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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인터넷TV, 안테나가 흔들린다.
[포커스] 인터넷TV, 안테나가 흔들린다.
  • 이은용(전자신문 기자)
  • 승인 2000.06.0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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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체들 우후죽순, 경쟁매체 수두룩...기술문제 등도 넘어야 할 산 “텔레비전으로, 그것도 쉽게 인터넷을 즐길 수 있다고?” 컴맹들의 눈이 번쩍 뜨일 소리다.
전업주부와 노인, 어린이 등 인터넷으로부터 소외됐던 사람들에겐 더욱 반가운 얘기가 아닐 수 없다.
시장의 미래도 밝아보인다.
텔레비전으로 인터넷 검색과 전자우편, 인터넷 전화, 전자상거래 등을 제공하는 인터넷텔레비전 서비스를 준비하는 업체들이 비온 뒤 죽순처럼 솟는다.
인터넷TV네트웍스(전 조선인터넷TV), 한별인터넷, 클릭TV, 홈TV인터넷, 인터넷TVSOC, 티컴넷, 넷TV코리아, 한국웹TV 등 인터넷텔레비전 서비스를 펼치는 업체들이 난립하는 양상까지 보인다.
시장이 검증되지 않았다 인터넷텔레비전은 비교적 간단한 조작으로 텔레비전 시청은 물론 인터넷을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해준다.
텔레비전 위에 올려놓는 셋톱박스라는 가정용 멀티미디어 단말기를 통해 양방향 멀티미디어 통신을 구현한다.
궁극적으로는 셋톱박스 판매 및 인터넷서비스제공업(ISP)으로 영역을 넓힌다.
인터넷텔레비전은 지난 96년 11월 미국 웹TV네트워크사가 처음 선보였다.
국내에서는 97년까지 삼성전자, LG전자, 대우전자 등이 잇따라 관련 단말기를 시장에 내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그러나 ‘텔레비전으로 인터넷을 즐긴다’는 구호를 실현할 임베디드(embedded) 솔루션이 안정화되지 못한데다 셋톱박스 값이 비싸 외면당했다.
98년 들어 텔레비전 보급이 포화상태에 이르고, 인터넷 사용인구가 빠르게 늘어나면서 다시 무대 위로 떠올랐다.
우리나라는 현재 가구당 1.3대가 넘는 텔레비전이 보급돼 있다.
셋톱박스의 개발과 설치도 비교적 손쉽다.
이재에 밝은 사업자들이 꼬여드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인터넷텔레비전 서비스가 방송과 통신이 융합해가는 흐름을 앞당길 것이라는 기대 속에 해당 업체들에게는 ‘정보통신 벤처기업’이라는 그럴듯한 호칭까지 따라붙었다.
최근에는 “인터넷텔레비전을 매개로 하는 티-커머스(T-Commerce)시대가 시작됐다”는 들뜬 목소리도 들려온다.
이대로라면 인터넷TV 사업의 미래는 역시 밝아 보인다.
그런데 시장상황을 살펴보면 그리 만만치가 않다.
왜일까. 사람들은 아직 인터넷텔레비전이 무엇인지 잘 모른다.
누가 무엇을 어떻게 제공하는지, 이용료는 얼마나 되는지를 속시원하게 대답해줄 이가 없기 때문이다.
물론 관련 업체들은 각종 대중매체에 광고를 쏟아내고 있다.
어떤 업체는 이름있는 건설업체들과 잇따라 제휴해, 요즈음 인기상품으로 등장한 ‘사이버 아파트’에 자사의 인터넷텔레비전 서비스를 접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해당 사업자들조차 인터넷텔레비전 서비스가 어느 정도의 수요를 창출할 것인지에 대해 자신있는 예측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다만 이들에게는 “개척되지 않은 시장을 선점하려면 우선 널리 알려야 한다.
하물며 경쟁업체가 많은 지금으로서는 광고에서 뒤처지면 문을 닫아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는 절체절명의 인식만 있을 뿐이다.
어느 사업자는 “밑 빠진 독에 물붓는 심정이지만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고 되묻는다.
따라서 누가 더 많은 자금을 확보하고, 더 많은 광고를 하느냐에 사업성패가 달려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나마 ‘텔레비전으로 인터넷을 즐긴다’는 구호에 현혹된 투자자들이 아직까지 끊이지 않고 있는 게 다행이다.
한별인터넷의 한 관계자는 “1∼2년 안에 열에 여섯, 일곱은 초기 시설투자비와 광고비용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도산할 것이 불보듯 명백하다”고 말한다.
