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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미국의 노림수는 ‘후세인’ 아닌 ‘원유’
1.미국의 노림수는 ‘후세인’ 아닌 ‘원유’
  • 이승철 기자
  • 승인 2003.03.2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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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를 이해할 수가 없다.
이런 불황에서 전쟁이라니. 경제 논리로는 도저히 설명되지 않는다.
”(한국금융연구원 박해식 국제금융팀장) “이라크전은 경제적으로 석유이권 싸움이다.
”(국제금융센터 김종만 박사) “부시는 오로지 석유확보를 위해 전쟁카드를 선택했다.
”(한화투신운용 홍춘욱 투자전략팀장) 약간씩 견해 차이가 존재하지만, 공통점을 찾아보자면 전쟁의 경제적 이유가 미국이 이라크 석유자원을 장악하려는 시도라는 데 의견이 모아진다.
또 이번 전쟁은 1991년 걸프전만큼 미국 경제에 호재로 작용할 것 같지 않다는 점이다.
우선 걸프전 무렵과 현재 상황을 비교해보자. 첫째, 걸프전은 단 6주 만에 마무리됐다는 점에서 최선의 시나리오였다.
90년 8월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에서 비롯한 걸프전은 ‘다국적군’이라는 강력한 동맹세력의 이름으로 치러졌다.
모든 것이 명쾌하게 흘러갔다.
반면 지금의 부시 행정부는 프랑스, 독일 등의 반대에 맞서 외교적 고립을 자초하면서, 점점 진흙탕 속으로 빠져드는 느낌이다.
베트남전의 악몽을 떠올린다면 성급한 예측일까. 둘째, 걸프전 당시는 10년 장기호황의 진입구였다.
독일이 통일되고 소련과 동구권이 무너지면서 세계시장 규모는 훨씬 커졌고, 본격적 ‘글로벌화’가 시작되는 무렵이었다.
일본경제도 80년대의 거품이 허물어지는 과정이었지만, 지금처럼 심각한 디플레이션을 겪는 정도는 아니었다.
그때보다 나아진 상황이라면 훌쩍 커버린 중국 경제의 존재 정도다.
마지막으로 당시에는 미국 부동산시장이 88~89년부터 점점 침체되면서 유동자금이 주식시장으로 흘러들어갈 준비가 되어 있었다.
미국 주식시장은 바그다드 공습 때 저점을 찍은 뒤, 90년대 내내 상승을 거듭했다.
하지만 현재 미국 증시는 좀체 살아날 조짐이 없다.
오히려 초저금리에 힘입어 과열된 주택경기가 침체된 소비수요를 근근이 견인해왔으나, 이런 ‘비정상’이 얼마나 지속될지 의문스럽다.
즉 이번 이라크 전쟁은 걸프전과 달리 침체된 미국 경제의 자극제 내지 모멘텀으로 작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90년대 미국 신경제가 남긴 잔해인 과잉투자가 해소되려면 한계기업이 무너져야 하는데, 지금 같은 초저금리 상황에서는 어렵다.
국내총생산(GDP)의 70%를 차지하는 소비가 감세 등 재정정책과 저금리에 힘입어 그동안 유지됐지만, 그나마 이마저도 1월부터 감소세로 돌아섰다.
” 메리츠증권 고유선 연구원의 견해다.
실제로 권위있는 ‘컨퍼런스 보드’의 지난 2월 소비자신뢰지수는 64.0을 기록(96년 100 기준), 93년 10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고 연구원은 “전쟁으로 기대할 수 있는 것은 불확실성 제거와 유가안정밖에 없다”는 주장을 편다.
LG경제연구원 임일섭 박사도 “전쟁 자체보다 유가가 문제다.
역사적으로 미국 GDP성장률과 유가는 반대 방향으로 움직인다“며, “군사비로 정부지출이 커지면 GDP에 기여하겠지만, 이는 단기적이고 비생산적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홍춘욱 팀장은 “부시는 IT분야 등 경기부양과 기술혁신에는 별 관심이 없고, 취임 이후 줄곧 석유만 쳐다보고 있다”며 “이는 한쪽 날개로만 나는 꼴”이라고 주장한다.
