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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의 명가] ‘100년 손님’ 맞는 장모님의 정성
[맛의 명가] ‘100년 손님’ 맞는 장모님의 정성
  • 김순경/ 음식 칼럼니스트
  • 승인 2003.01.0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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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모님해장국은 이천~장호원간 산업도로가 영동고속도로 이천IC 아래를 막 벗어날 무렵 우측에 앉은 대월면 사동마을에 자리잡고 있다.
서울방향에서 영동고속도로 이천IC로 접근하면서 우측으로 내려다보이는 마을이다.


주인 권순용(65) 아주머니는 1970년대 중반 영등포 재래시장 앞에서 우창이란 한식집을 경영하면서 해장국 잘하는 집으로 이름을 날렸다.
해장국에 관한 한 25년이 넘는 손맛을 자랑한다.


상호가 장모님해장국인 것은 사위인 인기 코미디언 이홍렬씨가 장모님이 이천에 해장국집을 여는 것을 보고 장모님해장국이란 간판을 직접 써들고 와 자신의 사진과 함께 달아주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내력만큼이나 해장국맛이 남다르다.
이천지역은 물론 서울과 강원도에서까지 고객이 이어지고, 이천, 여주, 용인지역내 골프장 이용객들이 줄지어 찾아든다.


해장국은 우거지와 콩나물을 넣고 끓인 맑은 국물에 선지를 얹어 낸다.
담백하면서 시원하고 신선한 선지와 아작아작 씹히는 콩나물이 다른 곳에서 맛볼 수 없는 경지다.


국물을 내는 사골은 이천과 장호원지역에서도 구할 수 있지만, 신선하고 깊은 맛을 내기 위해 강원도 평창군 대화도축장까지 내려가 황소 사골과 등뼈를 골라온다고 한다.
또 뼈를 삶을 때에도 담백하고 시원한 맛을 내기 위해 맑은물에 충분히 씻어 처음 한차례 삶은 국물은 물론, 두번째 삶은 국물도 제 빛깔이 안 나면 부어버린다고 한다.


이렇게 정성을 들인 사골과 등뼈에서 우러난 뽀얀 국물에다 선지를 찔 때 배어나온 국물과 암소의 애기집과 양 삶은 국물을 조미료 대신 가미해 맛을 돋운다고 한다.


하나하나의 과정을 직접 맛을 보아가며 큼직한 솥에 담아 설설 끓이다가, 손님이 찾아들 때마다 뚝배기에 국물을 붓고 우거지 삶은 것과 데친 콩나물,애기집과 양 삶은 것을 한줌씩 얹어 한번 더 끓이다가 선지를 한덩이 얹어 낸다.


찬도 배추김치와 깍두기, 물김치, 겉절이 등 김치류를 고루 갖춰내고, 마늘장아찌와 오이지무침 등을 곁들인다.
또 뜸을 폭 들인 이천쌀밥도 탕국 맛을 한차원 높이는 데 큰 몫을 한다.


양념이 고루 들어간 탓도 있겠지만 국물은 국물대로 시원하면서 깊은 맛이 제대로 나고,탁한 피를 말끔히 가라앉혀 맑은 피만을 떠서 쪄냈다는 선지도 쫀득할 정도로 탄력있고 고소한 맛이 웬만해서는 흉내낼 수 없는 경지다.
어느 하나 흠잡을 데가 없어 보이는 완벽한 모습의 선지해장국을 오랜만에 맛보는구나 싶다.


선짓국 외에 평창에서 사골과 함께 들여온다는 도가니탕도 무릎뼈가 그대로 붙은 채 담아내는데,국물이 손에 닿으면 손가락이 착착 달라붙을 정도로 진하고 고소하다.


권씨와 며느리가 자리를 지키는 50석 규모의 정갈한 식당은 언제나 가족 같은 분위기로 고객들을 맞아 누구에게나 장모님 품 같다는 인상을 안겨준다.


해장국 5천원, 도가니탕 8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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