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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씽크머니] 은행에 처박아둔 여윳돈 퓨전 상품으로 갈아타라
[씽크머니] 은행에 처박아둔 여윳돈 퓨전 상품으로 갈아타라
  • 이원재 기자
  • 승인 2003.01.3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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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원 박아무개(39)씨는 고민에 빠졌다.
주가가 점점 낮아지고 있어서, “이제는 정말 주식에 투자해야 할 때”라면서 증권계좌를 다시 트는 친구들이 늘어나고 있다.
역사적으로 보면 주가가 낮은 수준이기는 하다.
게다가 올해는 부동산이 소강상태에 접어들고 그 돈이 주식시장으로 몰려들면서 주식이 뜰 차례라는 얘기들도 설득력있게 들린다.


그러나 자금을 은행 이외의 다른 곳에 맡겨본 일이 없는 박씨는 여전히 자신이 없다.
주식투자는 왠지 불안하다.
미국과 이라크 사이의 전쟁이 언제 터질지 모른다고 하지 않는가. 조금 잦아들고 있기는 하지만, 북한 핵문제가 언제 다시 불거질지 아는가. 올해도 경기는 좋지 않다는 비명이 기업들로부터 새어나온다.
주식을 투자했다가 5년 전 IMF 구제금융 때나 2년 전 9·11 테러사건 때처럼 홀랑 날려먹는 건 아닌지 불안하기만 하다.


그렇지만 은행에 처박아둔 자금을 그대로 방치하기는 정말 아깝다.
지금 예금금리는 연 5%에도 미치지 못한다.
여기서 세금을 떼면 거의 제로에 가깝다.
물가상승률까지 감안하면 장롱에 돈을 넣어두는 것이나 거의 마찬가지가 될지 모른다.
이제는 어느 정도 모인 목돈을 굴려서 늘려가면서 슬슬 노후를 대비해야 할 것 아닌가.

결국 박씨가 고심 끝에 골라낸 상품은 예금과 주식과 채권을 혼합해 원금 손실을 막아주면서도 주가가 오르면 수익을 안겨다주는 ‘퓨전형’ 금융상품들이다.
주가지수에 따라 금리가 바뀌는 주가지수 연동형 정기예금 상품들과, 주식에 투자했다가 일정한 수익률을 거두면 안전한 채권으로 전환되는 전환형 펀드들이 그런 성격을 띠고 있다.



원금 손실은 막고 주가 오르면 +α


주가가 낮은 수준으로 떨어지고 동시에 장기적 저금리 전망도 이어지면서, 원금을 보장해주되 주가상승에 따라 예금이자를 올려 지급하는 정기예금 상품이 은행권에서는 가장 대표적 ‘퓨전형 상품’으로 떠오르고 있다.
기존의 정기예금이 가입시점에 확정된 이자를 만기에 지급받는 것이라면, 요즘 떠오르는 퓨전형 정기예금은 예금이자를 주가지수(주로 코스피200)옵션이나 금리옵션과 같은 장외파생상품으로 투자해 더 큰 수익을 기대하는 정기예금이다.
이 정기예금은 기본적으로 원금은 보장하고 연 2% 정도 기본이자를 보장하는 형태도 있어, 투자위험 높은 펀드상품은 불안하고 낮은 금리의 확정금리상품에는 양이 차지 않는 안정 성향의 투자자 사이에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특히 요즘 나오는 퓨전형 정기예금은 원터치형, 상승형 등 다양한 형태라 취향에 따라 고를 수 있다.
이 가운데 원터치형은 예금가입기간 중 아무 때나 한번만 목표 주가지수에 도달하면 보너스 금리를 지급한다.
가입기간 중에 한번만 목표 지수에 도달하면 되므로 만기시점에는 설령 주가지수가 하락하더라도 별 상관이 없다.
하지만 가입기간 중 한번도 목표 주가지수에 이르지 못했다면 보너스 이자는 지급되지 않는다.
목표 달성 기간은 정기예금 만기까지 가능하기에 길지만 대신에 보너스 이자는 전액 아니면 0이다.
만기일에 단기적으로 주가가 낮을 경우 금리를 아예 받지 못하게 되는 단점 때문에 일부 금융사에서는 만기일의 주가지수만 따지는 게 아니라 가입기간 중 여러 번에 걸쳐 주가지수에 맞춰 금리를 조정하기도 한다.
씨티은행 지수연동예금을 보면, 만기는 18개월이지만 가입기간 동안 3개월에 한번씩 여섯차례에 걸쳐 지수 수준에 따라 금리를 조정한다.



금리 향방에 따라 이자 정하기도


이에 비해 상승형은 예금만기 시점의 주가상승률에 따라 보너스 이자를 차등 지급한다.
원터치형과는 달리 가입기간 중의 주가와는 관계없이 최종적으로 정기예금 만기시점의 주가지수가 얼마나 올랐는가에 따라 거기에 비례해 보너스 이자가 결정된다.
보너스 이자가 0부터 최고이율 사이에서 결정되지만 주가상승률은 만기시점에서의 최종주가지수를 기준으로 한다는 점이 다르다.


