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3-29 15:10 (금)
[사람들]허대영/한국컴퓨터통신 연구소장
[사람들]허대영/한국컴퓨터통신 연구소장
  • 이희욱 기자
  • 승인 2003.02.28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DBMS 외풍 우리가 막는다”

서울 역삼동 로담코빌딩 13층에 있는 한국컴퓨터통신 입구에 들어서면 인상적인 풍경을 접하게 된다.
‘우리의 기치’란 제목 아래 ‘우리는 국가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한 첨병이며 이것이 곧 우리의 가치이다’는 야심찬 글귀가 눈을 찌르기 때문이다.
국산 데이터베이스 관리 시스템(DBMS)의 자존심을 지키는 이 회사의 부설 연구소를 지휘하는 허대영 소장은 이런 ‘첨병’들을 이끄는 사령관 같은 존재다.


“외국 IT 시장에 처음 진출하는 기업들이 가장 먼저 공략하는 부문이 뭔 줄 아세요? 운영체제(OS)와 데이터베이스(DB)입니다.
하지만 국내 DBMS시장은 대부분 외국산 제품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신규 IT산업의 성장이 빨라질수록 업체들의 소프트웨어 외산 의존도는 더욱 심화될 것입니다.


꽤 자존심을 건드리는 말이다.
하지만 사실은 인정해야 한다.
DBMS는 기술적 난이도가 높은 분야다.
세계적으로 상용화에 성공한 나라가 미국과 한국밖에 없을 정도다.
국산 제품으로는 한국컴퓨터통신이 발표한 ‘유니SQL’이 유일하게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이 유니SQL 상용화의 주역이 바로 허대영 소장이다.


허대영 소장은 국내에서 손꼽히는 DBMS 전문가다.
지난 1985년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연구원으로 근무할 때 국산 DBMS 개발 프로젝트인 ‘바다’에 참여하면서 DBMS 개발에 첫발을 내디뎠다.
바다 프로젝트는 기술적 면에선 어느 정도 완성도를 높였지만 기존 제품을 뚫고 상용화에 진입하는 데엔 실패했다.
‘절반의 성공’에 대한 아쉬움 때문에 2000년 한국컴퓨터통신으로 자리를 옮겨, 이 회사가 보유하고 있던 유니SQL 소스를 바탕으로 독자적인 제품을 개발하는 데 주역을 맡았다.


2003년 2월 현재 국내 DBMS시장은 1600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이 중 90%를 오라클, IBM, 마이크로소프트 등 외산 업체들이 점령하고 있다.
국내 대부분의 기업체가 외산 DBMS를 도입하고 있으며, 매출의 3분의 1 이상이 로열티로 지불된다고 한다.
외화 유출도 정도가 지나친 셈이다.
허대영 소장이 유니SQL에 유달리 애착을 가지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나름대로 DBMS 관련 기술과 인력을 국내에 정착시키는 데 일조했다는 데 자부심을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DBMS 전문인력을 찾아보기 힘들어요. 자칫하면 힘들게 키운 국내 소프트웨어시장을 통째로 외국 기업에 넘겨줄 판입니다.
좋은 DBMS 솔루션을 만들어 국산 소프트웨어의 경쟁력을 강화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