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0 13:45 (토)
[사람들] 최병호 /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실장
[사람들] 최병호 /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실장
  • 이승철 기자
  • 승인 2003.01.17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국민연금 지역가입자의 보험료 납부율은 77%에 불과하다.
보험료가 급여에서 원천징수되는 사업장 가입자의 납부율이 98%인 것과 대조를 이룬다.
왜 이럴까. 가장 큰 이유는 국민연금의 장래를 불신하기 때문이다.
1999년부터 전국민 연금시대가 열리면서 가입자 수가 1600만명을 넘었지만, ‘나중에 연금을 제대로 받을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이 줄기는커녕 점점 높아지는 추세다.


오는 2044년에 국민연금 재정이 완전히 고갈될 것이라는 한 연구결과가 새해 벽두에 발표됐다.
최병호(47)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사회보장연구실장은 “현행 9%인 보험요율을 계속 유지한다면 2030년대 초부터 연급지급액이 불입액보다 많아지는 수지역전이 발생하고, 2044년이 되면 재정이 바닥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부가 지금까지 재정고갈시점으로 밝힌 2047년보다 3년이 더 앞당겨진 결과다.
“국책연구원에 있으면서 정부의 입장과 다른 개인적 견해를 밝혔더니, 복지부에서 전화가 걸려오는 등 주변에서 말이 많네요.”

그는 대안으로 재정운용 방식을 ‘적립방식’으로 바꿀 것을 조심스레 주장했다.
적립방식이란 연금가입자가 평생 적립한 원금과 이자만큼만 나중에 수령하는 것이다.
“연금재정이 적자를 보지 않으려면 적립방식이 가장 바람직합니다.
보험료를 내기 어려운 저소득층은 기초연금제나 국민기초생활보장제 등 보완조처로 해결하면 됩니다.
” 반면 현행제도는 그해 연금지급액을 그해 노동자가 부담하는 ‘부과방식’에 가깝다.
즉 지금 일하는 노동자가 낸 보험료를 재원으로 은퇴한 노인이 연금을 수령하는 일종의 사회부양시스템이다.


현행방식의 문제점은 사회가 급속도로 고령화하면서 노인층이 연금혜택을 더 누리는 만큼, 젊은층의 부담이 점점 커지는 것이다.
“이대로 간다면 향후 보험요율을 2030년에 15.6%, 2050년 31%, 2080년에는 35%까지 높여야 수지균형을 맞출 수 있어요. 시간이 흐를수록 수급자가 많아지니 제도를 고치기가 어려워져요. 적립방식으로 개선하는 것은 빠를수록 좋습니다.


최 실장은 KDI를 거쳐 95년부터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재직하면서 연금, 건강보험, 재정정책 등 사회보장분야를 연구해왔다.
경제학 박사인 최 실장은 사회복지를 바라보는 시각에도 비용효과 등 경제적 논리가 빠져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