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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국내 기업 속속 IT시스템 구축
[비즈니스] 국내 기업 속속 IT시스템 구축
  • 이경숙 기자
  • 승인 2003.06.0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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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 금융허브 주춧돌 놓는다 “동북아 금융허브요? 말도 안 되는 얘기예요. 시장을 아는 사람들은 다 그럴 겁니다.
” 한 펀드매니저는 고개를 홰홰 젓는다.
맞는 말이다.
우리나라가 동북아 허브 운운할 수 있게 된 건 중국이라는 거대한 배후 시장이 열린 다음이 아니었던가. 그런데 중국 금융시장은 한국 금융기관들이 진출하기에 여간 까다롭지가 않다.
제도적 제한이 많아 우리 금융사는 브로커리지(중개영업)는커녕 중국 금융자산을 운용하기도 힘들다.
그 사이 외국의 대형 금융기관들은 속속 중국 시장에 진입하고 있다.
5월27일 UBS워버그와 노무라증권은 처음으로 중국의 공인외국인기관투자(QFII) 자격을 땄다.
미국 골드만삭스와 독일 도이체은행도 QFII 비준을 기다리고 있다.
이들이 중국에 진출하려고 한국을 거칠 이유는 없다.
그렇다고 중국 기업이 홍콩이나 싱가포르 대신 한국 증시에 상장될 가능성도 희박하다.
중국이라는 배후시장의 문은 열리고 있는데 한국 금융사들이 들어설 자리는 보이지 않는다.
동북아 금융허브론은 허울 좋은 수사일 뿐일까? 여기 작은 희망을 주는 기업들이 있다.
한국증권전산은 5월22일 중국 선전(심천)에서 사우스차이나증권과 고객원장시스템 구축계약을 체결했다.
6월초 가동 예정인 사우스차이나증권의 홈트레이딩시스템(HTS) 구축에 이어 두번째 사업이다.
선물옵션 전문기업 포넷은 중국 장성선물의 온라인트레이딩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이 서비스는 7월부터 시작될 예정이다.
현대증권과 중국 중과신증권의 합작사 신주신룡은 중과신증권의 원장관리시스템을 만들고 있다.
이 시스템은 8월에 개발이 끝날 전망이다.
온라인 트레이딩 시장이 열린다 이 회사들은 아직 큰 돈을 벌고 있지는 못하다.
중국 프로그래머의 인건비는 한국인의 20~25% 수준. 홍콩, 대만 기업들도 자국에서보다 훨씬 싼 가격으로 프로젝트를 수주하고 있는 형편이다.
이들과 경쟁을 하려면 한국 기업들도 가격을 낮추는 수밖에 없다.
한국증권전산과 포넷도 한국 시장에서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시스템 구축에 계약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럼에도 이들은 사업 성장성에 강한 자신감을 나타낸다.
한국증권전산 신시스템사업TF팀 이규일 차장은 “일단 원장관리시스템을 깔고 나면 기관 영업 시스템, 딜러 대상 트레이딩 시스템 등 고부가가치의 소프트웨어들을 팔 수 있는 판로가 열린다”고 귀띔한다.
시스템의 우수성을 인정받아 사용자들이 늘어나면 판로는 더 커진다.
마이크로소프트(MS)의 전략을 연상시키는 말이다.
MS는 윈도우 프로그램은 싸게 팔고 엑셀 등 주변 소프트웨어들은 비싸게 파는 전략으로 이익을 거뒀다.
중국 증권사들이 벤치마킹 대상으로 한국 증권시장을 꼽고 있다는 점도 한국 기업들한테는 유리한 요인이다.
지난해 증시 침체 와중에 구조조정 압박이 거세진 중국 증권사들은 하나둘 중앙집중체제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구조조정과 수수료 수입 확대가 목적이다.
중국의 증권사 구조는 한국 등 외국 증권사들과 사뭇 다르다.
뭣보다 땅덩이가 커 지점들을 전산망으로 연결하기가 어렵다.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
그래서 지점들은 대부분 회계, 재무 직원을 별도로 고용해 별개의 독립된 증권사 같이 영업을 하고 있다.
원장도 본사가 아니라 지점이 가지고 있다.
본사가 원장 집계를 하려면 일일이 지점 데이터를 모아들여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많이 든다.
또 새로운 지역에 지점을 확장하기도 힘들다.
중국 증권사, 한국 시장 벤치마킹 중국 증권사가 한국 증권시장을 벤치마킹하려는 이유는 여기 있다.
중앙집중체제를 구축하면 일단 고객관리(CRM) 등 정보 활용도를 높일 수 있다.
