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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 퇴임하는루이스 거스너 / IBM 회장
[사람들] 퇴임하는루이스 거스너 / IBM 회장
  • 이경숙 기자
  • 승인 2002.11.2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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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들 더 잘하고 싶지 않고, 더 칭찬받고 싶지 않겠는가. 그래서 영예의 정점에서, 떠나야 할 때 떠난 사람들은 신화가 된다.


기업 경영의 신화적 존재로 추앙받는 루이스 거스너 IBM 회장이 이번엔 자기 경영의 신화를 쓰기 시작했다.
내년부터 영국 케임브리지대학에 입학해 고고학과 중국사를 공부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깔끔한 퇴장이다.
도산 위기에 내몰렸던 기업을 맡아 10년 만에 불황에도 끄덕없는 우량기업으로 탈바꿈시킨 최고경영자(CEO)라면 위기 속의 미국 경제와 정치를 보면서 슈퍼맨 같은 정의감을 불태울 법하다.
폴 오닐 재무장관, 돈 에번스 상무부 장관, 앤드루 카드 백악관 비서실장 등 경영자 출신 각료를 선호하는 부시 대통령의 성향으로 봤을 때 그한테 군침 도는 자리를 제안하지 않았을 리 없다.


실제로 그는 백악관의 부름을 받았다고 한다.
11월12일 뉴욕 IBM 본사에서 가진 기자 오찬 간담회에서 그는 “미국 정부로부터 어떤 자리를 제안받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여기서 그만 초야에 묻힐 생각인 모양이다.
그는 미국 정부의 제안을 거절했다며, 거절 이유에 대해선 “실패자가 될 것”이라고만 간단히 답변했다.


한 분야의 성공자가 다른 분야에선 실패자가 될 수 있다.
물론 그 반대의 경우도 가능하다.
성공한 경영인으로 꼽히는 정주영 현대 회장은 정치가로선 실패했고, 실패한 미국 대통령으로 꼽히는 지미 카터는 올해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거스너 회장은 최근 IBM 재직기간의 삶을 담은 회고록 '코끼리가 춤을 추지 못한다고?'(Who Says Elephants can’t dance?)를 출간했다.
유명 CEO로선 이례적으로 대필자 없이 직접 집필한 이 책에서 그는 “부임 때 IBM엔 관료주의가 팽배해 있었다”며 “후임 CEO인 샘 팔미사노도 비슷한 문제로 곤란을 겪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한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아는 사람은 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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