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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 전후 증시 수익률 사냥하기
[커버] 전후 증시 수익률 사냥하기
  • 이원재 기자
  • 승인 2003.04.1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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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투자를 하시겠다구요? 그렇다면 지금은 마음을 단단히 먹고 곰 사냥에 나설 때입니다.
돈 벌 기회는 있지만, 아직 황소가 찾아올 때는 아닙니다.


이라크 전쟁의 포연이 잦아들면서 증시에도 낙관론이 솔솔 피어오르고 있다.
그동안 전쟁의 충격과 전쟁 이후 경기에 대한 걱정에 파묻혀 들리지 않던 가냘픈 낙관론이 한국 증시에서 서서히 주목을 받기 시작하고 있는 것이다.
전쟁 막바지에 종합주가지수가 연일 오름세를 보이면서 낙관론은 좀더 확산되고 힘을 얻었다.
거래대금도 늘어나면서 많은 이들을 낙관론쪽으로 유혹했다.


최근 많은 투자전략가들은 한국 증시가 본격적인 ‘곰 사냥’이 가능한 장세로 접어들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분명 지금의 오름세가 경기가 좋아지면서 대세상승 추세로 접어드는 시장, 즉 황소 시장(Bull market·주가가 추세적으로 상승하고 있는 시장을 일컫는 증권가 용어)은 아니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요즘의 오름세는 대세 하락기에서의 반짝 오름세, 즉 곰 시장(Bear market·주가가 추세적으로 하락하고 있는 시장을 일컫는 증권가 용어)에서의 랠리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전쟁 이전처럼 일방적으로 맥없이 떨어지기만 하는 장세는 아닐 것이라는 점에서 이전과 차별화된다는 전망이 증권가에서 힘을 얻고 있다.
시장과 종목을 선별하는 눈을 제대로 갖춘 투자자라면, 요즘 같은 대세 하락기 내지는 박스권 장세에서의 오름세에도 충분히 투자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게 많은 전략가들의 의견이다.



6월말까지 680~720, 낙관론 솔솔

먼저 힘이 커지고 있는 낙관론을 정리해보자. 올해 증시에 대한 낙관론을 지난해 말부터 꾸준히 펼쳐온 대우증권의 투자전략가 김영호 연구위원은 요즘 오랜만에 얼굴 표정이 펴졌다.
그는 2분기 종합주가지수가 오름세로 접어들어, 6월말까지는 올해 고점을 뚫고 680선 정도까지는 오를 수 있다고 전망해왔다.


전쟁이 끝나고 나면 일단 시장의 관심은 경제 펀더멘털로 돌아올 것인데, 최소한 펀더멘털이 전쟁 이전과 비교해 중립적이라면 유동성 유입에 따른 수익률 게임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게 그의 의견이다.
일단 전쟁 이후 한국 증시에 큰 영향력을 갖고 있는 유가가 안정될 전망이다.
넘쳐나는 국제자금은 여전히 투자 대안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라 일정 부분 증시로 되돌아올 것으로 보인다.
여기다 단기적일 것으로 보이기는 하지만, 반도체 등 IT관련 설비가동률이 안정되는 조짐을 나타내고 있다.


김 연구위원은 올해 종합주가지수는 2분기의 기세를 계속 타고 820까지 오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북한 핵문제 등 한국 고유 리스크가 해소되지 않는다고 해도 연말 안에 720까지는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다.


외국계 증권사도 여기에 가세했다.
지난해 초 상승장에서 ‘코리아 리레이팅’(한국 증시가 재평가 작업을 통해 해외투자가들에게 한단계 높은 평가를 받으면서 주가상승 계기가 생겼다는 뜻)을 줄기차게 주장해 눈길을 끌었던 메릴린치증권 서울지점 이원기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6월말까지 종합주가지수가 720까지 오른다”는 공격적 전망을 내놓았다.
이 센터장이 보기에 한국 증시는 지난 3~4개월 동안 세계 증시와 비교해 너무 많이 떨어졌다.
이는 한국 경제가 고유가에 취약한 구조라는 점과, 정권교체기에 미국과 관계가 미묘해지면서 북한 문제가 악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외국인 투자가들의 우려를 샀기 때문이다.
실제 외국인 투자가들은 한국 시장에서 올해 들어 4월초까지 1조5천여억원어치 주식을 순매도했다.


한국 증시는 경제 펀더멘털을 고려할 때 종합주가지수 700대 정도는 유지하는 게 맞다는 게 그의 시각이다.
이 아래로 떨어진 만큼은 유가 및 북한과 관련한 불안심리가 반영됐다고 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한국의 이라크 전쟁 지지 및 파병 방침 결정과 전쟁 막바지 유가가 안정되면서 이런 불안이 크게 줄어들고 있다는 게 이 상무의 시각이다.
SK글로벌과 카드채 문제로 불거진 금융시장 불안도 일시적으로나마 진정되는 분위기다.
그러니 이 정도 분위기 호전만으로도 720선까지 갈 수 있다는 얘기다.


