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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스위스 - 깊어가는 경제 주름살
[글로벌] 스위스 - 깊어가는 경제 주름살
  • 최우성 기자
  • 승인 2003.05.30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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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경기침체 가장 큰 영향…기업 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져


견실한 경제구조를 자랑하던 스위스 경제에도 어두운 그림자가 짙게 드리우고 있다.
최근 들어 소비자지출은 눈에 띄게 줄어들었고, 자동차 신규등록대수 등 경기흐름을 짐작하게 해주는 각종 지표도 온통 상처투성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2년 연속 경기침체를 경험한 경제가 올해에도 별다른 탈출구를 찾지 못할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대부분의 경제전문가들은 경제가 회복세로 돌아서는 시점을 아무리 빨라도 내년 이후쯤으로 보고 있는 편이다.
수출의존도가 무척 높은 스위스 경제의 특성상 세계경제의 전반적인 침체에 크게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그 가운데서도 가장 중요한 원인이 바로 이웃 독일 경제의 퇴조다.
독일은 스위스 총수출액의 60%를 담당할 만큼 스위스에는 절대적인 시장이다.
예전부터 스위스 경제는 독일 경제와 심한 동조화 현상을 보여왔다.
하지만 유럽연합위원회가 예상하고 있는 올해 독일 경제성장률은 0.4%를 밑돈다.
활력을 잃은 독일 경제가 스위스 경제에 직격탄을 날리고 있는 셈이다.


스위스 경제의 꽃은 뭐니뭐니해도 탄탄한 저력을 갖춘 제조업부문이었다.
이렇다 할 천연자원이 없는 스위스가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은 바로 세계 최고수준의 기술력을 갖춘 유명기업이 밑바탕을 이루었기 때문이다.
유럽 최대 제약업체인 노바티스나 로체, 세계 최대 식품업체인 네슬레 등 세계시장을 주름잡는 스위스 기업들의 수는 매우 많다.
이뿐이 아니다.
중소규모의 기업들 가운데서도 세계시장에서 어깨를 겨룰 수 있는 기술력을 갖춘 업체들이 즐비하다.


문제는 세계경제 침체와 스위스 프랑화의 강세가 바로 스위스 기업들의 경쟁력을 크게 잠식하고 있다는 데 있다.
기업부문의 위축이 곧바로 경제 전반에 큰 파급효과를 가져온 건 물론이다.
최근 UBS가 350개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 조사대상 기업 가운데 38%는 올해 상반기 중에 상당한 규모의 인력을 감축한 상태고, 31% 역시 하반기에는 일자리를 줄일 계획인 것으로 드러났다.



균형예산 유지로 부양책도 기대 못해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예상하고 있는 올해 실업률이 3.8%에 이를 만큼 실업문제가 큰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내년엔 실업률이 4%를 손쉽게 넘어서리라는 게 대체적인 의견이다.
물론 이 정도 수치는 유럽연합 가맹국들에 비하면 아직 낮은 수준이지만, 1998년 이래 최고 수준을 넘어섰다는 데서 스위스 국민들이 느끼는 심각성을 짐작할 수 있다.


그럼에도 정부가 이렇다 할 처방을 내놓을 가능성은 무척 낮은 편이다.
균형예산을 유지한다는 원칙 때문에 세금감면이나 재정지출 확대 등을 통한 적극적인 경기부양책을 쓸 수 있는 여지가 별로 없는 탓이다.
게다가 중앙은행은 지난 3월 실질금리를 이미 0% 수준으로 내린 바 있다.
통화정책 카드도 이미 정부 손을 떠난 셈이다.


이쯤 되다 보니 뾰족한 돌파구를 찾지 못한 채 허우적대고 있는 스위스 경제를 두고 “모든 건 시간이 해결해줄 것”이란 얘기마저 떠도는 실정이다.
하지만 이 말은 시간이 흘러가면 모든 게 순조롭게 풀릴 것이라는 희망을 뜻하는 게 아니다.
이 말 속에는 세계경제의 부침에 절대적으로 영향을 받는 경제구조, 효과적인 경제정책 수단의 부재 등, 스위스 경제를 특징짓는 기본조건이 변하지 않는 한 지금으로서는 기다리는 수밖에는 별다른 방법이 없다는 안타까움이 짙게 배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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