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4 15:10 (수)
[글로벌]중국 / 붉은 자본주의 ‘메스’ 댈까
[글로벌]중국 / 붉은 자본주의 ‘메스’ 댈까
  • 장승규 기자
  • 승인 2003.03.28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신임총리, 농촌 빈곤 등 과제로 꼽아… 은행 부실 처리는 위험성 커 쉽지 않을 듯


지난 3월18일 폐막된 제10기 전국인민대표대회 1차 회의에서 국무원 총리 등 차세대 중국을 이끌어갈 새로운 경제팀의 진용이 짜여짐에 따라, 그동안 미루어져온 4대 국유 상업은행의 부실채권 처리 등 금융개혁 작업에 한층 탄력이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은 1970년대 후반 개혁개방이후 정치는 국가주석이, 경제는 총리가 맡는 식으로 역할 분담을 해왔다.


주룽지로부터 총리자리를 넘겨받은 원자바오 신임 총리는 전국인민대표대회 폐막 직후 열린 첫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농촌문제 해결, 실업대책 마련, 국유기업 경영 개선, 금융 개혁 등을 새 정부의 주요 과제로 꼽았다.
이날 원자바오 총리가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해 언급한 것은 농촌의 빈곤 문제였다.
원자바오 총리는 가난한 농촌가정에서 자란 50년 전 자신의 어린시절을 회상하고 농민의 수입을 증가시키는 것이 앞으로 풀어야 할 ‘제1 과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이 당면한 가장 큰 문제는 농업을 발전시키고, 점진적으로 농민의 수입 증대를 달성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부개발·소외계층에 깊은 관심


또한 원자바오 총리는 최근의 경제발전이 동부 해안에 지나치게 편중돼 있다고 비판하고, 경제 전체의 장기적 성장을 위해서도 서부 내륙지역의 개발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원자바오 총리의 이러한 주장은 중산층을 육성하고 자본가들을 끌어들이는 한편, 상하이 등 동부해안 일부 도시에 길과 다리, 지하철, 항구를 건설하기 위해 수천만달러를 쏟아부은 주룽지 전임 총리에 대한 강한 비판으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
실제로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들과 빈곤에 내몰린 농민들이 벌이는 항의사태는 이제 중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상적인 사건이 되었다.


중국 공산당은 이러한 상황이 계속 악화되면 그동안 힘겹게 유지해온 정치적 안정마저도 뿌리 채 흔들릴 수 있다는 강한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다.
현재 중국에서는 사회주의 복지 시스템이 거의 파괴돼 수천만명의 노동자들이 적절한 연금과 의료보험 혜택을 받지 못한 채 방치되고 있는 실정이다.
세계에서 여섯번째로 큰 경제대국을 책임지게 된 원자바오 총리는 얼마 전 수백미터 깊이의 지하갱도에 직접 내려가 광산노동자들을 만나는 등 이들 소외계층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을 나타내기도 했다.


하지만 원자바오 총리가 그동안 드러난 문제점에 대한 일부 보완 수준을 뛰어넘어 주룽지 전임 총리가 추진해온 고도성장 전략 자체를 대폭 수정할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은 많지 않다.
이번에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는 지난해보다 늘어난 3198억위안 규모의 적자예산안을 통과시켰다.
재정지출을 통한 내수 부양으로 고성장 기조를 유지한다는 주룽지식의 전략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시장지향적인 개혁을 추진하기 위해 국무원 조직의 부분적인 개편도 함께 단행됐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갖고 있던 은행 감독 기능을 떼어내 별도로 은행감독관리위원회를 신설한 것이다.
인민은행은 앞으로 미국의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와 같이 통화관리 기능만을 담당하게 된다.
많은 전문가들은 은행감독관리위원회의 신설로 그동안 중국 경제의 ‘약한 고리’로 지적돼온 금융부문에 대대적인 개혁의 바람이 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부실채권, 금융위기로 이어질 수도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국내총생산(GDP)의 60~70%에 이르는 6조~7조위안 규모로 추정되는 중국은행, 건설은행, 공상은행, 농업은행 등 4대 국유 상업은행의 부실채권 처리 문제다.
이들이 안고있는 부실채권은 따지고 보면 정부정책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정부가 직접 자원배분을 결정하는 사회주의 경제에서는 은행이 있을 필요가 없다.
개혁개방과 함께 국유 상업은행이 만들어졌지만 이들은 여전히 상업적 기능보다는 정부정책을 보조하는 제한된 역할을 수행했다.
그 결과 수익성이 떨어지는 국유기업에 해준 정책성 대출이 부실화되기 시작했다.


중국 정부에서도 부실채권이 심각한 금융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국내외 전문가들의 경고가 잇따르자, 국유 상업은행에 부실채권을 줄이도록 강력한 정책을 펴고 있다.
하지만 부실채권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서는 부실 국유기업 일부를 도산시키는 강력한 구조개혁이 필수적이다.
사회 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는 중국 정부로서는 결코 쉬운 선택이 아니다.


취임 기자회견에서 원자바오 총리는 “은행권의 부실채권 비율이 25%에 이른다”며 부실채권 처리에 적극적 자세로 나서겠다고 다짐했다.
무난한 듯하면서도 날카로운 성격을 갖고 있어 “솜 속에 바늘을 감추고 있는 것 같다”는 평을 받고 있는 원자바오 총리가 앞으로 어떤 해법을 제시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