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18 18:54 (목)
[커버스토리] 이동전화 vs 신용카드, 결제시장의 결투
[커버스토리] 이동전화 vs 신용카드, 결제시장의 결투
  • 김윤지 기자
  • 승인 2003.02.21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SKT·KTF, 모네타·K머스 서비스 본격 개시… 카드업계, 수수료·IC칩 운영권 등 득실 따지며 견제


최근 이동통신, 신용카드업계가 휴대전화 결제 서비스 시장을 두고 치열한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
SK텔레콤과 KTF가 지난해 말부터 본격적으로 휴대전화 결제 서비스를 시작하며 ‘m커머스’ 시대를 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미 TV와 신문 등에선 SK텔레콤의 모네타 서비스와 KTF의 K머스 서비스 광고를 통해 새시대의 서곡을 확인할 수 있다.
쇼핑할 때, 음식을 먹을 때, 현금지급기를 이용할 때 그리고 버스를 탈 때 휴대전화 하나로 모든 것을 해결하는 TV광고대로라면 휴대전화 결제 서비스는 그야말로 장밋빛 미래,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본격적인 휴대전화 결제 서비스는 이제 막 시작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KTF는 SK텔레콤보다 약간 앞서 지난해 10월부터, SK텔레콤은 12월부터 휴대전화 결제 서비스를 시작했다.
따라서 아직 휴대전화 결제 서비스를 이용하는 가입자 수는 미미하다.
현재 SK텔레콤이 4만여대의 단말기를 출시해 약 1천여명의 서비스 가입자를, KTF는 약 8천여대의 원칩 단말기를 출시해 약 400명의 서비스 가입자를 확보했다.
이 단말기로 결제를 할 수 있는 가맹점도 SK텔레콤은 2만여곳, KTF는 1만여곳밖에 되지 않는다.
전국의 신용카드 가맹점이 현재 260만곳에 이르는 것에 비춰보면 약 2%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인 셈이다.



이통업계 “올해 결제 건수 75% 점유” 야심

하지만 두 회사 모두 기세가 등등하다.
두 회사는 올해 공격적으로 가맹점과 단말기 보급을 늘려 서비스 이용을 최대한 확대할 예정이라고 기염을 토한다.
SK텔레콤은 앞으로 출시되는 모든 단말기에 모네타 서비스를 가능하게 한다는 야심찬 전략 아래 약 350만대의 단말기를 보급할 계획이다.
KTF도 약 10개 이상의 단말기 모델을 출시해 200만대의 단말기를 보급할 계획을 갖고 있다.
가맹점도 올해 SK텔레콤은 약 44만곳까지, KTF는 20만곳까지 늘려간다는 전략이다.
이동통신회사 관계자들은 “거래량이 많은 가맹점 위주로 구성되기 때문에 이 정도면 전체 신용카드 결제 건수의 약 75%를 차지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그야말로 한달음으로 내달려 재빨리 시장 확대를 꾀하겠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이동통신회사의 앞에 놓인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다.
이미 결제수단의 제왕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신용카드가 순순히 자신의 자리를 내놓을 리 없기 때문이다.
특히나 공공연하게 신용카드사업에 진출하고 싶다는 속내를 밝혀온 SK텔레콤에 대한 신용카드사들의 견제는 만만치 않다.
때문에 지난해 내내 모네타 서비스를 제휴하기 위해 모든 신용카드사들을 설득했던 SK텔레콤은 겨우 외환카드와 우리카드의 제휴만을 얻어내 서비스를 시작할 수 있었다.


신용카드사들이 이동통신사와 제휴를 머뭇거리는 가장 주요한 이유는 수수료 배분과 IC칩 운영권 때문이다.
현재 신용카드로 결제를 하면 결제액 가운데 약 2.5%의 수수료가 신용카드사에 돌아간다.
하지만 휴대전화 결제 서비스를 이용하면 신용카드사는 2.5%의 수수료 가운데 일부를 다시 이동통신회사에 떼어주어야 한다.
지난해 SK텔레콤은 수수료 가운데 1.7% 가까이를 요구하기도 했다.
절반 이상을 떼어달라는 요구에 신용카드사들이 펄쩍 뛴 것은 당연했다.


신용카드사들의 저항이 워낙 큰 탓에 현재 SK텔레콤은 수수료 배분을 약 1~1.2% 수준으로 낮추어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신용카드사들은 이 정도 수준도 어림없는 얘기라고 대꾸한다.
때문에 KTF는 수준을 대폭 낮춰 0.5~0.6%의 수수료를 요구했고, 그 덕에 LG카드라는 메이저 카드사의 제휴를 따낼 수 있었다.


그러나 SK텔레콤도 할 말이 있다.
자신들이 요구한 수수료 1~1.2% 가운데 0.7~0.9%는 고객들에게 누적 포인트로 환원되고 SK텔레콤에 돌아오는 0.3%의 수수료도 가맹점에 인프라를 설치하는 데 쓴다는 것이다.
“보통 신용카드사들이 주유할인, 놀이공원 무료입장 등 카드 발급을 위해 쓰는 마케팅 비용이 대략 수수료의 1~1.2% 정도입니다.
우리는 그보다 적은 0.7~0.9%를 카드사 대신 고객 유치에 쓰겠다는 것일 뿐입니다.
” SK텔레콤 m파이낸스 사업본부 고종환 과장은 1% 수수료 배분이 결코 무리한 요구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카드업계 “남는 게 없다” 제휴에 난색

수수료 배분보다도 더 중요한 쟁점은 단말기 안에 들어가는 IC칩 운영권를 둘러싼 문제라고 할 수 있다.
IC칩에 대한 운영권이 있어야 다양한 부가서비스를 덧붙이면서 수익을 늘릴 수 있다.
예컨대 어떤 백화점이 IC칩에 백화점 카드를 담고 싶다고 요청하면 칩 운영 회사는 수수료를 받고 기능을 부여할 수 있다.
운영권자는 가만히 앉아서 떡고물을 챙길 수 있고, 서비스 이용자는 백화점카드 대신 휴대전화를 사용하면 그만이다.


