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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정세 하나생명보험 대표
[사람들]이정세 하나생명보험 대표
  • 장승규 기자
  • 승인 2003.03.2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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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카슈랑스, 과잉규제로 왜곡” “현행 제도 아래서는 방카슈랑스의 본래 도입 취지를 살리는 게 처음부터 불가능해요.” 하나은행과 알리안츠그룹이 공동출자해, 지난 2월27일 방카슈랑스 전문보험사로 문을 연 하나생명 이정세(48) 대표는 은행과 보험사간 독점적 제휴를 금지한 정부의 조처에 강한 불만을 토로한다.
그는 “보험상품의 유통비용을 줄여, 거기서 생기는 추가수익을 보험사와 소비자, 유통채널을 빌려준 은행이 나누어 갖자는 것이 방카슈랑스 모델의 핵심”이라고 강조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보험모집인에 의존하는 전통적인 판매방식보다 오히려 비용이 더 많이 드는 구조로 왜곡됐다는 판단이다.
그는 은행에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 각각 3개 이상 업체와 의무적으로 제휴하도록 한 정부의 과잉규제가 문제의 근원이라고 본다.
“제휴 파트너에 들어가기 위해 보험사들이 목숨을 건 이전투구를 벌이고 있는 실정이에요.” 은행의 ‘간택’을 받는 데 몸이 단 일부 보험사들은 은행의 수수료 몫을 늘려주고, 각종 비용을 무리하게 떠안는 등 출혈경쟁도 마다하지 않고 있다.
그 부담은 고스란히 보험료로 전가될 수밖에 없다.
“경쟁력이 없는 보험사들을 살리기 위해, 소비자들이 부담을 대신 지게 된 거죠.” 이 대표의 아쉬움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방카슈랑스가 금융권의 화두로 등장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지만, 하나은행은 이미 2000년 2월부터 상당히 공을 들여 준비 작업을 해왔다.
“IMF 외환위기 이후 외자 유치를 위해 알리안츠와 접촉했어요. 방카슈랑스를 함께 추진하면 어떻겠느냐고 먼저 제안해왔죠.” 국내에서 방카슈랑스에 대한 명확한 개념조차 정립돼 있지 않던 때였다.
검토해보니 매력적인 사업모델이라는 판단이 들었다.
알리안츠는 전략적 제휴와 동시에 하나은행에 투자해 현재 8.16%의 지분을 갖고 있는 2대 주주다.
방카슈랑스를 전제로 한 투자였던 셈이다.
‘독점 제휴’가 금지되면서 그동안 준비해온 전략에 일부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하나은행과만 제휴관계를 맺는다는 처음 계획엔 변함이 없어요. 다만, 텔레마케팅과 인터넷 마케팅 등 방카슈랑스를 보조하는 유통채널을 대폭 강화할 생각입니다.
” 하나생명은, 이미 1991년부터 국내에서 활동하고 있던 알리안츠그룹의 자회사인 프랑스생명을 모태로 출범했다.
하나은행이 알리안츠그룹의 지분 절반을 인수해 방카슈랑스 전문보험사로 탈바꿈시킨 것이다.
이 대표는 일부에서 제기하는 방카슈랑스 모델 자체에 대한 회의론에 동의하지 않는다.
“나라별로 편차가 있지만, 방카슈랑스가 저비용 고효율 구조를 갖고 있다는 사실은 유럽에서도 이미 확인됐어요.” 그가 볼 때 관건은 은행과 보험사가 어떤 형태로 결합하느냐에 있다.
단순한 판매제휴는 성공 가능성이 희박하다.
“보험은 기본적으로 장기간의 관계를 필요로 합니다.
은행과 보험사간에 긴밀한 연계가 없이는 불안할 수밖에 없죠.” 바로 하나은행이 알리안츠그룹과 합작보험사 설립에 뜻을 모은 배경이다.
하나은행에서 전략기획담당 상무로 1년 반 동안 근무했던 이 대표는, 78년 하나은행의 전신인 한국투자금융에 입사해 투자은행 분야에서 잔뼈가 굵었다.
97년엔 외환업무부장으로 ‘환란’의 한가운데 있었다.
“당시 국제부는 중장기 채권으로, 외환업무부는 수출금융으로 자금조달을 하고 있었죠. 위기가 닥치자 한꺼번에 돈줄이 꽉 막혀버렸어요.” 급한 불을 끄기 위해 몇주 동안 외국 거래은행에 거의 구걸하다시피 사정해야 했다.
간이라도 꺼내줄 것 같던 외국 파트너들이 하루아침에 등을 돌릴 땐 정말 참담한 심정이었다.
그는 요즘 합작회사의 대표로서 알리안츠의 글로벌 CEO 회의에 참석하는 등 새로운 경험을 쌓고 있다.
금융분야에서 글로벌 CEO 대열에 끼는 것은 아직은 그리 흔한 일이 아니다.
“한국 경제의 체질을 국제 기준에 맞게 바꿔야 해요. 그 과정에 나름대로 기여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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