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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 김규복 재정경제부 금융정보분석원장
[사람들] 김규복 재정경제부 금융정보분석원장
  • 이승철 기자
  • 승인 2003.04.1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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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세탁과 전쟁 지속돼야”

2002년 말 한 기업체 임원이 분식회계를 토대로 거액의 대출을 받은 뒤, 그중 수십억원을 횡령했다가 적발된 적이 있다.
그 임원의 부인이 횡령액 중 수천만원을 새마을금고에 무심코 입금한 게 화근이었다.
평소보다 큰 금액이 예치된 데 의심을 품은 금고쪽은 이 사실을 ‘돈세탁 방지기구’인 재정경제부 금융정보분석원(FIU)에 보고함으로써 들통난 것이다.
한 서울시 공무원도 뇌물을 세탁하려고 700만원을 부인 명의로 곗돈인 양 숨겼다가 FIU에 걸려들었다.
이처럼 영화 속 장면 같은 일이 우리 주변에서도 많이 벌어진다.

“금융기관의 이런 혐의거래보고(STR)가 지난해 8월에는 월 11~12건 정도였는데, 지금은 80~90건까지 늘었습니다.
단기간에 불법자금 세탁의 위험성에 대한 금융기관 종사자의 경각심이 고양된 것이죠.” 김규복(52) 금융정보분석원장은 “우리는 더러운 돈을 세탁할 수밖에 없는 속성을 가진 범죄세력, 테러세력과 전쟁을 치른다”고 업무 성격을 표현한다.
그도 그럴 것이 FIU는 ‘다국적 연합군’으로 불린다.
재경부를 비롯해 검찰, 경찰, 국세청, 관세청, 금감위와 금감원, 한국은행 등에서 자금세탁 방지라는 하나의 목표를 위해 모인 특수 조직이다.

금융정보분석원은 요즘 ‘금융기관 고객 알기’(Know your customer) 제도를 도입하기 위해 분주하다.
며칠 전 금융연구원에 용역을 의뢰했으며, 곧 공론화를 앞두고 있다.
이 제도는 계좌개설 단계부터 고객의 직업과 재산, 수입, 거래목적 등을 제대로 파악함으로써, 부실거래, 혐의거래를 예방하자는 게 취지다.
이는 우리 정부가 가입하려고 애쓰는 OECD 산하 자금세탁방지기구(FATF)에 가입하기 위한 필수조건이기도 하다.
하지만 개인의 비밀보장이 침해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영국의 우량 은행에 계좌를 트려면 직업과 소득 등을 밝히는 장시간 인터뷰를 거쳐요. 심지어 미리 거래한도까지 정해놓습니다.
그뒤 갑자기 집을 사기 위해 10만달러를 인출한다면, 그 용도를 정확히 밝혀야 하죠. 근데 우리는 어떻습니까. ‘금융실명법’도 사실상 차명거래를 묵인하고, 실소유자 여부를 확인하지 않고 있어요.” 김 원장은 “얼핏 보면 사생활 보호 원칙과 상충하는 듯하지만, 금융거래를 건전화하려는 지향점은 결국 똑같다”면서, 일부의 오해가 많이 해소됐노라고 자신감을 피력한다.

정통 경제관료인 김 원장은 허약한 금융시스템만큼 취약하기 짝이 없는 우리나라 자금세탁방지 분야의 ‘산파’ 역할을 담당했다.
“2000년에 FIU 구축기획단장을 맡아서, 2001년 11월 신설된 FIU의 예산, 인력, 법령 등 모든 발판을 마련했어요.” 이후 재경부 경제협력국장을 거쳐 지난해 8월 2대 원장으로 복귀했다.
그는 이제 FIU를 떠나 재경부 기획관리실장으로 자리를 옮긴다.
FIU의 산 증인인 만큼 아쉬움도 크다.
“나만큼 이 분야를 잘 알고 애착을 가진 사람이 드물 텐데, 떠나는 게 섭섭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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