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6 17:03 (금)
[테크놀로지] 신약개발 비밀의 키, 이성질체
[테크놀로지] 신약개발 비밀의 키, 이성질체
  • 이코노미21
  • 승인 2003.03.14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약속하는 대표적인 과학기술 중 하나는 바로 신약개발이다.
과학기술이 진보하면 할수록 더 좋은 신약을 개발하기 위한 과학자들의 노력도 배가된다.
지난해 7월, 30대 재미 한인 과학자가 고순도 신약 제조에 사용할 수 있는 이성질체 분리기술을 개발했다는 소식이 매스컴에 보도된 바 있다.
<사이언스>나 <사이언티픽 아메리칸> 등 세계적인 과학전문지들은 이 연구를 획기적 결과물이라고 극찬했다.
그렇다면 이성질체란 무엇이며, 이성질체 분리기술은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일까. 이성질체는 오른손과 왼손의 관계처럼 똑같은 입체구조를 갖고 있지만 결코 겹쳐질 수 없는 구조로 된 물질을 말한다.
예를 들어 오른손을 거울에 비추어보자. 오른손이 마치 왼손과 똑같이 보이지만, 왼손 장갑은 오른손에 맞지 않다.
이성질체도 이와 같은 개념으로 이해하면 쉽다.
하나를 거울에 비추면 다른 하나가 얻어지지만, 서로 다른 짝의 장갑을 갖고 있듯이 둘은 분명히 서로 다르다는 말이다.
즉 이성질체는 구성원자와 결합순서, 결합방법이 같고 한 화합물질 안에서 화학적, 물리적 성질이 같다고 하더라도 반응이 다를 수 있다.
이성질체는 오른쪽형과 왼쪽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
안정적인 한가지 형태로 존재하던 이성질체는 외부의 다른 에너지를 받을 경우 다른 형태로 변형된다.
맛이나 냄새를 갖는 분자가 이성질체라고 가정하자. 어떤 물질의 맛이나 냄새를 느끼려면 각 분자가 혀나 코로 들어가 그곳의 단백질과 만나 반응한 뒤 화학반응을 거치고, 그 신호가 뇌로 전달되는 과정을 거친다.
혀나 코의 단백질과 분자가 만날 때 오른쪽형과 왼쪽형 이성질체일 경우 반응이 각각 다를 것이다.
결국 두 이성질체는 서로 다른 맛 또는 냄새를 갖는다.
실제로 다이어트 음료의 인공감미료로 쓰이는 ‘아스파르탐’이라는 물질의 경우 오른쪽형은 쓴맛이 있지만, 반대로 왼쪽형은 단맛이 있다.
또한 ‘리모닌’이라는 물질의 경우 왼쪽형은 레몬향을, 오른쪽형은 오렌지향을 갖는다.
이성질체 연구는 의약품의 제조와 합성에 엄청난 영향을 끼친다.
맛과 냄새에서의 사례처럼 약품 분자의 오른쪽형 이성질체는 몸 속에 들어가 목표 단백질과 작용해 원하는 약효를 보일 수 있지만, 왼쪽형 이성질체가 생각하지 못했던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 사례가 1970년대 초 개발된 신경안정제인 ‘탈리도마이드’라는 약이다.
이 약의 오른쪽형은 신경안정제로서 약효가 있지만, 왼쪽형은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한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결국 입덧 치료를 위해 이 약을 복용했던 임산부들은 팔다리가 없는 기형아를 출산했다.
의약품에서 이성질체가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는 단적인 사건이다.
물리적, 화학적 성질이 같은 이성질체를 분리하는 일은 매우 어렵기 때문에 새로운 이성질체 분리기술 개발에 성공할 경우 크나큰 주목을 받게 된다.
실제로 지난 2001년 노벨 화학상의 영예는 두 이성질체 중 원하는 기능만을 발휘할 수 있는 이성질체만 골라 항생제 등의 치료물질을 선택적으로 합성하는 데 성공한 3명의 화학자들에게 돌아갔다.
장미경/ 자유기고가 rose1227@hanmail.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