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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석] 이은구
[초대석] 이은구
  • 이승철 기자
  • 승인 2003.05.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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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지원이 IT강국 밑거름” 아직껏 ‘인도’ 하면 힌두교나 카스트제도부터 떠올린다면, 시대 변화에 너무 둔감한 사람으로 찍히기 십상이니 조심해야겠다.
“이제 인도 = IT(정보기술)라는 등식이 성립할 정도예요. 중동에 석유가 있다면, 인도에는 소프트웨어(SW) 전문가들이 있습니다.
” 국내에 몇 안 되는 인도 전문가인 이은구(41) 한국외국어대학교 남아시아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인도 델리대와 아그라대에서 각각 문학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 연구원도 애당초 전공분야인 인도 소설을 비롯, 인도의 문화와 종교부터 연구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의 관심사는 몇년 전부터 자연스레 인도의 경제현실, 특히 성장의 원동력인 IT 산업으로 옮아갔다.
이 연구원은 98년부터 인도와 파키스탄, 스리랑카 등 7개 나라를 연구하는 한국외대 남아시아연구소를 맡고 있다.
인도가 IT 대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 이은구 연구원은 두가지 점을 꼽는다.
우선 인도는 신경제를 이끄는 미국 IT산업과 동반성장하며 부침을 같이하고 있다.
그는 그 이유로 “국민 누구나 영어를 원활하게 구사할 수 있고, 미국과 시차가 정확히 12시간이어서 출퇴근 업무교대로 24시간 가동할 수 있는 묘한 보완관계에 있는 게 큰 장점”이라고 지적한다.
둘째로 정부의 기초과학분야에 대한 오랜 투자와 전폭적 지원을 바탕으로 양질의 IT 인력을 대량 확보한 덕분이다.
65년 네루 전 수상이 미국 MIT공대를 본떠 국내 7곳에 설립한 인도공과대학(IIT)을 비롯, 약 2천여 대학에서 해마다 10만명이 넘는 IT 전문인력이 쏟아져 나온다.
“미 실리콘밸리 연구원의 30% 정도가 인도 출신입니다.
그들이 지난 세기말 ‘Y2K’ 문제 해결에 대거 참여, 공헌한 것이 세계적 주목을 받는 결정적 계기였어요. 들리는 소문에는 MS사의 윈도우 운영체제도 인도 인력이 개발했다고 해요.” 그 결과 인도의 총수출액에서 SW 솔루션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17%에 이른다고 한다.
자그마한 벤처기업들이 매출과 순이익에서 기존 대기업들을 앞지르며 상위권을 휩쓸고 있다.
그러나 이은구 연구원은 “아직 대규모 자금투여가 필요한 하드웨어 분야가 뒤처져 있고 전력, 인터넷 등 인프라스트럭처가 턱없이 부족한 것이 단점”이라고 지적했다.
유감스럽게도 IT 업종에 대한 관심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우리나라와 인도의 직교류는 아직 미흡하다.
몇년 전부터 국내 대학생들이 적은 비용으로 인도의 교육기관에서 영어와 IT 지식을 함께 습득하고 있고, 현재 500~600명이 연수 중이다.
그러나 정작 인도의 알짜배기 인력들은 언어장벽 등의 이유로 우리나라를 외면하는 현실을 그는 아쉬워한다.
“이 책을 내놓은 뒤 인도 대사를 만났어요. 여러나라에서 인도의 IT 인력에게 1~3년씩 특별입국비자를 내주며 유치하려 애쓰는데, 한국에는 이런 배려가 전혀 없다고 아쉬워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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