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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 윤인섭 / 그린화재 대표이사 - 생보사 출신 첫 손보사 CEO
[사람들] 윤인섭 / 그린화재 대표이사 - 생보사 출신 첫 손보사 CEO
  • 이승철 기자
  • 승인 2003.01.2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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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보험사의 CEO가 손해보험사의 CEO로 변신하는 경우는 여태껏 한번도 없었다.
지난달 윤인섭(47) 그린화재 대표이사가 첫 테이프를 끊었다.
그린화재는 경영부실로 2001년 공적자금 740억원이 투입됐던 국제화재가 현 대주주에게 매각되면서 바뀐 이름이다.
그린화재는 10개 손보사 중 영업실적이 최하위다.
지난해까지 꼴찌였던 리젠트화재가 얼마 전 망하면서 꼴찌로 전락하는 불명예를 안았다.
윤 대표는 위기에 처한 그린화재를 구하기 위해 2002년 4월 부사장으로 전격 영입됐고, 12월에는 대표이사 자리에 취임했다.


윤인섭 대표는 생보업계에서 명성을 떨친 CEO 출신이다.
그는 교보생명과 라이나생명, ING생명(옛 네덜란드생명)을 차례로 거쳤다.
1990년 ING생명에 차장으로 입사한 윤 대표는 4년 만에 사장에 오르는 ‘짜릿한’ 초고속 승진을 경험했다.
“회사에서 나를 믿고 많은 투자를 했고 나는 거기에 보답했다는 자부심을 느낍니다.
약 1천명이던 영업조직이 6개월도 안 돼 200명 아래로 줄었지만 뜨내기가 아니라 제대로 일할 사람만 골라 뽑았고, 업계 최초로 2년치 수당을 선지급하는 파격 시도도 감행했어요.”

그는 외국계 ING생명을 이끌면서 원칙경영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실감했다.
“교과서에 나오는 원칙대로, 국제기준에 맞춰 고지식할 정도로 정직하게 경영했더니, 망해가던 회사가 살아나더군요. 자산운용에서 주식에는 절대 손대지 않고 채권도 우량 정부채권에만 투자하는 식으로 보수적으로 경영했어요. 그 결과 IMF 시기에 부실채권이 하나도 없었기 때문에 반사이익을 누리며, 97~99년 3년 연속 업계 성장률 1위를 질주할 수 있었죠.”

쉽게 믿기지 않는 성공스토리다.
윤 대표는 직장생활을 하면서 89년 공인회계사 시험에 합격했고, 독학만으로 수준급 영어를 구사하는 노력파이기도 하다.
ING생명 사장직을 그만둔 뒤 1년간 미국 생활을 하는 동안 AICPA(미 공인회계사) 자격까지 획득했다.
대표적 부실금융사로 꼽히던 그린화재를 책임지게 된 그의 심정은 어떨까. “처음 그린화재 직원들을 접했을 때, 예상보다 자질이 뛰어나고 순수한 점이 인상적이었어요. 하지만 조직이 온상에서 자랐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고, 바깥 움직임에 둔감한 탓에 경쟁력이 취약해졌다고 진단했다”고 냉정히 평가한다.


전신인 국제화재가 무너진 이유는 대주주의 투자 잘못 때문이었다.
한보철강, 기아자동차, 동아건설 등 부실기업에 줄줄이 투자했고, 기아차에는 거액의 대출까지 해줬다고 한다.
한마디로 경영자에게 ‘위험관리’라는 개념이 없었던 것이다.
이러한 회사 이력을 감안하면, 원칙경영의 대가인 윤 대표는 적임자로 여겨진다.
“그린화재의 월매출은 300억원에도 못미칩니다.
업계 선두 삼성화재의 14분의 1이죠. 작지만 튼튼한 회사를 만드는 게 우리의 살 길인 만큼, 차별화한 상품을 가지고 타깃 마케팅으로 돌파구를 마련하겠어요.”

윤 대표가 선보인 첫 작품은 RV(레저용차량) 전용 보험상품이다.
직원들의 명함마다 ‘RV는 그린화재’라는 문구를 새길 정도로, RV상품에 전사적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대형사가 쳐다보지 않던 틈새시장을 우리가 선점한 것입니다.
싼 보험료와 양질의 서비스로 RV상품을 20만대, 시장점유율 20% 이상까지 확보한다면, 우리 회사는 살아날 것으로 확신합니다.


손보와 생보의 차이점을 물어봤다.
“손보는 상품 수가 많고 매년 계약을 경신해야 하는 단기상품이어서 다이내믹한 맛이 있어요. 반면 생보는 상품이 단순하면서도 시장규모가 훨씬 크고 장기간이어서 깊이가 있죠. 대리점 중심의 손보사와 달리, 생보사는 영업조직이 군대식으로 강해요. 이같은 생보사의 장점을 그린화재처럼 비교적 작은 조직에 접목한다면, 상당한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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