자연스레 지점 인력을 감축할 수도 있다.
통신망이 발달하면 온라인 트레이딩 시스템을 통해 지점 없는 지역에서도 영업을 할 수 있다.
한국인 못잖게 도박을 즐기는 중국인의 성향으로 보건대 중국도 한국처럼 주식거래 대부분이 온라인 트레이딩에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
현대증권 국제업무부 김경중 과장은 “온라인 트레이딩 등 금융정보기술(IT)이 중국 증권사들이 처한 많은 고민거리를 해결해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증권전산 이규일 차장은 “아직까진 온라인 트레이딩 비중이 15%밖에 되지 않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통신망이 발달하면 4∼5년 안에 50%까지 비중이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한다.
중국 금융시장은 덩치 큰 갓난아이 같다.
시장규모는 크지만 발달이 미흡한 부분이 많다.
주식시장엔 중국 증시를 대표할 만한 주가지수, 지수 선물·옵션도 아직 없다.
채권시장에선 거래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세계적 투자은행 사이로 밀고 들어가볼 만한 틈새시장은 생각보다 다양하게 존재한다.
금융IT가 대표적인 예이다.
포넷 김진도 대표는 동북아 금융허브론이 헛말만은 아니라고 본다.
“상품의 물류 허브엔 항만, 철도가 필요하죠? 돈의 물류 허브는 네트워크, 정보시스템입니다.
우리가 경쟁력을 가진 부분, 금융IT 인프라부터 공략하면 가능성은 없지 않습니다.
” 구체적인 꿈을 품는 자가 꿈을 이룬다.
까다로운 제도…“돈 벌기 어렵다해”
일본에 이어 아시아 2위 규모의 시장이 열린다지만 외국인이 중국 증권시장에서 돈을 벌긴 쉽지 않다.
투자할 수 있는 증권이 얼마 되지 않는데다 투자자금 회수와 송금에도 제한을 받기 때문이다.
외국인 투자 전용인 B주(외화 거래주)는 중국 증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0%밖에 되지 않는다.
나머지 90%는 내국인 전용주인 A주(인민폐 거래주)로 거래된다.
상장기업 수도 A주는 1200여개인 데 반해 B주는 100여개다.
B주는 외국인뿐 아니라 홍콩, 마카오, 대만, 역외 중국인도 살 수 있다.
중국 증시의 70%를 차지하는 정부 보유 주식은 그나마도 지난해 11월에야 외국인 매매가 허용됐다.
이 역시 제한이 있다.
외국인 투자자는 정부 보유 주식을 산 뒤 12개월이 지나서야 매각해 자본 소득을 본국으로 보낼 수 있다.
외국인 투자가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주식은 중국내 개인이나 기관 투자자가 투자한 사회개인주와 홍콩이나 외국에 상장된 중국주인 레드칩이다.
사회개인주라고 외국인 투자에 다 열려 있는 건 아니다.
외국인은 회사 전체 주식의 5%까지만 가질 수 있다.
상장지역이 홍콩이면 H주, 뉴욕이면 N주, 싱가포르이면 S주라고 불리는 레드칩은 외국에 상장된 주식이라 상대적으로 투자가 자유롭지만 물량이 적다.
이렇게 까다로운 제도를 보완하기 위해 중국 당국은 지난해 12월 별도로 공인외국인기관투자(QFII) 제도를 도입했다.
외국 금융기관이 QFII 자격을 따면 A주뿐 아니라 중국 국채, 전환사채, 회사채도 매매할 수 있다.
신청자격은 매우 까다롭다.
증권·보험회사는 납입자본금이 10억달러 이상이어야 하고 상업은행은 최근 회계연도 자산총액 기준으로 세계 100대 은행 안에 들어야 한다.
우리 금융사들은 언감생심 꿈도 꾸기 어려운 조건이다.
UBS워버그와 노무라증권이 QFII 자격을 딴 데 대해 중국 영자지 <차이나데일리>가 “외국 자본에 증시를 실질적으로 개방하는 역사적인 첫걸음을 떼기 시작했다”고 논평한 것도 이런 배경 탓이다.
하지만 QFII 자격이 있다고 UBS워버그와 노무라증권이 자유롭게 영업할 수 있는 건 아니다.
투자자금 회수와 송금에는 여전히 제한을 받는다.
폐쇄형 펀드의 경우 자본금 전액 납입 완료 뒤 3년이 지나서야 자본금의 20% 한도 안에서 1개월 간격으로 자본 소득을 송금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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