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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주목할 만한 가치주들
1. 주목할 만한 가치주들
  • 최준철/The Value&C
  • 승인 2003.04.1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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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는 가격에 수렴한다

저평가 종목에 대해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선입견은 대략 두가지로 압축된다.
첫째는 거래량이 적어 유동성이 부족해 주식을 제때 팔기가 쉽지 않다는 것. 둘째는 주가가 절대 오르지 않을 뿐 아니라 상승폭도 매우 적다는 것이다.


첫번째 이유에 대해서는 가치투자자로서 할 말이 많다.
일부 애널리스트의 리포트를 보면 유동성이 부족한 종목에 대해 디스카운트를 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이것은 환매 등에 대비해야 하는 기관투자가의 입장일 뿐이다.
여윳돈으로 투자를 하면서 기다릴 수 있는 개인투자자들에게는 디스카운트 요인이 아니다.


좋은 가치를 지닌 저평가 종목이 거래량이 적은 이유는 보통 팔고자 하는 사람이 적기 때문이다.
즉, 장기주주가 많기 때문에 거래량이 적은 것이다.
남양유업과 하이닉스를 비교해보면 이 차이가 명확하다.
거래량이 많다고 좋아하는 기업은 자기 회사가 싫다고 떠나는 사람이 많다고 좋아하는 것과 같다.
마찬가지로 거래량이 많다고 좋아하는 투자자는 다른 사람이 싫어 떠나는 절에 들어가면서 좋아하는 것에 비유될 수 있다.


두번째 이유는 과연 사실일까? 아니다.
주가가 오를 때까지 기다릴 수 없는 사람이 있을 뿐 저평가된 종목은 반드시 가치에 도달한다.
다만 언제 도달할지 아무도 모른다는 것만이 한계일 뿐이다.


대표적으로 롯데칠성의 사례를 살펴보자. 롯데칠성은 2000년 당시 저평가 종목에 대해 가지고 있던 사람들의 선입견에 완벽하게 부합하는 종목이었다.
거래량은 몇십주에서 몇백주에 불과했고 영원히 오르지 않을 것 같은 주가 움직임을 보였다.
음료시장의 포화, 저성장을 이유로 주가는 6만원에서 8만원을 왔다갔다할 뿐이었다.
대신 사람들이 동의하는 한가지 사실이 더 있었다.
롯데칠성이 음료시장에서 가진 절대적인 위치에 비해 아무리 따져봐도 매우 싸다는 것이었다.



황제주 롯데칠성이 대표적 예

그러나 2000년 결산기에 영업이익이 168% 증가하자 일단 저성장에 대한 우려가 사라졌다.
해태음료의 몰락에 따른 반사이익과 ‘2%부족할 때’의 히트에 더해 이자비용이 급격히 줄어든 결과였다.
일단 2000년 말에 주가가 10만원대에 올라섰다.
이때부터 롯데칠성 주가는 급격히 상승하기 시작했다.
주가가 상승하자 6만~8만원 할 때의 악재는 온데간데없고 ‘자산가치가 100만원이다’, ‘음료시장의 절대강자다’, ‘롯데쇼핑, 롯데리아 등 우량 자회사를 가지고 있다’ 등의 좋은 얘기만 흘러나왔다.
아이러니하게도 20만원을 돌파해 주가가 비싸지자 하루 거래량이 1만주를 넘어섰다.
유동성 문제가 가격이 올라가 해결된 것이다.


결국 2002년 롯데칠성의 주가는 90만원에 육박했고 현재 50만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고점에 대비하면 많이 빠진 수준이지만 6만~8만원 시절을 생각하면 8배 이상 오른 셈이다.
롯데칠성은 저평가 종목에 대한 오해를 일거에 날려버린 대표적인 사례다.


저평가 종목에 대한 오해를 풀고 ‘가격은 가치에 수렴한다’는 명제에 동의했다면 앞으로 오를 가능성이 있는 저평가 종목을 찾아보자. 여기서 소개할 대표적인 저평가 종목은 선창산업이다.


선창산업은 가구·합판 제조업체로 투자자가 생각하기에 전형적인 저성장산업을 벌이고 있는 기업이다.
그러나 매출액을 보면 결코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000, 2001, 2002년 매출이 각각 1338억, 1415억, 1755억원으로 성장 추세다.
그러나 이익을 보면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지난해 순이익이 8억원에 불과하고 그 전해는 적자를 기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창산업이 저평가주로 분류되는 가장 큰 이유는 감가상각의 비밀에 있다.


