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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닷컴 절대강자를 가려라
[기획] 닷컴 절대강자를 가려라
  • 김윤지 기자
  • 승인 2002.12.2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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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기업 모두 올 한해는 매우 드라마틱한 도약이 있었던 해로 기억할 만하다.
다음은 지난해 910억원 정도의 매출을 올렸지만 채 3억원이 되지 않는 영업이익을 거두었을 뿐이다.
인터넷 포털 가운데에선 누가 함부로 넘어설 수 없는 확고한 위치에 올라섰다고 인정받았지만, 수익에선 아직도 가능성을 더 많이 남겨두었던 것이다.
하지만 올해 들어서면서 쇼핑몰 매출이 비약적으로 성장해 지난 11월에는 매출 2천억원을 넘어섰다.
쇼핑몰 매출은 수수료 비율이 8% 정도밖에 되지 않아 이익 기여도가 낮다고 하지만 그것을 감안해도 차이는 별반 없다.
이를 수수료 기준으로 바꾸면 615억원가량으로 매출은 줄지만 영업이익은 그래도 126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신증권 추정)

NHN는 이보다 조금 더 가슴 벅차다.
2000년 네이버와 한게임이 합병해 탄생한 NHN은 지난해 게임과 검색에서 각각 유료화에 성공하면서 발전의 토대를 닦았다.
지난해 이미 매출 243억원, 영업이익 53억원을 거두었던 NHN은 올 10월 코스닥에 등록하면서 숨겨졌던 가치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인터넷 대표주자 다음도 해내지 못한 큰 폭의 흑자를 이미 지난해에 실현했다는 것만으로도 NHN은 충분히 주목받았던 것이다.
NHN은 올해 역시 600억원 매출에 영업이익 240억원을 거둘 것으로 예상한다.
수익성에선 이미 다음을 넘어섰다는 것을 충분히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핵심모델 수익모델화, NHN 합격점


하지만 이런 수치를 받아들고도 애널리스트들은 선뜻 NHN이 다음을 제치고 인터넷 황제주가 됐다고 이야기하지 않는다.
인터넷 기업의 특성 때문이다.
인터넷 기업의 가치를 분석할 때는 주로 성장성과 수익성 두가지 측면으로 접근한다.
다른 업종과 큰 차이를 보이는 지점은 성장성과 관련해서다.
인터넷 산업이 아직 초기단계라는 점을 감안해 성장성을 가장 중요한 지표로 놓고 기업을 분석하곤 한다.
현재의 수익도 중요하지만 성장성이 큰 기업에 더 높은 점수를 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아직은 NHN보다는 다음이 조금 더 우위에 서 있다는 분석이 많다.
다음의 중심 서비스인 카페와 메일이 커뮤니티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다.
커뮤니티 성격이 강할수록 이용자들의 충성도와 트래픽(방문자 수)이 높아 이를 기반으로 여러가지 수익사업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다음이 단기간 동안 쇼핑몰 매출을 급격히 올릴 수 있었던 것도 트래픽이 뒷받침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NHN이 좀더 우수하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NHN이 자신들의 핵심 서비스인 네이버와 한게임에서 모두 수익모델을 만드는 데 성공한 것에 높은 점수를 줘야 한다는 것이다.
인터넷 광고 이외에서 자신들의 핵심 서비스를 모두 수익모델화하는 데 성공한 인터넷 기업은 거의 없다.
다음 역시 자신들의 핵심 서비스인 커뮤니티와 메일 자체는 수익모델로 바꾸어내지 못하고 있다.
NHN은 수익모델 개발이라는 면에서 단연 돋보인다는 평가다.


때문에 대신증권 강록희 연구원은 “현재 성장성에선 다음이, 수익성에선 NHN이 앞선다”는 평가를 내린다.
이것은 마치 다음은 여전히 숙제를 끝내지 못하고 있지만, NHN은 이미 숙제를 완성한 뒤 평가를 기다리는 것과 같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두 기업의 숙제 가운데 어느 것이 더 수준작이 될지는 조금 더 두고 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앞으로 2~3년이 지나면 지금 보이는 두 기업의 수익모델에 따른 수익구조 차이는 거의 없어질 것이란 예측이다.
현재 다음의 주 수익원은 3가지다.
2002년 3분기를 기준으로 할 때 전체 570억원 매출 가운데 인터넷 광고 매출이 110억원, 쇼핑몰 매출이 406억원, 아바타나 웹게임 등을 포함한 거래형 서비스 매출이 54억원을 차지한다.
쇼핑몰 매출을 수수료 기반으로 바꾸어도 이익 기여도로 보면 광고가 30% 이상, 쇼핑몰이 22% 정도로 여전히 광고 비중이 높다.


