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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 황웅성 / 메릴린치 PB "자산관리, 통화까지 생각한다”
[사람들] 황웅성 / 메릴린치 PB "자산관리, 통화까지 생각한다”
  • 김윤지 기자
  • 승인 2002.11.2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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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40대는 괴롭다.
아래에선 끊임없이 후배들이 치올라오고, 위에서는 깜짝 놀랄 만한 특별한 능력을 보여주기를 요구한다.
그나마 현업에서 계속 일을 한다면 다행이다.
한창 일할 나이에 관리직으로 물러나 책상물림만 하는 40대에게, 회사는 더이상 활기찬 일터가 아니다.
“직원들 관리만 하면서 이렇게 내 인생이 끝나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어렵게 뉴욕에까지 왔는데, 더 늦기 전에 뭔가 한가지라도 더 배워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얼마 전까지 명함에 새겨져 있던 삼성증권 뉴욕법인장 직함을 내던진 배경을, 황웅성(41) 메릴린치 파이낸셜 어드바이저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마흔이 훨씬 지난 나이에, 서울도 아닌 세계의 금융 수도 뉴욕에서 일선 세일즈맨으로 자리를 옮긴 것은 큰 도전임에 틀림없다.
황 어드바이저도 고민을 많이 했다.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 다른 일을 해볼까, 뉴욕에서 일하더라도 지금까지와 비슷한 증권 브로커 일을 계속 할까…. 그때 지인으로부터 자신만의 고객이 있는 일이 좋지 않겠느냐는 권유를 받았다.
금융시장의 최전선인 뉴욕에서도 꺾이지 않는 시장으로 꼽히는 분야에서 말이다.
그것이 바로 개인 자산을 관리해주는 프라이빗 뱅커(PB)였다.


현재 뉴욕 메릴린치에는 황 어드바이저와 같은 PB들이 수백명이나 포진해 있다.
황 어드바이저는 메릴린치의 명성이 하루 아침에 이뤄진 게 아니라는 걸 시스템을 보면서 느낀다고 말한다.
“이곳 PB들이 다루는 정보량은 한국과 비교가 되질 않습니다.
금융상품도 많고 세금 관련 사항도 많아 정보가 곧 돈인 곳이거든요.”

특히 황 어드바이저는 미국 고객뿐 아니라 한국에 있는 고객들에게도 시장을 넓히고 싶다고 이야기한다.
“진정한 위험 분산은 통화까지 고려해야 합니다.
자산가라면 자산의 일부를 세계 기준 통화로 보유할 필요가 있지요.” 하지만 국내 PB들이 미국 금융시장에 어두워 고객에게 이런 조언을 하지 못하는 게 안타깝다.
황 어드바이저는 한국인 PB로서 그런 다리 역할도 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힌다.


“신입사원으로 처음 들어간 때처럼 긴장감도 있고 아주 좋습니다.
조만간 저 옆에 있는 큰 사무실로 옮길 테니 두고 보십시오.” 한국에서도 이런 일이 흔하게 일어날 수 있을까. 이제 막 첫발을 내디딘 이 한국인 40대는 새로운 도전에 눈빛을 반짝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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