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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 현창수 / 에스피지 사장
[사람들] 현창수 / 에스피지 사장
  • 이승철 기자
  • 승인 2003.01.0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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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국내외에서 95억원의 신규 계약분을 확보해놓았어요. 새해에는 무조건 매출목표를 초과달성할 겁니다.


일본 제품이 독주해온 세계 기어드모터시장에서 자체 기술력을 앞세운 한 국내 업체가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인천 남동공단에 자리잡은 (주)에스피지는 국내 기어드모터시장의 1등 업체다.
기어드모터는 모터에 감속기를 붙여 무거운 것을 천천히 작동시키는 기능을 한다.
냉장고문, 자동문, 자동의자, 컨베이어벨트 메인 구동용, 지폐개수기, 의료기기 등에 두루 쓰인다.
에스피지는 지난해 11월 NT(신기술) 마크를 딴 업체 중 수출성장률이 높은 업체에 주는 대통령표창 신기술유공기업상을 받았다.
게다가 12월에는 기어드모터가 산업자원부로부터 세계일류상품으로 인증받아 연말에 경사가 겹쳤다.


2002년부터 에스피지를 이끌고 있는 현창수(43) 사장은 드물게 보는 정통 영업맨 출신이다.
그는 제일화재를 거쳐 신동아화재에서 기업보험업무를 담당하던 시절, 에스피지의 전신인 성신정공 회장과 맺은 인연으로 1994년에 전격 스카우트됐다.
“회장으로부터 국내영업과 수출업무를 맡아달라는 요청을 받았어요. 보험업이 똑같은 상품을 가지고 영업맨 자신을 판매하는 것인 반면, 차별화된 제품을 파는 일은 훨씬 쉬울 것 같아 이직을 결심했죠.” 현 사장은 입사하자마자 타고난 수완을 발휘해 에스피지의 국내외 영업망을 혼자서 꾸리다시피 했다.
어느 해에는 1년새 국내외 전시회 13군데를 돌며 자사 제품의 인지도를 높이는 데 전념했다고 한다.
그 결실로 현재 20개 나라, 26개 대리점을 통해 매출의 40%를 수출하며, 국내시장의 60%를 점유하고 있다.


그는 줄곧 영업만 파고든 끝에 총괄이사를 거쳐 지난해 초 젊은 나이에 대표이사까지 올랐다.
“기술분야와 마케팅분야는 분명 다르지만, 저를 CEO로 발탁한 것은 회사가 마케팅에 더욱 중점을 두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입니다.
CEO의 책무는 인간 경영인 만큼, 각 분야를 적절히 조화시키며 경영에 도움을 줄 자신감이 있어 대표이사직을 흔쾌히 수락했어요.” 그는 취임하자마자 사장 집무실을 없애고 회의실로 바꿨다.
사원들과 나란히 앉아 일하는 그의 모습에서, 사장의 권위나 근엄함은 찾아보기 어렵다.


에스피지는 올해 매출액이 330억원으로, 매년 20~30%씩 높은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다.
2003년에는 미국 전자회사에 45억원 수출, 일본 S전자회사에 35억원 주문자상표부착(OEM) 수출 등 95억원어치 신규계약을 이미 확보해 한결 여유있는 모습이다.
“새해에는 중국 시장을 중점 공략할 겁니다.
베이징, 퉁관 등지에 6개 대리점을 신설해 모두 10곳으로 늘립니다.
중국 시장을 놓고 대만 제품과 전면전을 치르게 될 텐데, 우리 제품이 10% 정도 비싸긴 하지만 기술력이 5년이나 앞서 있어 별 어려움은 없을 겁니다.


미국의 한 경쟁사가 3년 전 에스피지를 1천억원에 인수하겠다고 제의한 적이 있다고 한다.
그러나 경영진은 이를 거절했다.
2002년 7월 코스닥에 등록한 에스피지의 현재 시가총액이 400억원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외국에서 에스피지의 가치를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 가늠할 만하다.
“몇년 전 우연히 미국 전시회에 갔다가 현지 업체에 우리 기어드모터 단가를 8달러로 제시했어요. 저는 손을 벌벌 떨며 눈 딱 감고 높은 가격에 베팅한 거였는데, 미국 경쟁사의 당시 단가는 14달러였어요. 덕분에 미국 시장을 상당히 빼앗아 왔죠.”

에스피지는 현 사장의 나이와 사고방식만큼이나 젊고 빠르게 움직인다.
“직급별 회의를 차례로 거쳐 금요일 임원회의에서 주요 의사결정을 하므로 사내에 독단적 결정이 없고 항상 수평, 수직 대화로 문제를 해결합니다.
” 에스피지에는 지금까지 노동조합이 없다.
하지만 현 사장은 “이만한 매출과 인력을 갖고도 아직 노조가 없으니 남동공단에서 우리를 주타깃으로 삼을지도 모르겠다”고 우스갯소리를 할 만큼, 회사의 저력에 강한 자신감을 나타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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