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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기사2. 일본 - 수렁에서 나와 일단 숨돌릴 듯
관련기사2. 일본 - 수렁에서 나와 일단 숨돌릴 듯
  • 오태헌/ 노무라연구소 서울지
  • 승인 2003.01.0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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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3분기 동안 일본의 실질 GDP는 2분기에 비해 0.7% 성장했다.
이로써 일본 경제는 3분기 연속 플러스 성장을 이어가면서, 연초 이후 경기가 회복기조로 돌아선 것을 실증해 보였다.
그럼에도 2003년 일본 경제에 대한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으로 남아 있다.
재고 순환곡선에 따를 경우, 수출과 광공업생산 감소세가 분명하게 나타나는 것을 알 수 있다.
제조업 활동을 중시하는 종래의 경기판단 기준에 비추어볼 때, 지난해 연초 이후 지속된 경기회복 국면이 이제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보는 게 설득력을 지닐 만한 상황이다.


그렇다고 일본 경제가 심각한 경기침체에 빠지지는 않을 것이란 게 경제 전문가들의 대체적 견해다.


가장 큰 이유는 앞으로 수출이 크게 침체될 가능성이 상당히 낮다는 점을 들 수 있다.
2000년 후반부터 지난해 초에 걸쳐 수출이 급속하게 줄어들다가 다시금 빠르게 회복된 현상을 분석해보면, 일본의 수출이 미국의 재고순환에 크게 영향을 받았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1993년 이후 높은 성장세를 유지하던 미국의 ‘실질 최종수요’는 2000년 2분기에 정점에 이른 다음 급속하게 줄어들었다.
최종수요가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것을 전제로 생산활동을 벌여왔던 미국의 제조업자는 갑작스러운 수요감소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채, 과다한 재고부담을 떠안게 됐다.
이 과정에서 결국 미국의 대외수입이 줄어들었고, 이 여파로 전세계 해당국가의 무역활동 축소가 나타났다는 얘기다.


반면, 재고순환 과정에서 재고가 신속하게 감축된 결과, 2001년 후반에서 2002년 초에 걸쳐서는 재고복원 동향이 강해지면서 전세계적으로 생산과 무역활동이 빠르게 회복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제 다시금 재고복원 과정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게 됨에 따라, 일본의 대외수출도 줄어들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현재 시점에서 볼 때, 미국에서 또 한차례 심각한 재고조정 과정이 시작될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인다.
미국에서 재고가 늘어나려면 최종수요가 한차례 큰 폭으로 줄어들어야 하는데, 대출금리 인하로 이자 부담이 줄어든 게 가계 현금 흐름을 지탱하고 있기 때문에 개인소비가 갑작스레 줄어들 가능성은 높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의 최종수요가 큰 폭으로 줄어들 가능성이 낮다는 말은 결국 일본의 수출이 또 한차례 크게 감소할 가능성도 그만큼 낮다는 말과 같다.


또 한가지 고려할 만한 것으로는 일본 정부의 불량채권 최종처리가 실질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점을 들 수 있다.
노무라종합연구소가 분석한 바에 따르면, 오는 2004년까지 주요 은행의 불량채권비율을 현재의 절반 정도로 낮추겠다는 일본 정부의 ‘금융재생 프로그램’에 따라 불량채권 처리가 이루어지더라도 GDP성장률을 떨어뜨리는 효과는 아무리 높게 잡아도 0.2%를 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은행의 재무제표상에서 불량채권을 처리하는 것과 실제적으로 기업이 청산되는 것은 반드시 동일한 게 아니다.
불량채권의 최종 처리과정에서 이른바 ‘청산형 처리’가 차지하는 비중이 10% 정도일 경우, GDP를 떨어뜨리는 효과는 0.1%를 넘지 않는다.
앞으로 일본경제가 극심한 침체에 빠질 가능성은 그만큼 낮아지는 셈이다.


한편 일본 정부와 여당은 2002년도 추경예산의 골격을 정했다.
추경예산안은 올해 1월에 소집되는 정기국회에 제출될 예정이므로, 추가투자분에 대한 집행은 새해에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 하더라도 올해 GDP의 명목 고정자본 형성은 전년 대비 10% 정도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세금수입이 크게 감소해 지방교부세 재원의 부족을 초래했기 때문에 올해에는 지방교부세 교부금이 큰 폭으로 삭감될 가능성이 있다.
이렇게 되면 지방자치단체가 단독으로 추진하는 사업은 줄어들 게 분명하다.
그만큼 올해에도 여전히 재정정책은 디플레이션 색채를 강하게 띨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올해에 대규모 재정지출이 있을지 여부는 정국 변화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4월에 있을 통일지방선거와 9월의 자민당 총재선거를 앞두고 내각지지율이 낮은 상태를 맴돌 경우, 정부가 정책기조를 바꿀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다만 현재 지지율이 일정 수준을 유지하는 상황임을 감안한다면, 그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고 보는 게 맞다.
이 말은 곧 올해에도 재정지출에 따른 경기회복을 기대하는 건 어렵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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