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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性동의보감]때로는 호랑이, 원숭이처럼
[性동의보감]때로는 호랑이, 원숭이처럼
  • 이코노미21
  • 승인 2003.03.2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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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아이가 차에서 내리려고 하다가 울음을 터뜨린다.
발을 디뎌야 하는 곳이 흙이었기 때문이다.
그 아이의 아버지는 그제야 자신이 아이에게 얼마나 무관심했는지를 깨닫고 자연 교육을 시키기 시작했다.
실제 있었던 일이다.
필자는 시골에서 살다가 초등학교 4학년 때 처음 서울이라는 곳에 오게 되었는데, 마침 그날은 비 오는 저녁이어서 가게마다 켜놓은 백열등에 비에 젖은 시멘트 바닥이 반짝이고 있었다.
“땅바닥이 빛나다니…. 과연 서울은 참 아름다운 곳이다.
” 이것이 서울에 대한 나의 첫기억이다.
또 하나 서울에 대한 기억. 전학 간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시험을 보는데 나팔꽃이 오른쪽으로 감아 올라가는지 왼쪽으로 감아 올라가는지를 묻는 문제가 나왔다.
“매일 갖고 놀던 나팔꽃인데 이렇게 당연한 것을 문제로 내다니, 참 한심하다.
” 그러나 세월이 지나면서 그 아름다움은 점점 본래의 모습을 보여주었고 이제는 나팔꽃이 어느 쪽으로감아 올라가는지도 모르고 또 관심도 없다.
이제 음양의 교합에 따른 자세를 설명할 차례인데, 우리의 책에서는 그것을 동물에 비유하고 있다.
모두 열가지인데, 개중에는 이런 비유가 ‘유감스러운’ 사람도 있을 것이며 ‘아하! 바로 그거구나’ 하고 무릎을 칠 사람도 있을 것이다.
첫째는 호랑이가 노는 자세. 늙은 호랑이가 수영을 하듯 천천히 놀거나 거니는 모습이다.
둘째는 매미가 고목에 붙어 있는 것 같은 자세다.
매미는 보통 나무에 꽉 달라 붙어 있다.
또 울 때는 배의 울림판을 진동시켜서 소리를 내는데, 그 격렬함이 엄청나다.
세번째는 자벌레다.
자벌레는 나방의 애벌레를 말하는데, 기어갈 때는 마치 손 뼘으로 길이를 재듯 몸을 구부렸다가 앞으로 나아간다.
네번째는 노루의 뿔로 부딪치는 자세다.
격렬한 모습을 상징한다.
다섯번째는 나는 봉황이 날개를 편 것과 같은 모양이다.
본격적인 동작이 시작된다.
여기서는 격렬하기보다는 느긋하고 좀더 큰 동작을 의미하고 있다.
여섯번째는 원숭이가 물건을 잡고 있는 모습이다.
무슨 뜻인지 정확하지는 않지만 원숭이의 자잘한 동작처럼 세부적인 것에 신경을 쓰는 단계로 보인다.
일곱번째는 두꺼비가 모이를 먹는 모습이다.
두꺼비가 파리 잡아먹는 것을 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알겠지만 이 단계에 이르면 이제 큰 것을 향해 나아가다가 일정하게 얻은 것이다.
여덟번째는 토끼가 분주히 뛰어다니는 모습이다.
아홉번째는 잠자리다.
언뜻 공중에 정지해 있는 잠자리의 모습이 연상된다.
가만히 서 있는 것 같아도 날개만은 바삐 떨고 있다.
열번째는 물고기가 먹이를 먹고 입을 뻐끔거리고 있는 모습이다.
성이라는 것이 정해진 대로만 하라는 법은 없지만 위에서 말하는 열가지 자세를 보면 대체적으로 표준적인 성교의 자세라고 할 만한 내용이다.
위의 열가지 자세는 교합을 시작하는 처음부터 끝까지 단계를 말한 것이지만 이런 자세를 다 거칠 필요는 전혀 없다.
때로 인스턴트 식으로 토끼와 잠자리 자세만으로 마무리하는 경우도 가능하다.
그러나 정석은 이렇다는 것만큼은 기억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그리고 이 자세에 지난호에서 설명한 열번 ‘동’하는 것을 결합하면 완전한 교합이 된다.
자, 이렇게 설명했는데도 도대체 무슨 말인지 전혀 감이 안 잡히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런 사람은 가까운 동물원에 아이들을 데리고 놀러가보자. 가서 보라. 동물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그리고 나도 동물이 되어보자. 호랑이가 되었다가 매미를거쳐 자벌레까지. 박석준/ 동일한의원 원장 dky00@freech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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