반면 NHN의 주 수익원은 4가지로 나뉜다.
3분기 전체 매출 202억원 가운데 광고 등 마케팅 서비스가 52.3억원으로 25.9%, 쇼핑몰이 13억원으로 6.5%, 검색 서비스에 광고를 연결한 프리미엄 검색 매출이 45.9억원으로 22.7%, 한게임에서 나오는 프리미엄 게임 매출이 86.1억원으로 42.7%를 차지한다.
아직까지 다음은 광고와 상거래에 집중돼 있고, NHN은 광고와 게임에 강점을 두고 있는 모습을 띤다.
하지만 2~3년 정도 진화를 거치면 이런 차이는 점점 줄어들어 서로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게 될 것이란 이야기다.
결국 본격 경쟁은 다른 싸움터에서 벌어질 수밖에 없다.
지금과는 또 다른 사업모델을 누가 강력하게 보이는가에 따라 승패가 갈린다는 것이다.



“무선인터넷에서 일단 붙자”


이를 위해 두 기업이 지향하는 방향에선 다소 차이가 드러난다.
다음은 미디어 기업으로 가닥을 잡아갈 것이란 전망이다.
최근 기자 출신 인력을 적극 채용하는 등 미디어본부를 강화한 것을 두고 이런 예측은 더 힘을 얻었다.
현재 이용자들의 충성도를 강하게 유지하고, 광고주들에게 더 매력적으로 다가서기 위해선 미디어로 발전시키는 것이 필연적이란 분석도 있다.


하지만 미디어로 나아가는 것이 그다지 쉬운 길은 아니다.
“인터넷 비즈니스에서 성공하기 위해선 온라인이 단순한 부가적 채널이 아니라 오프라인이 대치할 수 없는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 새로운 부가가치를 생산할 수 있어야 한다.
다음이 미디어사업을 한다면 새로운 쌍방향 미디어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 LG투자증권 이왕상 연구원은 다음이 미디어로 나아가기 위해선 게임인 ‘리니지’나 경매 사이트인 이베이처럼 기존에 있던 것으로는 대치할 수 없는 새로운 미디어를 만들어야만 한다고 이야기한다.


NHN은 강점인 한게임 서비스를 어떻게 다각적으로 수익모델화하는가가 관건이다.
현재의 웹게임만으로는 조금 불안하다는 평가도 있다.
웹게임은 경쟁 진입이 그다지 어려운 것이 아니어서 더욱 그렇다.
이미 게임산업이 성숙기에 들어섰다는 시각도 그런 평가를 뒷받침한다.
NHN은 그런 평가를 바꾸기 위해 최근 게임 퍼블리싱에 적극 뛰어들기로 했다.
프리스턴 테일 등 유명 게임을 사다가 사용자들에게 직접 배급하는 것이다.
2천만명인 한게임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충분히 펼칠 만한 서비스라는 이야기다.


여기에 덧붙여 한게임을 엔터테인먼트 포털로 발전시킨다는 복안도 가지고 있다.
한게임 이용자들을 다른 엔터테인먼트로 확장하는 것이 다른 것보다는 훨씬 쉽다는 판단에서다.
“게임은 놀이공간이라는 의미를 지닌다.
여기엔 취미가 같은 사용자 커뮤니티 성격도 녹아 있다.
머무는 시간도 매우 길다.
이들을 적극 활용할 수 있다.
” NHN 김범수 사장은 내년엔 다양한 엔터테인먼트를 한게임에 반영하기 위한 고민을 주로 할 계획이라고 이야기한다.


싸움터로 한정한다면, 차세대 황제자리를 위한 제1차 격전지는 무선인터넷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무선인터넷시장의 성장성은 예측이 힘들 정도로 무궁무진해 승패는 여기에서 좌우될 것이란 이야기다.
무선인터넷에서 누가 더 발군의 실력을 보일까에 대해선 다음쪽의 손을 들어주는 전문가들이 조금 더 많다.
커뮤니티 기반 서비스가 무선인터넷에서 조금 더 유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알 수 없는 일이다.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던 시장에서 벌이는 싸움인지라 예상치 못했던 기발한 답안이 언제든 나올 수 있다.
세이클럽의 아바타 서비스가 이렇게 번성할 수 있었으리란 걸 3년 전 누가 예상이나 할 수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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