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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휴대폰의 변신, 비밀은 IC칩
1. 휴대폰의 변신, 비밀은 IC칩
  • 이희욱 기자
  • 승인 2003.02.2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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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교통카드, 전자화폐 기능 통합… 결제 땐 비밀번호 입력, 정보유출 가능성도 차단 지난 2월 중순, 서울 중구 태평로 파이낸스센터 지하에 있는 한 생과일 주스 전문점. 점심시간을 맞아 주스를 주문하려는 사람들이 긴 행렬을 이루고 있다.
매장 계산대에는 높이 20cm 남짓한 낯선 물건이 놓여 있었다.
조금 뒤, 주스를 주문한 사람이 돈을 꺼내는 대신 휴대전화 숫자 키를 몇번 누르더니 대뜸 전화기를 이 물건에 갖다 댔다.
그는 뒤이어 출력된 카드 전표에 서명을 하고 유유히 사라졌다.
지나가던 몇몇 사람들이 낯선 광경을 힐끔 쳐다봤다.
TV 광고를 통해 알려지긴 했지만, 아직까지 휴대전화로 각종 대금을 결제하는 모습을 주변에서 실제로 보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휴대전화가 경제생활을 주도하는 시대는 이미 우리 곁에 성큼 다가와 있다.
‘모바일카드’, ‘m커머스’ 등으로 불리는 휴대전화 결제 서비스가 그것이다.
이 서비스는 한마디로 이동통신 업체와 카드사가 제휴를 맺고 휴대전화에 신용카드와 후불제 교통카드, 전자화폐 기능을 덧붙인 것이다.
결제망은 카드사에서 제공하며, 단말기 보급 등은 이통사의 몫이다.
그렇게 되면 물건을 사고 신용카드를 긁는 대신 전화기를 리더기에 갖다 대는 것으로 결제가 이뤄진다.
버스를 탈 때도 승차권이나 버스카드 대신 전화기를 버스카드 리더기에 갖다 대기만 하면 그만이다.
TV 광고 문구대로 ‘휴대전화를 신용카드처럼 쓰는 세상’이 도래한 셈이다.
전용 단말기, 컬러폰과 가격 차이 없어 휴대전화 결제 서비스는 어떤 과정을 거쳐 이뤄질까. 우선 휴대전화 액정화면에서 신용카드 결제 메뉴를 선택한다.
그런 다음 결제방식을 선택하면 비밀번호를 입력하는 화면이 뜬다.
미리 지정해둔 비밀번호를 넣으면 이용자 정보가 리더기로 넘어가고, 인증과정을 거쳐 카드 전표가 출력된다.
여기서부터는 일반 신용카드와 똑같다.
영수증에 사인을 하면 결제가 끝나는 것이다.
플라스틱 신용카드를 쓰는 것과 별반 다를 바가 없는 셈이다.
카드를 ‘긁는’ 대신 휴대전화를 ‘대는’ 것만이 다를 뿐이다.
그렇다면 휴대전화를 만능 결제수단으로 변신시킨 비결은 무엇일까. 비밀은 배터리를 빼면 보이는, 휴대전화 뒷면에 끼우는 IC칩에 있다.
지금 쓰는 신용카드의 마그네틱선에 들어 있는 개인의 신용정보가 ‘콤비 칩’으로 불리는 이 IC칩에 저장돼 있는 것이다.
이 칩에는 교통카드와 전자화폐 기능도 함께 들어 있다.
결제방식도 다양하다.
휴대전화 결제방식의 국제 표준규격인 적외선 방식(IrFM)과 무선주파수(RF) 방식을 모두 지원한다.
두 방식은 적외선을 사용하느냐, 무선주파수를 사용하느냐만 다를 뿐이지 기능은 똑같다.
버스나 지하철을 타면서 교통카드 리더기에 휴대전화를 갖다 댈 땐 RF방식의 교통카드 기능이 적용된다.
교통카드가 이미 RF방식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피자를 사먹고 돈을 결제할 땐 IrFM과 RF 중 하나를 선택해 결제하면 된다.
휴대전화 결제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이용자는 IC칩을 꽂아 쓸 수 있는 전용 단말기가, 가맹점엔 이 단말기로부터 결제정보를 받는 수신장치인 리더기가 있어야 한다.
먼저 단말기를 살펴보자. 현재 SK텔레콤과 KTF가 각각 ‘모네타폰’과 ‘K머스폰’이란 이름의 휴대전화 단말기를 이용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지금까지 출시된 모네타폰과 K머스폰 단말기는 삼성전자와 모토로라에서 내놓은 것이다.
우선 삼성전자가 지난해 11월 K머스폰인 ‘SPH-X8500’을 먼저 내놓았다.
또한 올해 2월 중순에는 이를 한단계 업그레이드한 모네타폰인 ‘SCH-E150’의 시판에 들어갔다.
모토로라는 지난해 12월 중순 SK텔레콤의 모네타폰인 ‘V740’을 먼저 출시했으며, 올해 2월에 K머스폰용 ‘V741’을 잇달아 선보였다.
통합 IC칩을 내장했다고 해서 일반 휴대전화 단말기보다 훨씬 비쌀 것이라고 지레 겁먹을 필요는 없다.
현재 출시된 전용 단말기 가격은 45만원 안팎이다.
SK텔레콤쪽은 “휴대전화 결제가 가능하도록 IC칩 소켓을 추가하는 비용은 원가비용으로 볼 때 1만원 안팎에 불과하기 때문에 단말기 가격이 올라가지는 않는다”고 말한다.
따라서 일반 컬러 휴대전화 단말기와 비슷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
이용자의 신용정보를 읽는 리더기의 경우, SK텔레콤과 KTF가 각자 개발한 제품을 따로 보급하고 있다.