원금만 보장되는 상품(적극투자형)과 원금보장 외에 연 2% 정도의 기본금리를 보장(안정투자형)하는 상품 가운데서 선택할 수 있다.
안정투자형은 기본금리를 보장하는 대신에 보너스 이자가 상대적으로 적다.


주가지수 예측보다는 금리 예측을 더 정확하게 할 수 있다고 자신하는 투자자라면, 금리연동형 정기예금에 관심을 가져볼 만도 하다.
금리연동형은 주가지수 대신 시장금리의 움직임에 따라 이자를 달리 준다.
특히 주가지수연동형이 주가지수가 올라야만 이익을 얻도록 설계돼 있는 데 견줘, 금리연동형 예금 중에서는 금리가 하락해야 보너스 이자를 받을 수 있거나, 또는 금리 변동폭이 크거나 작아야만 보너스 이자를 받을 수 있는 다양한 상품이 있다.


금리 향방을 선택하는 형태의 예금은 가입자가 만기 때의 특정 시장금리가 가입시점보다 올라갈지 또는 떨어질지를 미리 예측한 뒤, 그 결과에 따라 보너스 이자를 차등 지급하는 형태다.
여기서는 금리가 오를지 떨어질지를 맞춰야 보너스 이자를 받으며, 등락폭에 따라 보너스 이자의 크기가 달라진다.
또 금리변동폭을 예측하는 상품도 있다.
이런 상품은 매일매일의 특정 시장금리가 은행에서 정한 금리변동폭 안에서 움직이는 날에는 보너스 이자를 주고, 그렇지 않은 날에는 보너스 이자를 지급하지 않는다.
이 상품에서는 오히려 금리가 제자리걸음일 때 더 많은 보너스 이자를 받을 수 있다.



고수익 욕심날 땐 전환형 펀드를


원금 보존도 중요하지만 기왕 여윳돈을 맡기는 것, 조금 더 높은 수익을 노려보자는 생각을 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전환형 펀드에 눈을 돌려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이미 저금리에 지친 많은 은행 고객들이 좀더 높은 수익을 노리고 있어서, 은행권에서도 은행 고객의 안정지향성에 어느 정도 부합하면서도 좀더 높은 수익률을 가져다줄 가능성이 높은 전환형 펀드들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전환형 펀드는 초기에는 자산의 상당부분을 주식으로 운용하지만 일정 목표수익률을 달성한 뒤에는 안정적 채권투자 위주의 채권형 펀드로 전환해서 운용한다.
그러므로 일반 채권형 펀드보다는 수익성이 높고, 주식형 펀드보다는 안전성이 높은 중간형태가 된다.
그래서 전환형 펀드는 주식시장을 장기적으로 좋게 보지는 않지만, 요즘 너무 주가가 떨어져서 조만간 조금은 오르지 않겠느냐는 전망을 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적합하다.
주가 상승기에 반짝 주식투자를 통해 조금이라도 수익을 챙기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사람들을 노린 상품이기도 하다.


주가지수 연동형 예금이나 전환형 펀드가 목돈을 이미 마련해 둔 사람이 굴리는 데 유용한반면,매달 조금씩 돈을 부어 목돈을 만들려는 투자자에게는 적립식 펀드가 알맞은 ’퓨전형 상품’이다.
적립식 펀드는 주식이나 채권에 투자하는 펀드상품에다 은행의 정기적금식 적립방법을 덧붙인 퓨전형 금융상품이다.
적금처럼 소액으로 나눠 투자하는 적립식펀드는 최근 비과세 혜택을 받는 주택마련 장기적립신탁 상품들이 잇따라 출시 되면서 일반 투자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적립식 펀드에는 우량주에 투자하는 6개월짜리부터, 7~10년을 내다보고 주택 구입 자금을 마련하거나자녀교육비를 준비하는 펀드도 나왔다.


지난해 9월 이후 대형 투신사들이 펀드 장기화와 소액투자자 유치를 위해상품화한 것을 계기로, 올들어 은행ㆍ증권사들까지 뛰어들어 잇따라 새 상품이 선보이고 있다.
여기에 중 소형 투신사와 외국계도 상품 개발을 끝내고 신상품을 선보일 채비를 하고 있어 적립식 펀드는 올 재테크 시장의 유력상품으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주식과 채권에 나눠 투자 적립식 펀드는 주식과 채권 가운데 어디에 더 많이 투자하느냐에 따라 주식형(주식 비중 60% 이상)과 채권형(채권 비중만 60% 이상), 혼합형(주식 30% 이하 나머지 채권 등 단기투자상품)으로 나뉜다.


어떻든 주식에 전혀 관심을 가져본 일이 없는 은행 예금자라도, 요즘처럼 주가가 너무 저평가됐다고 생각할 때는 안전한 방법을 찾아 주식에 조금이라도 투자하는 게 올바른 재테크 방법이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신한은행 한상언 재테크팀장은 “여유자금이 있고 낮은 금리가 불만이라면, 주가지수연동형 예금 등 ‘안전한 주식투자’ 방법을 찾아보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면서 “하지만 주가가 낮을 때라도 주식투자 초보자가 펀드에 손을 댄다면 아무래도 주식편입비율이 30% 안팎으로 낮은 전환형 펀드에 관심을 가져보는 게 좋겠다”고 충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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