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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미국- 멀케이 지난해 보수 64억원
[글로벌] 미국- 멀케이 지난해 보수 64억원
  • 이원재 기자
  • 승인 2003.05.0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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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록스 ‘부활’ 공로 인정…기본급 동결 불구 총액 48% 증가

미국 재계에 ‘500만불의 여성 최고경영자’가 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4월21일 “제록스 최고경영자(CEO) 앤 멀케이(49)의 지난해 총 보수가 520만달러(약 64억원)였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이는 2001년보다 48% 오른 금액이다.
멀케이의 기본급은 2001년과 같은 100만달러였지만, 보너스가 125만달러에서 150만달러로, 보상으로 받은 주식이 145만달러어치에서 260만달러어치로 늘어났다.


멀케이가 이렇게 좋은 대우를 받게 된 것은, 복사기 제조업체로 잘 알려진 제록스를 성공적으로 구조조정한 뒤 3년만에 첫 흑자로 만들어놓은 경영능력을 높이 평가받았기 때문이다.
그가 처음 제록스 최고경영자 자리에 오른 2001년 8월, 제록스는 절체절명의 전환점에 서 있었다.


그 전해인 2000년 10월 제록스는 16년 만에 첫 분기 손실을 기록했다.
최고의 복사기 제조업체 제록스는 복사기와 프린터 시장이 침체되고 hp와 같은 강력한 경쟁자들이 부상하면서 몇년 동안 판매감소에 시달리고 있었다.
빚은 점점 늘어만 갔고 구조조정의 필요성이 강력하게 제기됐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증권거래위원회(SEC)는 비슷한 시점에 제록스 회계부정을 수사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멀케이가 최고경영자를 맡은 지 1년 반만인 지난 1월28일, 제록스가 다시 살아나고 있다는 분명한 신호가 나왔다.
지난해 4분기에 주당 1센트의 순이익을 달성해, 3년 만에 처음으로 연간기준 흑자를 기록했다는 2002년 결산 보고 발표가 나온 것이다.
실적호전에 힘입어 주가도 오름세를 탔다.
제록스 주가는 2002년 10월 4달러20센트로 바닥을 친 뒤 꾸준히 올라 4월22일 현재 9달러16센트선이다.
주식시장 전체가 약세인데도 반년 만에 두배 이상으로 뛴 것이다.


사실 제록스의 회생은 멀케이 회장의 결단에 찬 구조조정과 투명경영 덕분이라는 게 미국 증권가의 시각이다.
멀케이는 지난해 제록스 직원 5300명을 감원해 직원 수를 6만7100명으로 줄였다.


2002년 4월에는 그동안 신뢰를 깎아내렸던 회계부정 스캔들도 무난하게 마무리했다.
멀케이는 제록스가 1997년부터 2000년까지 4년간 매출을 30억달러나 부풀리고 세전 순이익도 15억달러 부풀렸다는 혐의를 인정했다.
그리고 증권거래위원회 결정에 따라 순순히 1천만달러의 벌금을 물었다.
혐의를 부인하고 맞대응하면서 스캔들을 장기적으로 끌고가기보다는, 일찍 포기해 신뢰를 회복하고 회사 회생에 집중하는 전략을 채택한 것이다.
결국 멀케이의 전략은 성공을 거뒀고 흑자전환의 기반이 됐다.


멀케이는 스물네살 때 복사기를 파는 일을 시작으로 제록스에 입사해, 그 길로 25년 동안 이 회사에서 잔뼈가 굵은 경영자다.
남편 역시도 제록스에서 판매 관리자로 일하다 은퇴한 만큼 제록스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것으로 알려졌다.
멀케이는 그러면서도 수십년 동안 한솥밥을 먹은 동료들을 한순간에 대량해고할 줄도 아는 냉철한 경영자라는 평을 듣고 있다.
최근에는 미국 주식시장의 ‘큰손’인 캘리포니아공무원연금(캘퍼스)으로부터 ‘기업지배구조가 개선돼야 하는 기업’으로 선정돼 발끈하기도 했다.
그러나 어쨌든 제록스 주주들은 멀케이에게 지급한 500만달러의 연간보수를 그리 아까워하지 않는 눈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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