소비가 둔화하고 기업투자가 매우 느리게 회복되면서, 당분간 저성장 기조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왜 전쟁이 필요할까. 역시 결론은 이라크의 원유로 모아진다.
미국에 석유가 뭐길래. 미국은 산유국임에도 원유 수입 의존도가 52%에 이른다.
미국이 ‘자동차 공화국’이기 때문이다.
미 소매판매액 지수에서 자동차업종(서비스 포함)이 차지하는 비중은 23~24%나 된다.
자동차 판매의 주요 변수가 할부금리와 유가인데, 그중 단기적으로는 유가의 영향이 압도적이다.
미국은 유류세금이 우리나라의 3분의 1~4분의 1 수준이어서, 유가상승이 대부분 소비자에게 전가되기 때문이다.
한편으로 여러 전문가들은 적정한 유가상승이 물가인상으로 이어지면서 미국 내 디플레이션 우려를 해소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월스트리트저널'은 3월초 “전쟁 프리미엄으로 유가가 오르면 제조업체들이 상품가격을 인상해야 하지만, 위축된 소비 때문에 가격을 못 올리고 있다”며, “인플레이션이 아니라 오히려 디플레이션을 우려해야 할 상황”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렇게 미국 경제에 막대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원유가격이 9·11 테러 이후 지속적으로 불안하게 움직이면서, 부시의 심기를 어지럽혔다는 분석이 힘을 얻는다.
결정적으로 부시의 분노를 산 것은 이라크 정부가 2001년 11월부터 석유거래를 유로화만으로 결제하면서부터라는 견해도 설득력있게 제기됐다.
때마침 이어진 달러약세 현상으로 유로화 가치가 10% 이상 뛰면서, 이라크는 가만히 앉아서 큰 이익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그뒤를 이어 이란, 베네수엘라, 북한 등도 결제통화를 유로화로 변경한다.
뿐만 아니라 미국이 오랫동안 대 이라크 경제봉쇄 조처를 취해온 반면 프랑스, 러시아, 중국 등 주요 강국들은 원유매장량이 세계 두번째인 이라크 석유시장에 이미 꽤 깊숙이 진입해 있다.
프랑스는 이라크 최대 유전과 개발계약을 맺었고, 러시아는 옛소련 시절 무기 수출대금 미회수액을 유전개발권과 맞바꿨다.
이들이 미국의 개전 요구에 굳이 반대하는 주요 이유이기도 하다.
이런 상황이 미국을 더욱 조급하게 몰고갔을 것이다.
한걸음 더 나아가 세계적 정치경제 평론가 조지 몬비오트는 지난달 “미국은 이라크전을 통해 잉여자본을 해소하려는 것이며, 전쟁은 이라크나 대량살상무기와는 아무런 연관이 없다”는 주장을 폈다.
이쯤 되면 미국 입장에서는 ‘추악하고 명분없는’ 석유전쟁이 불가피한 지경에 이른 듯하다.
LG투자증권 이을수 연구원은 “이란과 함께 OPEC 내 반미의 한축인 후세인 정부가 제거되면, OPEC 전체가 급속히 친미 분위기로 흐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은 후세인을 제거하고 과도정부를 수립한 뒤, 이라크 석유산업을 민영화하면서 자신의 통제 밑에 두려고 할 것이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프랑스, 러시아 등 선점세력과 맺은 기존 계약의 유효성 여부를 놓고 치열한 다툼도 예상된다.
이제 와서 미국이 대 이라크 전쟁을 피해가기는 어려워 보인다.
미국 경제에 전쟁은 이제 최선책은 아니지만 ‘차선책’이 돼버렸다.
미국 스스로 모든 상황을 전쟁에 맞춰 막다른 골목으로 몰고왔기 때문이다.
미국 내에는 빨리 이라크 문제를 해결하고, 소비와 투자에 드리운 불확실성을 없애라는 아우성으로 가득하다.
이런 상황에서 전쟁은 선택의 여지가 없는 일종의 ‘모르핀 주사’인 셈이다.
미국 주요 경기지표 증가율 (단위:%, 자료:한국은행) /01년/02년/03년 1월 GDP성장률/0.3/2.4/? 개인소비지출/4.5/4.5/-0.1 소매판매액/3.8/3.4/-0.9 소비자신뢰지수/106.6/96.6/7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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