SK텔레콤은 기존 카드 리더기에 덧붙여 쓸 수 있는 모네타폰용 전용 리더기인 ‘동글’과 통합리더기(CAT)를 가맹점을 중심으로 보급하고 있다.
KTF는 단말기 보급이 쉬운 프랜차이즈 업체를 중심으로 신규 가맹점을 확보하는 일에 주력하고 있다.
동시에 KS넷과 손잡고 자사 가맹점을 돌며 K머스폰 결제가 가능한 통합리더기로 교체하는 작업을 진행중이다.
휴대전화 결제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우선 자신의 이동통신 서비스에 맞는 전용 단말기를 구입해야 한다.
그리고 이동통신사와 제휴한 카드사에 카드 발급 신청을 해야 한다.
이때 신청한 카드는 플라스틱 카드가 아니라 IC칩 형태로 신청자에게 배달된다.
도착한 IC칩을 휴대전화에 끼우면 곧바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결제대금은 가입 카드업체 청구서에 포함된다.
통화권 이탈지역에 있더라도 결제 서비스는 계속 이용할 수 있다.
단말기 없이 IC칩만으로는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다.
단말기 전원이 꺼져 있거나 배터리 전원이 떨어져도 결제 서비스는 이용할 수 없다.
하지만 전원이 떨어져도 교통카드 기능은 쓸 수 있다.
일반 교통카드에 배터리가 필요없는 것을 보면 원리를 알 수 있다.
휴대전화를 분실했을 땐 이동통신 서비스 업체와 카드 업체에 각각 분실신고를 해야 한다.
올해 안에 리더기 64만대 가맹점에 보급 플라스틱 카드를 밀어내고 IC칩 방식이 들어서면서 변화된 환경도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이 보안기능이다.
일반 신용카드와 달리 모네타폰이나 K머스폰을 이용해 물건값이나 음식값을 결제할 땐 휴대전화 화면에서 비밀번호를 입력해야 한다.
따라서 단말기를 줍더라도 비밀번호를 모르면 결제기능을 쓸 수가 없다.
또 마그네틱 카드를 쓸 때처럼 대금을 결제할 때 카드를 직원에게 줄 필요도 없다.
본인이 직접 휴대전화 화면에서 비밀번호를 입력하므로 정보 유출 가능성을 차단할 수 있다.
이밖에도 결제정보를 전송할 때도 암호화 과정을 거치며, 이동통신 서비스 업체에서도 리더기에 수신된 고객정보를 다시 한번 확인하는 인증과정을 거친다.
이통사들도 요즘 들어 부쩍 늘어난 금융 사고를 겨냥해 휴대전화 결제 서비스의 보안기능을 가맹점과 이용자 확보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역시 문제는 단말기와 리더기 보급이다.
이는 서비스 확대의 전제조건이다.
여기에는 먼저 넘어야 할 산이 있다.
결제방식 표준화가 선행돼야 하는 것이다.
SK텔레콤과 KTF가 서로 자사의 결제방식을 표준으로 내세우면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지만, 아직까지 이렇다 할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표준화 합의가 선행되지 않고선 리더기를 대량 보급하기도 힘들다.
합의에 따라 결정된 표준 결제방식을 지원하기 위해선 기존 단말기를 업그레이드하거나 교체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상당한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다행인 점은 표준화 합의에 대한 양쪽의 입장이 긍정적이라는 것이다.
양쪽 다 ‘지금의 리더기와 호환되거나 조금만 업그레이드해 쓸 수 있도록 합의점을 찾겠다’는 기본 입장에 동의하고 있다.
SK텔레콤과 KTF는 각각 올해 안에 44만대, 20만대의 리더기를 가맹점에 ‘퍼붓겠다’고 큰소리치고 있다.
따뜻한 봄과 함께 이들의 물량 공세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따라서 결제표준화 문제도 올 상반기 안에는 타협점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

통합카드에서 슬롯형, 다시 칩 내장형으로

지난 2001년 하반기, 그동안 한번도 등장하지 않았던 신개념의 복합형 카드가 등장했다.
SK텔레콤이 2001년 9월말 삼성·LG·외환카드와 하나·한미은행 등 5개 금융사, 그리고 전자화폐 업체인 비자캐시 등과 손잡고 신용카드와 전자화폐 겸용 멤버십 카드인 ‘모네타 카드’를 내놓은 것이다.
경쟁업체인 KTF도 발빠른 행보를 보였다.
모네타 카드 출시와 거의 동시에 KTF도 국민·BC·삼성카드와 신한은행, 몬덱스코리아와 제휴해 ‘KTF 멤버십 국민카드’란 하이브리드 카드를 선보였다.
모양새는 기존 신용카드와 똑같았다.
어찌됐든 이동통신사들이 금융권에 군침을 흘린 첫 움직임이었다.
하지만 SK텔레콤과 KTF의 종착지가 통합카드일 리는 만무했다.
이들이 입을 모아 외쳤듯이, 궁극적으론 신용카드와 교통카드, 전자화폐 기능 등을 한데 모은 통합 IC칩을 휴대전화에 내장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휴대전화만 들고 다니면서 영화를 보고 피자도 먹고, 현금서비스를 받거나 버스를 탈 수 있는 시대를 만들겠다는 청사진이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신규사업에 투입되는 천문학적 자금은 차치하고라도, 새로 나온 카드를 쓸 수 있는 리더기를 보급하려면 꽤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에 부딪힌 것이다.
자칫하면 신개념 카드를 대중화하기도 전에 사장시켜야 할지도 모를 상황에 처했다.
여기서 SK텔레콤과 KTF는 잠시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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