때문에 신용카드사와 이동통신사는 단말기 안에 들어가는 IC칩의 운영권을 둘러싸고 신경전을 벌여왔다.
지난 1월 금융감독원이 “휴대전화의 칩 발급권은 신용카드사가 가져야 한다”는 유권해석을 내리기는 했다.
하지만 운영권에 대해서는 뚜렷한 교통정리를 하지 않았다.
막연하게 금융부분 정보는 신용카드사가, 통신부분 정보는 이동통신사가 운영하는 이원체제로 가면 된다고 얼버무린 것이다.
KTF와 LG카드도 지난해 말 정보를 이원화해 관리하는 식으로 제휴를 맺었다.


하지만 금융과 통신 이외의 서비스가 덧붙을 때 그 정보를 누가 소유하는지에 대한 문제에 이르면 명확한 해답이 없다.
SK텔레콤은 앞으로 모든 멤버십 서비스, 집 열쇠, ID카드 등 각종 정보를 단말기 안의 IC칩에 담을 계획이다.
구체적으로는 6월부터 ‘에필’(efil)이라는 이름으로 서비스를 출시할 준비까지 갖추었다.
SK텔레콤은 그런 부가 정보에 대한 소유권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신용카드사들은 통신정보에 대해서만 이동통신사들에게 권한이 있다고 주장한다.
국민카드 관계자는 “현재 신용카드사들이 SK텔레콤과 제휴하기 어려운 부분은 수수료보다도 이 문제에 대한 입장을 좁히기 힘들기 때문”이라고 귀띔한다.


두가지 문제의 대립에서 눈치챌 수 있듯이, SK텔레콤과 KTF는 똑같은 서비스를 하면서도 사업에 임하는 기본 전략이 다르다.
SK텔레콤은 기본적으로 결제 서비스를 통해 신용카드사업에 진출하고 싶은 욕망이 있다.
이에 비해 KTF는 통신서비스에만 한정지어 휴대전화 결제 서비스를 고민한다.
유독 SK텔레콤이 신용카드사들과 사사건건 충돌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특히 SK그룹은 엄청난 고객정보를 모아온 OK캐쉬백과 방대한 이동통신 가입자들을 연계하는 사업에 대해 늘 고민해왔다.
만약 휴대전화 안에 신용카드를 쏙 넣을 수만 있다면 이 두가지 사업을 환상적으로 조화시킬 수 있게 된다.
“1600만명이 넘는 이동통신 가입자들이 모두 하나의 신용카드를 휴대전화 안에 넣고 다니면서 결제를 한다.
그러면 결제수수료와 함께 포인트 따위의 결제정보가 단말기 칩 안에 있는 OK캐쉬백으로 저장된다.
이 방대한 정보를 이용해 부가서비스를 계속 개발하고 덧붙이면서 제휴사로부터는 수수료를 받는다.
” 그야말로 멋진 SK공화국의 그림인 셈이다.



이용자에게 혜택 없다면 성장 더딜 듯

신용카드사들 역시 그런 SK텔레콤의 야망을 모를 리 없다.
따라서 어떤 식으로든 SK텔레콤의 신용카드사업 진출을 저지할 수밖에 없다.
특히 이동통신사들에게 이런 식으로 야금야금 수수료를 떼어주다 보면 궁극적으로 신용카드사들은 수익성 악화에 직면하게 된다.
동양종금증권 이영주 애널리스트도 “현금서비스 확대에 대한 정부 규제로 가맹점 수수료 의존 비중이 높아지게 될 신용카드회사에 이동통신사들이 가져가는 수수료는 큰 압박이 될 것”이라고 분석한다.


하지만 새로운 기술이 새로운 시대를 열어갈 것이란 예측은 어렵지 않다.
편리함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고 새 단말기에 이 서비스가 기본적으로 덧붙는다면 단말기 교체에 따라 서비스 이용률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도 있다.
더구나 전국의 모든 신용카드 가맹점에 휴대전화 결제 서비스 인프라를 설치하는 데 드는 비용은 채 3천억원이 되지 않는다.
올해 SK텔레콤의 총 투자액은 2조5천억원, KTF는 1조원가량이다.
이 가운데 3천억원을 몇년에 걸쳐 쪼개 이 서비스에 투자하는 것은 그리 큰 부담이 아니다.
음성통화의 한계를 돌파할 서비스를 찾아내야 하는 이동통신사들에겐 한번 해볼 만한 도전인 것이다.


물론 넘어야 할 산도 있다.
사람들이 이미 아무런 불편 없이 쓰는 서비스를 바꾸기 위해선 다른 이점이 있어야 한다.
신용카드 이용이 확산될 때에는 연말정산시 소득공제 혜택이라는 기폭제가 있었다.
휴대전화 결제 서비스도 그런 기폭제가 없이는 이용이 크게 확대되기 어렵다는 예측이 많다.
과연 무엇이 그런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아마도 그것에 대한 발견이 이 서비스의 성장속도를 결정할지 모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