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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성남 국민은행 신임 감사
[사람들]이성남 국민은행 신임 감사
  • 이승철 기자
  • 승인 2003.03.2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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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몸에 맞는 옷은 ‘현장’”


3월21일 열린 국민은행 주주총회에서 새로 선출된 이성남(56) 상근감사. 그는 수십년 동안 국내 금융계의 ‘여성 선두주자’로 꼽혀왔다.
늘 ‘여성 1호’라는 수식어를 달고 살았다.
씨티은행에서 20년 넘게 근무한 뒤 1999년 통합 금융감독원에 합류, 부원장보로 일하던 이 감사는 김정태 행장의 스카우트 제의를 받고 이번에 국민은행에 새 둥지를 틀게됐다.


“평소 김 행장의 탁 트인 선진형 CEO(최고경영자) 스타일이 매력적이었고, 한번 같이 일했으면 하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2월말 제의를 받고 즉시 ‘오케이’했죠.” 참여정부에 중용될 것이라는 세간의 예측을 무색하게 만들며 그가 국민은행으로 향한 이유다.
“부원장도 될 수 있었겠죠. 그러나 경영 현장을 정확히 파악하고 현실에 접목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이성남 감사는 이화여대 영문과를 졸업할 무렵인 69년 씨티은행에 들어갔다.
67년 국내에 진출한 씨티은행은 당시 이화여대 총장에게 ‘여성 간부로 육성할 만한 우수 학생을 보내달라’고 요청했다.
이 감사는 이때 총장 추천을 받고, 미국 지점장과 1시간반 인터뷰 등을 거쳐 뽑혔다고 한다.
이후 20여년에 걸쳐 씨티은행에서 경영정보시스템 부장, 영업담당 총지배인, 재정담당 수석 등을 두루 거쳤다.
“마케팅만 빼고 모든 일을 다해봤어요. 새벽까지 일할 때도 많았지만, 한번도 재미있지 않은 적이 없었으니 적성에 잘 맞은 거겠죠.”

한곳에 너무 오래 머물렀다는 생각이 들 무렵인 99년 1월, 그는 금감원 검사총괄실장으로 옮겨갔다.
이헌재 당시 원장이 불렀을 때, 민간 회사에 이어 감독기관 일까지 경험하는 게 큰 보탬이 될 것 같아서였다.
그의 금감원 행에는 오랜 친구인 정운찬 서울대 총장의 추천이 큰 역할을 했다.
“정 총장과는 37년지기예요. 66년 대학 1학년 때 영어회화클럽에서 처음 만났죠.” 씨티은행에 특채될 정도로 영어를 잘했던 이 감사는 “정 총장이 나보다 영어를 더 잘했다.
그는 언어에 특출한 천재성을 보였다”고 옛날을 돌이킨다.


그는 4년3개월의 금감원 생활이 무척 보람있었단다.
지난해 4월에는 기획, 관리와 검사, 감독업무를 총괄하는 부원장보로 승진했다.
그가 내부에서 느낀 감독기관의 분위기는 어땠을까. “민간에 있을 때는 감독기관이 독선적이고 폐쇄적인 면이 많을 거라고 막연히 생각했어요. 근데 그렇지 않아요. 금감원 내부가 아주 열려 있고 투명하게 돌아가는 것이 인상적이었어요. 거기에 내가 일조했다고 자부도 하지요.”

이 감사는 스스로 ‘도전적’이라고 표현할 만큼, 매사에 적극적이고 자신감이 넘쳐난다.
거기에 겸손함과 원숙함까지 묻어난다.
국민은행 행을 놓고 주변에서 적지 않은 지적이 있었나 보다.
‘국민은행이 아무리 리딩뱅크라고 해도, 감사업무라는 게 비교적 한직이 아니냐’는 우려가 있노라고 그가 먼저 말을 꺼냈다.
이런 견해를 그는 단호히 거부한다.
“감사가 경력의 막판에 가는 자리라는 인식은 잘못입니다.
이제 정도경영, 윤리경영을 안 하고는 돈을 벌 수 없는 세상 아닌가요. 감사는 CEO 다음으로 전체를 다 살펴볼 수 있는 좋은 자리입니다.
내게 꼭 맞는 자리예요.”

새 정부로부터 자리를 제의받지는 않았느냐고 묻자,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은 많겠지만, 나는 내 몸에 맞지 않는 옷은 쳐다보지 않는다”고 에둘러 답했다.
또 “지금은 오로지 감사 임기 3년을 잘 채우며 은행에 큰 기여를 하려는 생각뿐”이라고 말을 맺었다.
진정 프로다운 직업관이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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