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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금리인하 훈풍에 활력
[독일] 금리인하 훈풍에 활력
  • 베를린=손영욱 통신원
  • 승인 2002.12.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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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중앙은행(ECB)이 전격적으로 금리를 내린 이후, 이번 조치가 독일 경제 회복에 단비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현재 독일의 경제상황은 유로권에서도 가장 좋지 않은 상태다.
실업자가 이미 400만명을 넘어선데다 경제성장률은 최하위권을 맴돌고 있으며, 소비심리마저 꽁꽁 얼어붙었다.
한마디로 경기침체의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는 셈이다.
게다가 올해 들어 재정적자 규모는 더욱 늘어났고, 급기야 재정적자 규모를 GDP의 3% 이내로 유지하기로 한 유럽안정성협약을 지키지 못해 유럽연합측에 벌금을 내야 할 위기를 가까스로 넘기기까지 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유럽중앙은행의 금리인하 조처를 크게 반기고 나선 건 당연하다.
지난 12월5일 빔 두이젠베르크 유럽중앙은행 총재는 기준조달금리를 기존의 3.25%에서 2.75%로 0.5% 인하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지난해 11월 금리를 한차례 내린 이후 13개월 만의 일이다.
독일을 비롯해 유로권 경제의 경기침체가 계속된다는 게 금리인하 조처의 근거였다.
그간 유로권 경제의 인플레이션 위험을 내세워 금리인하에 소극적 입장을 취해오던 ECB가 전격적으로 금리인하 조처를 발표하자, 특히 슈뢰더 독일 총리는 “독일 경제뿐만 아니라 유럽 경제 전체가 회생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크게 반겼다.
독일로서는 오랜 숙원이 풀린 셈이다.



증시 침체,인구 노령화 등이 위기 근원


물론 독일 정부만 금리인하를 요구해온 것은 아니다.
유로권 12개국 정부와 경제학자, 증권가나 은행쪽에선 금리인하를 외치는 목소리가 압도적이었다.
특히 미국 연방제도준비이사회(FRB)가 지난달 기준금리를 1.25%로 내린 이후, 금리인하 압력은 더욱 거세졌다.
지난 3분기 유로권 경제성장률이 0.3%에 그칠 만큼 유로권 전체가 침체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번 금리인하 조처가 곧바로 독일 경제 회복으로 이어질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무엇보다도 독일 경제가 예상보다 심각한 위기를 겪고 있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전문가들은 독일 경제위기의 근원을 크게 주식시장 침체, 은행 부실, 비대한 건설업, 지지부진한 경제개혁과 인구 노령화에서 찾고 있다.
어느 것 하나 쉽게 해결하기 어려운 난제들이다.
때문에 일부에서는 독일 경제 역시 일본처럼 디플레이션으로 빠져드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게다가 유로화 도입 이후 독일중앙은행이 독자적 통화정책을 펼칠 수 없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말하자면 일본에 비해 정책수단 하나를 포기한 것이나 다름없는 상태다.


우선 독일 종합주가지수(DAX)는 2000년 3월 최고치에 비해 3분의 1 수준으로 폭락했다.
보유주식의 주가가 떨어지자 독일 은행들의 채무구조는 급속도로 나빠졌다.
게다가 은행들이 몸을 사리기 시작하면서 독일 경제의 근간을 이루는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이 사실상 끊겨버렸다.
이쯤 되면 금융위기가 우려되는 상황에 접어들었다고 할 수 있다.


이에 비해 건설업의 위기는 뿌리가 깊은 편이다.
지난 90년 독일 통일 이후 당시 헬무트 콜 총리가 옛 동독지역 재건을 목적으로 각종 보조금을 지급하고 세제혜택을 시행하면서 실수요를 훨씬 초과하는 건물과 주택을 지은 게 시작이다.
문제는 이때 지은 건물이나 주택 가운데 상당수가 현재 텅 빈 상태로 남아 있다는 데 있다.
건설경기가 사그러들면서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를 더욱 압박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여기에 인구 노령화가 급속하게 진행된다는 점도 독일 경제에는 마이너스로 작용한다.
현재 25% 수준인 노동인구 대비 65살 이상 인구 비율은 오는 2050년에는 50% 수준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이런 상황을 염려하는 독일 국민들이 소비 대신 저축을 늘리는 것도 문제다.
곧장 내수감소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현재 독일 경제가 유로권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실로 막대하다.
독일 GDP는 유로권 전체 GDP의 3분의 1 수준이며, 무엇보다도 여타 유로권 국가들에는 제1의 교역국이다.
가장 큰 시장이라는 말과 같다.
때문에 독일 경제가 수렁에 빠질수록 유로권 경제는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는 게 엄연한 현실이다.
오랜 공방 끝에 찾아온 금리인하 조처가 과연 독일 경제에 보탬이 될 것인가를 놓고 시간이 흐를수록 독일 국민은 물론, 유로권 전체가 관심을 보이고 있는 건 이런 사정을 잘 반영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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