계량분석의 권위자인 메리츠증권 조익재 리서치팀장도 “전쟁 뒤 미국 경기가 악화하더라도 주가는 한동안 오를 것”이라는 다소 ‘급진적’인 분석까지 내놓으며 낙관론자 대열에 동참했다.
조 팀장은 전쟁 이후 미국의 ‘수퍼파워’로서 입지가 강화하면서 달러와 주가가 강세 행진을 펼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91년 걸프 전 직후 경기부진에도 주가가 6개월 동안 상승했던 것과 비슷한 환경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기술적 반등일 뿐” 반론이 아직 우세

그러나 이런 낙관론들에 일침을 놓는 반론들도 만만치 않다.
주가가 잠시 상승세를 보이더라도, 이는 일시적 현상이지 추세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의견이 여전히 다수이자 주류인 것이다.


이근모 굿모닝신한증권 부사장은 “지금은 철저하게 외국인 투자가들이 주도하는 장세인데, 아직 그들이 매수 방아쇠를 당길 때가 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라크 전쟁, 북한 핵문제, 카드채 문제, 신정부 재벌정책 향방 등이 최근 외국인들이 우리 시장에서 빠져나간 원인인데, 전쟁이 끝나도 이 가운데 한가지 문제만 해결될 뿐이라는 게 이 부사장의 생각이다.


이종우 한화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주가는 결국 경기에 따라갈 수 밖에 없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 센터장은 “한국은 아직 경기하강 초입에 있을 뿐이다.
하강 초기에 주가 상승을 이야기하는 건 너무 이르다”고 말했다.


이 센터장은 기술적으로 종합주가지수 620선 정도까지 반등은 가능하다고 본다.
그러나 700선 이상으로까지 상승하려면 경기가 좋아진다는 계기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런데 상반기 한국 기업실적은 지난해에 견줘 악화해, 이익이 10% 정도는 줄어들 것이라고 그는 전망한다.
이 센터장은 또 카드채 문제는 시장에 내재된 상태로, 사람들이 돈을 많이 벌어서 카드빚을 모두 결제해주는 상황이 오기까지는 완전히 해결되지 않을 것으로 본다.
전쟁 뒤 미국은 우리 기대와는 달리 보호주의를 강화하면서 달러 약세, 수입 감소, 수출 증대 정책을 펴나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것 저것 따져봐도 한국 경기에는 좋은 신호가 없다는 게 이종우 센터장의 생각이다.


사실 따지고보면 낙관론자들 역시 장기적으로 세계경제는 하강국면에 있다는 데 동의한다.
한국 경제 역시 이 경기하강 추세에서 자유롭지는 못하다는 의견이 대부분이다.
2분기 종합주가지수가 700선 가까이까지 오를 수 있다고 주장하는 이원기 메릴린치 리서치센터장이나 김영호 대우증권 연구위원도, 그 이상의 상향 돌파는 경기상승이라는 변수가 생기지 않으면 어렵다는 의견을 갖고 있다.
어찌 보면 “6월말까지 종합주가지수 620~680 정도까지 상승 가능성은 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경기하강 국면에서 나타나는 제한적 상승”이라는 데 내로라하는 투자전략가들의 합의점이 와 있는 모양새다.


그럼 이런 장세에서 투자자들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조심스러운 투자자라면 당연히 섣불리 매수에 가담하기보다는 좀더 기다려보는 게 정답일 것이다.
언제 다시 하락할지 모르는 불안한 장세이니 일단 경기가 반환점을 돌고 있다는 신호가 나올 때까지 지켜보고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런 장세일 때 잘 투자하면 의외로 대세상승 때 못지않은 상당한 수익률을 올릴 수 있다고 이윤학 LG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충고한다.
기술적 분석에 능통한 것으로 알려진 그는 당분간 종합주가지수가 일정 범위 안에서 등락을 거듭할 것이라고 내다보면서도, 지금이야말로 본격적으로 종목 고르기에 나설 때라고 말했다.



가치투자 관점에서 종목 고를 때

지난 2000년 10월부터 약 1년 동안을 되돌아보면 이 얘기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당시 주가지수는 500부터 630사이를 오가면서 지리한 장세를 보여줬다.
그러나 이때 ‘가치투자’라는 기준으로 투자한 사람들은 엄청난 수익을 거둘 수 있었다.
오랫동안 저평가 가치주로 여겨졌던 태평양 주가는 열달 동안 310%가 올랐고, 신세계는 여덟달 동안 163% 올랐다.
현대자동차와 한국전기초자도 반년 동안 각각 194%와 159% 급등했다.


