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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 김병환 메갈로 사장
[사람들] 김병환 메갈로 사장
  • 황보연 기자
  • 승인 2003.05.2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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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일유통의 체계화 이끌겠다”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 나간다는 것은 언제나 기분 좋은 일이다.
그것도 자신이 제일 좋아하는 분야에서라면 더할 나위가 있을까. 메갈로 김병환(39) 사장의 입가에도 요즘 웃음이 떠나질 않는다.
본격적인 과일전문 유통기업으로 신유통의 한페이지를 장식할 날이 머지않았기 때문이다.


메갈로는 청정과일 브랜드인 ‘포모나’를 내놓으면서 업계의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다.
단일한 전국 브랜드로 과일전문 유통업을 한다는 일은 국내에서는 다소 생소한 일이다.
지금까지는 나주배나 성환배 같은 지역별 브랜드가 전부였다.
현재 지역 브랜드는 전국적으로 5천개가 넘지만 생산과 유통과정이 체계적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한계를 안고 있다.


“배 한상자를 백화점에서 사도 어떤 때는 아래쪽에 질이 좋지 않은 상품인 ‘속박이’가 끼어 있을 때가 있죠. 모두 산지생산 과일이 집하에서 포장단계까지 규격화되지 않았기 때문에 일어나는 일입니다.
” 김 사장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2월 천안에 과일패킹센터를 세웠다.
패킹센터는 총부지 2744평에 연면적 1300평으로 460평의 저장고와 455평의 작업장으로 되어 있다.
하루 취급물량만 200톤이 넘는다.


배와 사과가 본격적으로 나오는 7월께 100% 가까이 농약을 제거하는 오존수 살균세척기와 당도와 중량, 색깔을 기준으로 과일을 손상하지 않고 분류하는 디지털선별기를 도입하면 완벽한 시스템을 갖추게 된다.
쉽게 말해 수박을 살 때 지금까지는 두드려보고 샀다면 앞으로는 포모나라는 브랜드가 찍힌 포장용기 겉면에 적혀 있는 당도 등을 보고 고르면 된다는 것이다.


패킹센터를 거쳐 나온 과일은 모두 16등급으로 나뉜다.
최고 등급의 과일은 ‘명품’으로 분류돼 주로 백화점에 납품할 예정이다.
또한 등외품은 식자재나 가공센터로 빠져 그 나름대로 역할을 하게 된다.
이처럼 과일이 규격화되어서 나오다 보니 홈플러스나 롯데마트 등 대형 할인점에선 이미 포모나를 선호하는 곳들이 꽤 있다.


김 사장이 과일유통으로 승부를 걸겠다고 마음먹은 건 아주 오래 전이다.
형님이 시장에서 어렵게 과일을 팔고 있는 걸 보면서 좀더 효과적인 유통경로를 만들어낼 수는 없을까 골몰하기 시작했다.
메갈로가 중간유통단계를 최대한 줄여 농민들에게 제시하는 가격과 소비자들이 구입하는 가격을 합리적으로 조정해갈 수 있었던 것도 이런 고민 덕이다.


김 사장은 또한 적극적인 산지관리에 힘써 윈윈 관계를 이뤄내야 한다는 생각이다.
최근에는 천안 성환지역의 배 생산자 100명을 대상으로 월 1회 이상씩 정기교육을 실시해 과학적인 영농법을 가르치고 있기도 하다.
“신고배의 맛은 세계적으로도 인기가 좋지만 그동안 제품이 일정하지 않아서 좋은 가격을 받지 못했어요. 이미 브랜드화가 정착돼 있는 외국 농산물에 맞서려면 우리도 경쟁력을 키울 수밖에 없지 않겠어요?”

김 사장의 꿈은 메갈로를 미국 델몬트사 같은 과일유통 전문기업으로 키우는 일이다.
회사이름을 ‘원대한’이라는 뜻의 메갈로라고 지은 것도 이 때문이다.
지금은 저장기간이 제일 길다는 배를 중심으로 시작하고 있지만 향후에는 전국적으로 패킹센터를 건립해 다양한 과일들을 포모나 브랜드로 출시할 계획이다.
구매자들의 취향에 맞게 더 다양한 포장기법을 개발해 나가고, 배즙과 같은 과일가공식품도 만들고…. 김 사장은 앞으로도 과일유통이 제대로 된 자리를 잡기 위해서는 자신이 할 일이 한참 많이 남았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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