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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남북 경협은 그래도 지속돼야
2. 남북 경협은 그래도 지속돼야
  • 이용인 기자
  • 승인 2003.03.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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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의 ‘퍼주기’ 논란 불구 전문가들 “긴장완화 기능” 대부분 동의 미국은 ‘유혹’과 ‘현실’ 사이에서 갈등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북한 핵문제를 이라크와 같은 방식으로 처리해 김정일 정권을 붕괴시키고 싶은 달콤한 유혹을 느낀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한반도에서 전쟁을 일으키는 것이 동맹국인 한국과 중국, 러시아의 반대 때문에 선택하기 힘든 카드라는 현실을 알고 있다.
북한 역시 미국이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는 현실을 알면서도 불가침조약을 맺고 싶은 유혹에 시달린다.
한국 정부의 딜레마는 북미의 유혹과 현실에서 적절한 기대치를 제시할 수 있는, 다시말해 위기를 타개할 만한 수단이 별로 없다는 데 있다.
1월말 정부는 임동원 특사를 북한에 파견했지만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면담은 성사되지 않았다.
2월초에는 정대철 대표와 윤영관 외교통상부 장관(당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간사)을 중심으로 방미단을 파견했으나 미국의 반응은 차가웠다.
정부는 적극적으로 북한과 미국에 특사를 파견해 중재를 시도했지만, 위기의 당사자들은 약속이나 한 듯 남한 정부의 역할을 무시해버렸다.
정부는 이런 상황에서 지난 3월8일 통일외교안보 분야 장관회의를 열고 북핵 위기의 추가 악화 방지를 위해 대북 설득 노력을 지속적으로 하기로 했다.
정부는 미국에 대해서도 ‘평화적 해결’을 촉구하고 있다.
하지만 인수위에 참여했던 고위관계자도 인정하듯이 “노력은 하고 있지만 별로 뾰족한 수는 없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현 상황에서도 경의선, 동해선 철도,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 등 남북 경제협력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물론 남북 경제교류도 북핵 위기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어 보인다.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김연철 연구교수는 “핵문제 위기 수준에 따라 개성공단이나 금강산 관광도 속도 조절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경의선이나 동해선 공사 역시 미국이 주도하는 유엔연합사의 허락이 없으면 비무장지대 통과가 어려워 난관에 부닥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소한 남북경협이 어느 정도 전쟁 억지 기능을 하고 있다는 데는 전문가들이 일치된 견해를 보이고 있다.
경남대 북한대학원 양문수 교수도 “현재 우리 정부 입장에서는 북한과 미국 사이의 위기가 고조되는 것을 막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런 의미에서 남북협력사업은 한반도 전쟁 위기를 완화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북한은 미국과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서도 남북 경협사업에 대해서는 협조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더욱이 남북 경제교류는 미국의 강경 일변도 정책을 어느 정도 저지하는 효과도 있다.
김연철 교수는 “부시 정부가 무력을 사용하지 않는다면 남한과 중국을 설득해 북한을 경제적으로 고사시키는 전략을 쓸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다.
남한의 경제협력과 대중국 상품거래를 막으면 큰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완벽하게 북한의 항복을 받아낼 수 있다는 계산이다.
실제 미국은 한국 정부에 이러한 의도를 계속 내비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전문가들은 “북한 경제의 대외의존도가 94년 제네바 협정을 맺을 때보다 높아졌기 때문에 미국의 ‘북한 고사작전’이 현실화하면 북한이 겪는 시련은 감내하기 힘든 수준이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현재로서는 남한 정부가 이러한 미국의 정책에 동의할 것 같아 보이지는 않는다.
따라서 지금의 위기를 조금이나마 약화하기 위해서도 남 북경제교류를 계속하는 것은 중요해 보인다.
평화네크워크 정욱식 사장도 “어려운 시기에 한반도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경협사업이 중단되는 것과 계속 추진되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다”고 말한다.
한편에서 주장하는 남북 경제교류에 대한 ‘퍼주기 논란’은 한반도 위기 상황을 볼 때 다소 한가해 보이기까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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