이 연구위원에 따르면 이미 이런 현상이 최근 시장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종합주가지수는 3월17일 512로 저점을 기록한 뒤 4월8일까지 15.8% 올랐다.
그런데 거래소 전체 시가총액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의 주가는 13.05% 오르는 데 그쳤다.
시가총액 300위 이하 소형주도 15.7%만 올랐다.
대신 시가총액 11위부터 100위까지 종목이 평균 23.74%나 올랐다.
또 시가총액 101~300위까지 중형주들도 20.1% 상승했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이 시장 리스크 때문에, 하위 종목이 불안감 때문에 주춤하고 있는 사이, 저평가 우량주가 많이 있다고 말할 수 있는 중상급 규모 기업의 주가가 약진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 연구위원은 “이런 수익률 게임 장세에서는 아마추어 투자자보다는 종목 고르기에 능통한 프로들이 크게 수익을 낼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거꾸로 생각하면, 이런 장세에서 수익을 내야만 프로 투자자라고 자부할 수 있다는 은근한 유혹으로도 들린다.


어찌 됐든 지금 시장은 그 어떤 상승장에서보다도 ‘가치보다 싼 주식을 사서 비싸지면 팔아라’는 뜻인“Buy low, sell high”라는 오래된 증시 격언을 다시 불러들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금이야말로, 최근 전쟁통에도 주택건설업체 클레이톤 홈즈, 파산한 직물업체 벌링턴 인더스트리 등 저평가된 기업을 사들인 ‘가치투자의 달인’ 워런 버펫(버크셔헤서웨이 회장)의 원칙과 용기가 꼭 필요한 때인지도 모르겠다.






증권사 몸집줄이기, 애널리스트 좌불안석

최근 프랑스계 SG증권 서울지점 애널리스트들은 황당한 경험을 했다.
10여명의 애널리스트들은 어느 날 매일 하던 아침 회의를 열고 있었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본사와 연결된 다자간 전화를 통해 돌아가면서 투자의견을 발표하고 회의를 마무리지으려는 찰나, 청천벽력 같은 이야기가 전화를 통해 흘러나왔다.


“그건 그렇고, 오늘 부로 서울지점 리서치팀을 해체하기로 했습니다.
지금 회의실 밖으로 나가시면 뒤처리를 해줄 직원이 나와 있을 겁니다.
그 사람의 지시에 따라 모두들 자리를 정리하시기 바랍니다.
” 나가 보니 정말 누군가 와서 컴퓨터에 저장된 자료를 유출하지 말 것 등을 지시하고 오전 중 사무실을 비워줄 것을 요구했다.
아닌 밤중에 날벼락을 맞은 셈이다.


SG증권은 서울 증권시장 영업전망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지난해 말 이렇게 리서치팀과 법인영업팀을 폐쇄하고 단순중개업무만 남겨뒀다.
10여명의 애널리스트들은 그야말로 하루아침에 거리로 나앉는 신세가 됐다.


한국의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고액 연봉 샐러리맨의 신화를 만든 대표적 직업 가운데 하나다.
삼성, LG, 현대 등 대형 증권사나 외국계 증권사 애널리스트들 중 상당수는 실제로 억대 이상의 연봉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증시 침체로 증권사 영업기반에 대한 우려가 확대되면서, 많은 수의 애널리스트들은 구조조정 대상이 되거나 고용에 위협을 느끼고 있다.
특히 증권사들이 결산기인 3월을 넘기면서 리서치 인력 조정도 가시화하고 있다.


국내 증권사 중에서는 업계 선두권을 달리는 삼성증권이 2월 3명의 애널리스트들을 내보내면서 출발신호를 울렸다.
그만두게 된 삼성증권 애널리스트 가운데 한명이 알고 지내던 펀드매니저들에게 고별사를 e메일로 보내면서 업계 선두 리서치의 구조조정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굿모닝신한증권도 2~3월에 걸쳐 시황 담당자 2명과 기업분석 담당자 2명 등 리서치센터에서 4명을 줄였다.
SK증권도 3월에 애널리스트 3명을 리서치 조직에서 다른 부서로 발령냈다.


꼭 인원을 줄이는 구조조정이 아니더라도, 애널리스트 경쟁이 극도로 치열한 탓에 대부분 1년 단위 계약직인 이들은 상시적으로 고용불안에 떨고 있다는 게 증권업계의 중론이다.
특히 리서치 분야에서 선두를 다투면서 조직을 강화하는 추세인 삼성, LG 등 대형사들에서도, 각 업종 및 분야에서 좀더 나은 평판과 기량을 가진 애널리스트들로 진용을 갖추기 위해 매년 재계약 때마다 엄격한 심사를 통해 적지 않은 숫자를 교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99년 이후 애널리스트들이 억대 연봉 샐러리맨의 신화를 창조하며 화려하게 노닐던 ‘증권시장’이라는 은반은, 3년 연속 주가가 하락하는 등 불황이 이어지면서 이제 언제 깨질지 모르는 살얼음이 됐다.
물론 애널리스트 직종 자체는 금융시장이 고도의 전문적인 영역으로 발달하면서 점점 더 중요성이 커지고 있지만, 애널리스트 개인들은 이래저래 매우 피곤한 표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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