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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카드업계, 구조조정 막오르나
[비즈니스] 카드업계, 구조조정 막오르나
  • 이승철 기자
  • 승인 2002.12.0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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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카드업계의 생존 게임이 본궤도에 올랐다.
언제 어떻게 시장에서 퇴출될지 예측하기 힘든 상황으로 내닫고 있기 때문이다.
“카드사 등 여신전문업체들도 합병을 통한 대형화로 경쟁력을 확보하든지, 아니면 특정고객을 상대로 틈새시장을 개척하는 것만이 살 길이다.
” 이근영 금융감독위원장은 한달쯤 전 공식석상에서 이렇게 공언했다.
그 이후 금융감독위원회는 11월초 부실 신협 115개를 무더기로 전격 퇴출한 데 이어, 11월19일 신용카드 업계에 대한 특단의 대책을 내놓았다.
이에 카드 업체들은 혼비백산하며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국민은행의 대응이 압권이다.
국민은행은 28일 신용카드 고객 중 15만명을 영원히 퇴출시키고 앞으로 카드 대출을 무기한 전면 중단하기로 했다.
‘당신 같은 불량고객은 더이상 필요없다’는 유례없는 태도다.
국민은행은 현금서비스를 3군데 이상 돌려 사용하는 고객 약 40만명을 잠재적 불량고객으로 간주하고, 사용한도를 10~20%에서 최대 100%까지 축소했다.
40만명이라면 국민은행 전체 카드고객의 8%가 넘는 숫자다.
카드회사의 부실 정도가 얼마나 심각한 수준인지를 단적으로 드러낸 사례다.
이런 대응을 불러온 금감원 대책의 주요 내용은 이렇다.
2003년 4월부터 한달 이상 연체고객이 15% 이상이고 순손실을 기록한 업체는 ‘경영개선요구’ 대상이 되어 더이상 신규회원 모집과 자금차입을 할 수가 없다.
내년 초부터는 현금서비스 한도액 중 고객이 사용하지 않은 금액에 대해서도 무조건 1%의 대손충당금을 적립해야 한다.
당장 이달부터 연체자의 연체금액을 대출로 전환해주는 대환대출의 성격을 ‘정상’이 아닌 ‘요주의’로 분류하고 그에 맞게 대손충당금을 더 적립해야 한다.
이런 예상을 넘은 강경한 대책에 대해 업계에서는 “너무 무리한 급진적 정책이며 일부 내용은 반시장적이기까지 하다”고 반발을 표시했다.
특히 강제적 적기시정조치를 위한 기준에 연체율과 적자 여부까지 포함시킨 것은 지나치다는 불만이다.
정부대책이 이미 뒤늦은데다 무리하게 짜여지면서 연체율을 더욱 높이고 신용경색을 심화시키며, 카드 업체의 성장률을 둔화시킬 것이라고 우려한다.
정부의 감독강화기준에 따르면 가장 우려되는 곳이 외환카드다.
3분기까지 1개월 이상 연체율이 12%대이고 202억원의 적자를 기록했으니, 연체율이 조금 더 올라가면 적기시정조치 중 경영개선요구를 받을 위험도 있다.
외환카드쪽은 “12월 중에 6개월 이상 현금서비스를 사용하지 않은 고객의 한도를 최대 90%까지 감축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그밖에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는 않았다.
외환카드 민운식 대리는 “연체율이 계속 증가하고 있는 타업체와는 달리 9월에 9.1%이던 연체율이 10월에 9.0%로 감소세로 돌아서 더이상 증가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뭔가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고 있음을 내비쳤다.
동양카드와 우리카드는 9월말 자기자본비율이 각각 7%대에 불과해서 역시 적기시정조치 대상이다.
금감원은 “내년 초부터 자기자본비율을 산정할 때 자산유동화증권(ABS)의 20% 및 채권매각분 중 사실상 대출 담보의 성격인 부분을 총자산에 포함시키기로 함에 따라, 카드 업체의 자기자본비율이 평균 1.9%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따라 현대카드와 국민카드 등도 압박을 느낄 만한 상황이다.
연체율이 5%대인 LG, 삼성 등 대형 카드 업체는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편이다.
하지만 삼성카드는 내년 4월부터 계열사에 대한 기업구매카드 결제액이 여신액에 포함되기 때문에 현금대출 비중을 50% 밑으로 맞추기가 부담스럽다.
LG카드는 장부상의 자산액이 16조원인 데 비해 실제 자산유동화를 통해 33조원의 자산을 운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감안하면 현재 15.8%로 가장 높은 자기자본비율이 10.8%까지 급락할 것으로 보인다.
내년 1분기가 고비라는 것이 업계와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연체율이 올해 4분기에 고점을 찍고 내년 초부터 조금씩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 고비를 못 넘기고 쓰러지는 업체가 나올지도 모른다.
금감원 김병태 여전감독팀장은 “구조조정을 거론하기 이전에 정부가 허가해서 진입한 업체들을 모두 무사하게 안고 가는 것이 일차적 목표”라고 희망했다.
하지만 시장의 냉엄한 현실은 강한 자만을 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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