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값이 폭등세를 보이고 정치적 불안이 커지면서, 일부 부유층 사이에서 금 사재기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고 한다. 서울 종로 귀금속 도매상 밀집지역에는 한번에 수천만원어치의 금괴를 사가는 사람들이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식도 부동산도 채권도 달러도 불안하다 보니, 안전을 선호하는 고액 자산가 일부가 금 투자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에서 금에 투자해 돈 버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합법적으로 거래한다면, 금에 직접 투자하는 것은 한국에서는 ‘밑지는 장사’에 속한다. 금을 살 때면 금값에 붙어 있는 부가가치세 10%와 관세 3%를 더 내야 하지만, 정작 금을 팔 때는 이 세금을 돌려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재정경제부는 금을 투자용 금융상품이라기보다는 귀금속 등을 만들기 위한 원자재로 보고 있기 때문에 부가가치세를 물리고 있는 것이다. 금 현물에 물어야 하는 세금을 피하려면 금 선물에 투자하면 된다. 그러나 국내에는 현재 금 선물시장이 사실상 가동되지 않고 있는 상태다. 부산 선물거래소에 금 선물이 유일한 상품선물로 상장돼 있지만, 2001년 이후 거래가 끊긴 상태다. 금 선물은 2000년 상장 초기 어느 정도 거래가 이뤄졌지만, 국내 고질적인 금 유통의 문제점 탓에 얼마 가지 않아 거래가 완전히 사라져버렸다. 이유는 국내 금시장의 이중 가격에 있다. 국내 유통되는 금은 80%가 밀수라는 주장이 나올 정도로 불법적 경로를 통해 수입된 금이 많다. 그래서 국내 금시장은 불법시장과 합법시장의 두개로 나뉘어 있으며, 가격도 이중으로 매겨지고 있다. 부산 선물거래소의 금선물은 세금까지 문 비싼 합법적 금가격을 기초로 하고 있어서, 금선물 투자자는 불법으로 금을 사들이는 것보다 손해를 보게 돼 있다. 투자자들이 외면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래도 금에 투자하고 싶다면 대안은 있다. 선물회사를 통해 뉴욕상품거래소(NYMEX), 도쿄상품거래소(TOCOM) 등 해외 시장에서 금선물에 투자하는 것이다. 거래단위가 크기 때문에 수천만원은 들고 가야 선물회사에서 계좌를 열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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