기술 수준 미흡, 경쟁할 매체도 너무 많아 N세대(net generation)로 불리는 젊은이, 1318(13세∼18살) 세대, 심지어는 386(30대, 80년대 학번, 60년대 출생)과 45(고)7(40대, 50년대 출생, 70년대 학번)세대에 이르기까지. 이들은 인터넷텔레비전 리모컨보다 컴퓨터 자판기 앞에 앉는 게 더 편하다.
오히려 인터넷텔레비전의 새로운 운영체계에 적응하느라 짜증이 날 수도 있다.
게다가 인터넷텔레비전은 아직 컴퓨터만큼이나 풍성한 정보를 제공하지 못한다.
초기 시장에서 인기몰이를 해 컴퓨터 제조회사들을 침몰시킬 만한 폭발력이 없는 것이다.
인터넷텔레비전업체들의 주요 공략대상인 가정주부들도 믿음직스런 소비자는 아직 아니다.
그들은 이미 수많은 방송(공중파, 케이블)을 선택할 수 있다.
올해 안에 위성방송까지 가세하면 그야말로 채널 홍수의 시대를 맞이할 것이다.
그들의 관심사인 홈쇼핑의 경우에도 굳이 인터넷텔레비전을 이용할 필요가 없다.
사고 싶은 물건이 있으면 홈쇼핑 방송채널과 무료전화로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다.
텔레비전과 컴퓨터 모니터는 화면을 구현하는 방식이 서로 다르다.
텔레비전은 비월주사(interlace scan), 모니터는 순차주사(progressive scan) 방식이 기본이다.
비월주사는 움직이는 영상에, 순차주사는 정지화면에 적합하다.
따라서 텔레비전 화면에 컴퓨터를 연결해 작업하면 작은 글씨가 흐려지고 떨리는 현상이 나타나게 된다.
물론 인터넷텔레비전업체들은 이같은 결점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즉 ‘화면돋보기 기능’을 채택해 작은 글씨를 확대할 수 있도록 배려한다.
또 이들은 장차 순차주사방식의 텔레비전들이 대중화하고, 고화질텔레비전(HDTV)과 디지털텔레비전까지 보급되면 크게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집안에 텔레비전과 컴퓨터를 모두 가진 소비자들이 인터넷텔레비전 서비스를 즐기기 위해 새로운 텔레비전을 선뜻 장만하진 않을 것이다.
인터넷텔레비전은 컴퓨터에 비해 멀티미디어 기능이 떨어지고 데이터 저장용량이 부족하다는 약점까지 안고 있다.
바로 비(Non)PC 계열제품군이 갖는 한계다.
그렇다고 컴퓨터에 버금가는 멀티미디어 기능과 저장용량을 구현하려면 셋톱박스의 덩치가 너무 커진다.
외형이 점점 작아져 텔레비전 안으로 들어가려는 셋톱박스의 상품기획 추세와도 걸맞지 않는다.
인터넷텔레비전업체들은 하나같이 ‘콘텐츠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내심 성공에 대한 확신이 없는 지금, 더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경쟁업체를 밟고 올라서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빠져 있다.
실제 인터넷텔레비전업체들은 뉴스, 지역정보, 인터넷, 증권, 레저, 취미, 교육, 오락, 쇼핑 등을 제공하는 사이트들과 문어발식 제휴를 맺고 있다.
제휴 경쟁 뒤에는 출혈경쟁 온다 클릭TV는 5월에만 천리안, 골드뱅크, 삼성전자 쇼핑몰, 벼룩시장, 킴스클럽 등 20여개 업체와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
이 회사는 지금까지 누적된 제휴사만도 220개에 이르는데, 6월까지 500개, 연말까지는 700∼800개로 늘릴 계획이다.
인터넷TV네트웍스도 한국증권전산, 팍스넷, 연합뉴스 등 80여개사와 협력관계를 맺고 있으며, 역시 끊임없이 제휴사를 늘려갈 예정이다.
이밖에 한국웹TV가 120여개, 티컴넷이 100여개 업체와 전략적 제휴를 체결했다.
그런데 제휴 당사자간의 ‘끈’이 얼마나 튼튼한지는 의문이다.
단순히 제휴회사의 인터넷 콘텐츠를 인터넷텔레비전 사이트에 연결(링크)하는 것이 대부분일 뿐 서비스와 장비를 공유하는 혈맹관계는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곧 제휴할 만한 회사가 남아나지 않을 것이다.
이후에는 무리한 서비스 요금 인하경쟁이 시작될 것”이라며 출혈경쟁을 걱정하기도 한다.
요란한 광고와 언론들의 앞서가기와는 달리 인터넷텔레비전이 컴맹들에게 ‘살아돌아온 심청이’ 노릇을 할지는 여러가지 이유로 기대하기 힘들다.
업계 내부의 말못할 속앓이까지 보태면 화려한 조명 뒤에 드리워진 그늘이 더욱 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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