히 액정화면의 경우 조금만 실수하더라도 쉽게 망가지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단말기 제조업체와 사후서비스(AS) 문제를 두고 논란을 벌일 소지도 있다.
이런 이유로 휴대전화를 튜닝하려는 이용자들 사이에선 “만약의 경우 단말기가 망가지더라도 감수하겠다”는 암묵적 동의가 이뤄져 있는 분위기다.
튜닝 전문업체쪽에서도 이 점에 특히 신경쓰고 있다.


이런 위험에도 불구하고 자신만의 개성표현을 위해 과감히 휴대전화를 분해하는 젊은이들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형형색색의 화려한 단말기에 한번 매료되면 쉽사리 빠져나올 수 없다는 게 휴대전화 튜닝의 매력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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