감가상각은 건물, 차량, 기계장치 등의 유형자산이 시간이 지나면서 가치가 떨어지는 것을 비용으로 계상해 회계에 반영하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비용으로 회계상의 이익에는 영향을 미치지만 영업상의 현금흐름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선창산업이 매출액이 느는 반면 이익규모가 적은 것은 바로 이 감가상각을 공격적으로 적용했기 때문이다.
선창산업은 최근 6년간 868억원의 감가상각을 기록했다.
문제는 감가상각이 기계장치의 가치하락분만큼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멀쩡히 잘 쓰고 있는 기계를 장부상에서 없애버렸다는 것이다.
MDF(톱밥을 모아 만든 합판)를 멀쩡히 잘 제조하고 있는 선창산업의 MDF1공장은 감가상각이 끝난 것으로 되어 장부상에서 사라졌다.
수요의 증가에 맞추어 새로 준공한 MDF2공장도 장부에서 공격적으로 사라지고 있는 중이다.
물론 기계장치는 잘 돌아가고 있다.


6년간 선창산업의 당기순이익 합계는 151억원 적자다.
하지만 감가상각분을 제외하면 740억원의 흑자였던 셈이다.
현금흐름표를 보면 이 사실은 더 명확해진다.
적자를 기록한 2001년에도 영업상의 현금흐름은 59억원이었고 2002년에는 104억원을 기록했다.



영원한 저평가 종목은 없다

결국 선창산업의 투자 아이디어는 과도한 감가상각으로 인한 저평가에 있다.
하지만 감가상각이 끝날 경우를 생각해보라. 신규투자를 하지 않는다면 감가상각은 끝나기 마련이다.
그리고 선창산업이 채택하고 있는 정률법은 시간이 갈수록 감가상각비가 줄어들게 하는 방법이다.
MDF는 PCB기판의 대용으로 쓰일 정도로 활용범위가 넓어지면서 수요가 증가하는 품목이다.
영업상의 현금흐름은 증가하는 추세에 있다.
이 상태에서 감가상각으로 인한 비용이 줄어들면 현금흐름이 그대로 회계상의 이익에 반영된다.


선창산업의 주가는 8천~1만원을 오가고 있다.
전형적인 저평가주의 지리한 움직임이다.
그러나 주당순자산은 8만1천원에 이른다.
장부가의 1/8~1/10에 거래되는 셈이다.
이 저평가 상태가 해소되는 시점은 이익의 증가가 사람들의 눈에 뜨일 정도로 나타나는 때가 될 것이다.
물론 이것이 주가에 반영되는 시점은 아무도 모른다.
선창산업은 투자자에게 엄청난 인내의 시간을 요구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주가가 오르기 시작하면 선창산업의 주가가 장부가에 접근해가는 과정에서 ‘장밋빛 MDF시장’, ‘현금보유만 210억원’ 같은 말이 나올 거라는 사실은 확실하다.
우리는 롯데칠성의 사례에서 주가상승이 또 다른 주가상승을 부르는 모습을 목격했다.
그 가치는 예전에도 거기 있었는데 말이다.


선창산업과 같은 저평가종목으로는 LG가스, 동일방직, 삼천리 등이 있다.
모두 주가수익비율(PER·주가가 이익에 견줘 얼마나 비싼지를 나타내는 비율)과 주가순자산비율(PBR, 주가가 보유자산 가치에 견줘 얼마나 비싼지를 나타내는 비율)이 낮지만 주가는 거의 그대로인 종목들이다.
이 또한 선창산업만큼이나 유심히 관찰해보자.

영원한 저평가 종목이란 없다.
주식시장은 대부분의 경우 비이성적이지만 가끔 이성적으로 돌변하기도 한다.
이때 저평가 종목에 대해 급격한 재평가를 해버리곤 한다.
시장이 비이성적으로 상승시킨 주식은 한바탕 폭탄돌리기 끝에 제자리로 돌아오기 마련이지만, 이성적으로 상승시킨 주식은 꾸준히 오른 가격을 유지한다.
말 그대로 주가의 업그레이드를 이루는 것이다.


끈기 있는 자만이 터널의 끝을 볼 수 있다.
저평가 종목의 해소 과정은 길고 지루하고 재미가 없다.
하지만 시장은 분명 기다리는 자에게는 달콤한 열매를 제공한다.
저평가 종목이 주는 달콤한 열매의 단맛은 바로 기다림의 미학에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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