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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경제 돋보기] 강해지는 경제 선동
[북한경제 돋보기] 강해지는 경제 선동
  • 김보근/ 한겨레통일문화연구소
  • 승인 2003.05.2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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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9월9일 공화국 창건 55돌을 맞는 북한이 어느 때보다 강하게 ‘목표 달성을 위한 경제 선동’을 벌이고 있다.
대표적으로 최근 <로동신문> 등 북한 언론이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구호’를 거의 매일 강조하고 있는 것을 들 수 있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창건 55돌에 즈음하여’라는 제목으로 지난 4월21일 북한 언론매체에 발표된 구호들은 “정치·경제·사회·국방 각 영역에서 높은 성과로 건국 55돌을 맞이하자”는 내용이 핵심이다.
무려 170여개에 이르는 이들 구호는 발표 당일 <로동신문> 지면을 1면부터 3면까지 가득 채울 만큼 다양하다.
구호들 중에는 “대를 이어 누리는 수령복을 심장 깊이 간직하고 위대한 장군님의 사상과 령도에 끝없이 충실하자!” 등의 정치구호와 함께, “국방은 국사 중의 국사이며 최대의 애국사업이다” 등 군사부문이 우선 눈에 들어온다.
이와 함께 경제부문에서는 “탄부들이여! 석탄증산으로 사회주의 경제건설의 진격로를 힘차게 열어제끼라!”, “수송전사들이여! 선군시대 강성대국건설의 요구에 맞게 수송혁명의 불길을 더욱 높여 나가자!” 등 각 부문 노동자들에게 생산 혁신을 호소하는 내용이 주종을 이룬다.
<로동신문>은 이 구호들이 발표된 이후 거의 매일 사설·정론 등으로 ‘요란한 선동’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5월12일에만도 <로동신문>은 두 꼭지나 ‘경제 선동’에 할애했다.
즉 1면 사설 ‘구호관철투쟁에서 선군시대의 영웅이 되자’를 통해 “모두가 영웅이 돼서 구호를 100% 관철하자”고 강조했다.
이어 2면의 ‘당중앙위원회 구호는 대담한 공격정신의 빛나는 구현’이라는 기사에서는 “구호 목표 관철이 바로 제국주의자들의 봉쇄를 뚫는 힘”이라고 주장했다.
또 <조선중앙통신>도 5월10일 “각지 기관·공장·기업소들에서 당중앙위원회 구호를 받들기 위한 궐기모임들이 진행되고 있다”고 소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조선중앙방송>은 5월6일 “당중앙위원회 구호가 신문들에 게재된 뒤 10일 동안에 전국적인 공업생산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24%로 장성(성장)했다”며 ‘경제 선동’의 성과를 강조했다.
그러나 이런 주장이 북한 경제의 발전을 뜻한다기보다, 그 반대를 의미한다는 데 ‘선동 경제’의 비극이 있다.
선동은 마치 마약과 같아 처음에는 조용한 목소리로도 목표를 이루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목소리가 커져야 한다.
노동자 등 각 경제 주체에게 ‘내성’이 생기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문제는 선동이 멈추면 곧 생산실적이 하락한다는 점이다.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움직이는 ‘보이지 않는 손’은 365일 작동하는 데 비해, ‘경제 선동’은 일년 내내 같은 강도로 계속할 수 없다.
이에 따라 ‘선동’에 의한 경제 운영은 북한 경제를 큰 생산파동의 굴레로 몰아넣는다.
북한의 ‘경제 선동’이 오는 9월9일 공화국 창건 때까지 어떤 강도로 지속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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