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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 한복환 / 신용회복지원위원회 사무국장
[사람들] 한복환 / 신용회복지원위원회 사무국장
  • 장승규 기자
  • 승인 2003.01.10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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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27살로 평범한 회사원입니다.
저의 과실로 카드사와 할부금융사에 적지 않은 부채를 지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성실하게 카드를 사용했지만, 올해 초 어머니 병환 때문에 현금서비스를 받았습니다.
끝내는 몇개 카드로 이리저리 돌려막다가 이젠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원금과 이자가 불었습니다.
어떻게든 제가 저지른 일을 제 힘으로 해결하고 싶어요. 솔직히 도와줄 분도 안 계시구요. 해결방법을 알려주시면 다시 한번 성실히 갚아나가겠습니다.
도와주세요.”

지난해 11월부터 본격 활동에 들어간 신용회복지원위원회 www.crss.or.kr에는 이런 애타는 사연이 하루에도 수십건씩 접수된다.
특히 신용회복지원 신청자격이 대폭 완화된 지난해 12월24일부터는 정말 “눈코 뜰 새 없을 정도로” 상담이 폭증하고 있다.
신용불량자 275만명 시대라는 말을 실감하게 하는 현상이다.


“사실 우리 같은 곳이 바빠서는 안 되는데….” 한복환(48) 신용회복지원위원회 사무국장은 요즘 바쁘지 않느냐는 첫인사에 쓴웃음을 짓는다.
신용회복지원위원회는 지난해 논란 끝에 도입된 ‘개인 워크아웃’ 제도의 실제 운영을 맡고 있는 기구다.
“자본주의 사회에선 신용불량자가 생길 수밖에 없어요. 어느 정도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는 거죠.” 그렇다고 신용불량 문제를 순전히 개인의 몫으로만 돌릴 수도 없다.
조금만 도와주면 빚을 갚아 신용불량자에서 벗어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도와주는 것이 사회 전체적으로도 이득이다.
신용불량자들을 막다른 곳으로 내몰기만 해서는 사회안정을 유지하기 어렵다.


“미국에선 1951년에, 일본에서는 87년에 신용회복지원 기구가 만들어졌어요. 우리나라의 경우 한참 늦은 거죠.” 한복환 사무국장은 우리 사회가 좀더 일찍 신용불량자 지원에 관심을 가졌더라면 카드 대금을 갚기 위해 술집에 나가거나 빚에 몰려 자살하는 극단적 사태까지는 피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아쉬워한다.


채무자를 돕기 위해 신용회복지원위원회가 쓰는 방법은 상환 연장, 분할 상환, 이자 조정, 변제 유예, 채무 감면 등이다.
물론 엄격한 사전심의를 거쳐야 이러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빚을 갚지 않아도 된다는 ‘도덕적 해이’를 막기 위해서다.
원금을 깎아주는 것은 그래서 웬만해선 기대하기 어렵다.
위원회에서 채무자의 상황을 고려해 적절한 채무재조정안을 만들어 통과시키면 금융회사들은 ‘공동협약’에 따라 이를 수용한다.
2군데 이상 금융회사에 3억원 이하의 채무가 있는 신용불량자, 즉 ‘다중 채무자’가 개인 워크아웃을 신청할 수 있다.
한군데 금융회사에만 채무가 있으면 해당 금융회사에서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신용회복지원 프로그램을 이용해야 한다.


한복환 사무국장은 “처음엔 신용회복지원위원회로 넘어가면 빚을 아예 못 받게 된다고 생각한 금융회사들이 비협조적 태도를 보여 어려움이 많았다”고 말한다.
지원 신청에 필요한 부채 확인서를 제대로 발급해주지 않은 것이다.
게다가 신용불량자들도 좀처럼 신용회복지원위원회의 문을 두드리지 않았다.
개인 워크아웃 제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데다, 금융 거래를 아예 끊고 숨어사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던 탓이다.
하지만 지금은 사정이 훨씬 나아졌다.
지난해 12월23일 신용불량자 20명의 채무재조정안이 처음으로 통과된 데 이어, 12월30일에는 21명이 추가됐다.
한복환 사무국장은 “전체 신용불량자의 10~20%인 20만~30만명이 개인 워크아웃 적용대상인데, 올해 이중 5만명 정도의 채무재조정안을 처리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복환 사무국장은 금융감독원에서 오랫동안 신용정보팀장을 맡아오다가 신용회복지원위원회 설립에 주도적 역할을 했다.
그는 어린이 금융교육의 필요성을 가장 먼저 제기한 사람 중 하나다.
신용불량자 구제보다는 신용불량자가 되지 않도록 어릴 때부터 교육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게 그의 지론이다.
가장 확실한 방법은 정규 교과과정에 금융교육을 포함시키는 것이다.
그는 신용회복지원위원회도 장기적으로는 서민들의 신용과 부채의 관리를 상담하고 교육하는 기관으로 발전해야 한다고 믿는다.
이를 위한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 그의 올해 가장 큰 소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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