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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미국 경기부양 논란 ‘활활’
[초점]미국 경기부양 논란 ‘활활’
  • 최우성 기자
  • 승인 2003.02.2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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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열린 ‘마에스트로’의 입이 연일 뉴스의 초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2월11일(현지시각) 미 의회 상원 금융위원회에 출석해 2003년도 상반기 통화정책 보고서를 공개한 앨런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의 한마디는 부시 행정부의 경제정책을 둘러싼 공방전에 다시금 불을 질렀다.
그린스펀 의장의 의회 출석을 앞두고 모든 관심은 그린스펀 의장이 지난달 7일 부시 대통령이 발표한 감세안에 대해 어떤 입장을 취할 것인가에 모아졌다.
앞으로 10년간 6700억 달러의 세금을 줄여 경기부양을 하겠다는 이 계획은 경기부양 효과를 가져오지도 못할 뿐더러 대규모 재정적자를 낳음으로써 더 큰 문제로 이어질 것이라는 강력한 반론이 끊이지 않았던 탓이다.
현재의 추세를 이어갈 경우, 오는 2007년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는 GDP의 7%에 이르는데다 대외 순부채 역시 GDP의 65%나 될 것이라는 주장이 이어졌다.
이날 그린스펀 의장은 발언 서두에 “미국 경제는 지정학적 요인에 따른 긴장과 불확실성에 사로잡혀 있다”며, “이라크 전쟁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인해 미국 경제의 진로를 판단하기 어렵다”는 조심스러운 견해를 밝혔다.
그럼에도 그가 던진 메시지는 비교적 분명했다.
불확실성이 해소된다면 미국 경제가 별도의 경기부양책 없이도 자체 성장을 계속할 것이며, 그 자신이 “지금 단계에서 경기부양 조치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납득하지 못하는 사람 가운데 하나”라고 못박았기 때문이다.
가장 커다란 논란이 되었던 재정적자와 관련해서도 그린스펀 의장은 감세조치가 재정적자에 타격을 주어서는 안 된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그린스펀 의장은 자신이 부시 행정부의 감세안을 근본적으로 반대하는 것은 아니라는 단서를 달기는 했지만, 그의 발언은 부시 행정부의 감세안을 둘러싼 논란의 무게중심이 일거에 한쪽으로 쏠리는 결과를 낳은 게 사실이다.
그간 감세안에 반대 목소리를 높이던 진영에서는 마에스트로의 한마디가 공방을 잠재울 것이라는 기대가 급속도로 퍼져갔다.
하지만 그린스펀 의장의 발언을 계기로 한층 달아오른 이번 공방전 뒤편에는 한가지 사실이 분명히 가려져 있다.
그린스펀 의장이 내린 판단의 밑바탕에는 미국 경제가 별도의 단기적인 부양조치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달리 말하자면 현 상황에서 모든 문제는 지정학적 위험과 같은 불확실성, 즉 ‘경제외적 요인’들에서 비롯될 뿐이라는 전제에서 출발하는 셈이다.
올해 1월 들어 산업생산이 지난해의 하락세에서 반전되었다는 점도 이 같은 조심스러운 낙관에 힘을 보태고 있다.
그럼에도 미국 경제가 4년째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을 이른바 ‘불확실성’ 탓으로만 돌리는 건 지나친 비약이다.
예컨대 공방의 양측은 오로지 불확실성 때문에 기업투자가 활발하게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엇비슷한 결론을 함께 끌어낸다.
지난해 말 '월스트리트저널'이 경제 전문가 5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03년 경제전망 조사는 올해 미국 경제성장을 주도할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기업투자를 꼽은 바 있다.
실제로 미국 GDP의 약 17%를 차지하는 민간투자부문은 경기변동의 가장 커다란 요인으로 작용하는 게 분명하다.
하지만 현재 투자회복을 어렵게 만들고 있는 요인 가운데는 90년대 후반에 누적된 과잉투자의 후유증이 남아 있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현재 미국 공장들의 설비가동률은 74% 수준으로, 장기 평균치인 80%를 크게 밑도는 실정이다.
특히 항공, 정보통신 등 일부 산업부문이 90년대 이래의 과잉 투자와 수요 붕괴에서 회복되기 위해서는 앞으로도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한다는 점은 단순히 ‘불확실성’을 넘어서는 구조적 문제로 접근해야 할 필요성을 높여준다.
무엇보다도 부시 행정부가 선보인 감세안이 결국 ‘수요측면’에 대한 고려는 접어둔 채, 오로지 ‘공급측면’만 시야에서 붙들고 있다는 점은 눈여겨볼 만하다.
감세안이 속성상 장기적으로만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점에 비추어볼 때, 내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있는 부시 대통령으로서는 올해 연말 무렵 좀도 효과가 빠른 ‘경기부양책’을 들고 나올 가능성이 높다는 목소리가 점차 힘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이쯤되면 주요 경제학자들과 정책담당자들이 한데 얽혀 벌이는 공방은 이미 ‘경제적’ 논쟁을 넘어선다.
마에스트로의 한마디는 모든 사람들을 “결국 경제적 논쟁보다는 정치적 논쟁 속으로 얽혀들게 만들었을 뿐”이라는 냉정한 진단은 이런 사정과 맥이 닿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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