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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 조갑주 신송식품 회장
[사람들] 조갑주 신송식품 회장
  • 이용인 기자
  • 승인 2003.04.2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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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건강으로 한국의 맛 지킨다”

얼마 전만 해도 시어머니는 갓 시집온 며느리에게 간장 담그는 법부터 가르쳤다.
모든 음식 맛은 장맛에서 나온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집에서 직접 간장을 담그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이른바 ‘조선간장’을 요리에 쓰는 집도 거의 없을 뿐더러, 집에서 간장 만드는 절차가 워낙 까다롭고 복잡하다 보니 편하게 공장 제품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간장뿐만 아니라 된장, 고추장 등 이른바 ‘3대 장류’ 모두를 사먹는 추세가 늘어나면서 신송식품 조갑주(64) 회장의 어깨도 무거워졌다.
소비자들의 건강한 식탁을 위해 좀더 노력해야 한다는 의무감이 갈수록 커지는 것이다.
그가 매년 매출의 15% 이상을 연구개발에 투자한다는 원칙을 고수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물론 업계의 치열한 경쟁 상황에서 연구개발만이 살길이라는 경영철학도 배어 있다.
매출액 기준으로 업계 4위인 신송식품이 1~2위 업체를 따라잡으려면 연구개발 투자가 ‘외길’이라는 것이다.


지난해는 고추장 전쟁을 벌였다.
햇볕태양초 고추장(신송), 순한 고추장(대상), 홍삼 고추장(해찬들) 등 모든 업체에서 ‘장군 멍군’ 식으로 기능성을 가미한 고추장을 내놓았다.
간장과 고추장 시장은 이런 업체들의 경쟁으로 8 대 2 정도로 공장제품이 우위를 점하고 있다.


그가 보기에 올해는 된장 시장이 한바탕 전쟁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된장 시장은 5 대 5 정도로 아직 공장 제품이 파고들 수 있는 시장 잠재력이 있는 편이다.
때문에 조 회장도 올해 목표를 ‘된장 시장’ 공략으로 못박는다.
“다른 장류에 비해 된장은 집에서 만들어 먹기가 좀더 쉬웠습니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점점 편리함을 추구하는 추세지요. 이제 고급 된장으로 시장에서 승부를 걸 것입니다.


그가 장류 산업에 뛰어든 계기를 알려면 한참 동안 설명이 필요하다.
원래 그는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삼호무역, 한일합섬, 동부그룹에 이르기까지 섬유수출 부문에서 전문가로 성장한다.
지난 80년 개인 사업도 같은 분야에서 시작했다.
하지만 유럽이나 미국 등에서 앞다퉈 쿼터 시스템을 도입해 무역장벽을 쌓기 시작하면서 섬유 수출 사업이 쉽사리 풀리지 않았다.
그래서 사업다각화의 하나로 주목한 것이 식품원료제조업이었다.
밀에서 단백질과 녹말을 분리 추출해 식품회사들에 원료를 공급해주는 일이었다.


밀에서 추출한 단백질을 간장회사들에 공급하기 시작하면서 내친 김에 아예 간장을 만들어 팔아보자고 생각한다.
1987년 회사이름도 신송식품으로 바꾸고, 고추장과 된장, 간장을 만드는 공장시설도 만들어 88년부터 본격적으로 제품을 내놓기 시작했다.
93년께 섬유수출사업은 아예 접어버렸다.


그가 앞을 내다보는 눈은 탁월한 데가 있다.
그는 91년도에 처음으로 방부제와 사카린을 섞지 않은 천연간장을 내놓았다.
환자나 노약자를 위한 저염간장을 내놓기도 했다.
그 뒤로 신송식품의 제품개발 전략은 ‘고급화’와 ‘친건강’이라는 컨셉으로 자리잡게 된다.
그는 앞으로 장류 시장이 ‘전통으로 회귀’할 것이라고 내다본다.
지금까지는 순한 맛이 대세를 이끌고 갔지만 앞으로는 매운맛을 강조하고, 사용하는 원료도 좀더 전통적인 방식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얘기다.
대기업들과 경쟁에서 나름대로 입지를 다진 신송식품의 저력에는 조 회장의 이런 선견지명이 빛을 발휘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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