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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중국 - 사스가 중국 숨통을 끊을까
[글로벌] 중국 - 사스가 중국 숨통을 끊을까
  • 이경숙 기자
  • 승인 2003.05.0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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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률 하락 우려에도 불구 내수·생산 의존도 커 경제적 피해 적을 수도

‘사스 사쓰 중궈’(SARS 殺死 中國).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가 중국을 죽인다는 뜻의 중국말이다.
과연 사스는 성장일로에 있던 중국 경제에 태클을 걸까?

드러나는 증세는 그다지 낙관적이지 않다.
사스 공포로 3월 외국 관광객 입국자 수는 6.5%가 줄었다.
5월18일부터 이틀간 열릴 예정이던 아시아판 다보스 포럼인 보아오(Boao) 포럼은 취소됐다.
중국 정부는 사스 확산을 막기 위해 극장과 카페 등 공공장소를 폐쇄했다.
상하이와 선전 증권거래소도 5월1일부터 14일까지 휴장하기로 했다.
4월29일 기준으로 중국 내 사스 감염자는 3300여명을 넘어섰고 사망자는 148명을 기록했다.


주요 투자은행들은 중국 성장 기대치를 하나둘씩 낮추고 있다.
씨티그룹, JP모건, 크레디스위스퍼스트보스턴(CSFB)은 올해 중국 GDP 성장률을 평균 7.4%에서 6.4%로 끌어내렸다.
중국으로 돌진하던 기업들의 걸음도 주춤거리기 시작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중국 광둥에 있는 X박스 생산기지를 멕시코로 옮기는 문제를 검토하고 있다.
월트디즈니의 중국 테마파크 사업도 연기가 불가피해졌다.
<상하이증권보>는 “최근 사스 확산으로 국제 비즈니스 효율성이 떨어져 외국인직접투자(FDI) 증가폭이 완만해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중국은 지난해 미국을 제치고 세계에서 가장 많은 FDI를 유치한 바 있다.


사태가 위태롭게 진전되자 중국 최고지도부는 사스 공포 진화에 직접 나섰다.
후진타오 당 총서기 겸 국가주석은 최근 열린 정치국 회의에서 “질병 퇴치에 최선을 다하되 경제 건설에도 추호의 동요가 있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돌발 상황 때문에 경제환경에 대한 불확실성이 가중되고 있다는 것이다.
당 지도부는 인민의 건강과 생명 안전 보호, 내수 확대, 적극적인 재정정책, 안정적인 통화정책을 유지해 애초 설정한 대로 올해 7%대 경제성장률을 달성하겠다고 결의했다.
원자바오 총리도 4월29일 태국 방콕에서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국가들과 사스 대책을 논의하면서 “우리 노력으로 상황이 반전될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며 사스 조기 퇴치에 자신감을 피력했다.



중국 진출 기업인 반응 낙관적

그러나 사스가 중국 경제에 우려만큼 많은 피해를 입히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미국 경제격주간지 <포브스>는 4월2일 발간호에서 “중국이 공황을 유발했을지는 모르나 경제에는 그다지 해를 끼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일단 중국 경제의 성장을 이끄는 인력은 홍콩의 잘 교육받은 국제적 비즈니스맨이라기보다는 저임금 제조업 종사자들이다.
지난해에도 중국의 산업생산은 13%가 성장해 중국 경제성장에 불을 지폈다.
중국 경제성장의 또 하나의 원천은 내수시장이다.
중국 내수 수요는 중국 GDP의 80%에 맞먹는다.
외국인 투자 위축에 대한 우려가 나오기는 하나 외국인투자는 중국 전체 투자의 10% 규모다.
게다가 관광이 중국 GDP에서 차지하는 몫은 1.5%밖에 되지 않는다.


중국에 진출한 기업인들의 반응 역시 비관적이지만은 않다.
프랑스계 화학업체 듀폰의 중국 대표 찰스 브라운은 “회사 이해관계에는 충격이 없다(no impact)”고 말한다.
그러나 앞으로 6개월 정도는 사스 문제가 지속돼 새로운 프로젝트가 지연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협상과 업무의 차질 탓이다.
대만의 IT 대표그룹 에이서의 사이몬 린 회장은 “우리는 이것이 하나의 단기적 사건(one-shot event)이길 기대한다”고 말한다.
그는 올해 2천만달러에 이르는 중국 투자 계획을 사스 때문에 늦추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중국 정부가 사스 처리를 얼마나 능숙하게, 빠르게 해내는가에 달려 있다.
사스 공포가 수그러들지 않으면 중국 경제의 중요한 성장엔진인 내수와 생산이 타격을 받을 수도 있다.
중국의 보건비용은 GDP의 5.3%밖에 되지 않는다.
일본의 7.8%나 독일의 10.6%에 비해 턱없이 낮은 금액이다.
서구식 의료 시스템도 미흡한 형편이다.


사스로 인해 중국 정부의 위험 관리 능력은 시험대에 올랐다.
사스 사태는 중국 경제에 좀더 긴 화두를 던지는 사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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