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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 CJ식문화특파원 정헌웅 부장, 김형일 대리
[사람들] CJ식문화특파원 정헌웅 부장, 김형일 대리
  • 황보연 기자
  • 승인 2003.06.1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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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맛을 담아오겠습니다”


자기 돈 한푼 안 들이고 세계일주를 하면서 각국의 음식맛을 탐구하고 돌아다니는 독특한 직업이 생겨 화제다.
이른바 ‘글로벌 식문화특파원’(VICTORIA 2003). 창립 50주년을 맞는 CJ가 올 들어 ‘글로벌 경쟁력’을 새로운 화두로 제시하면서 만든 연구팀이다.


특파원 1기생으로 선발된 행운의 주인공은 CJ 마케팅전략팀의 정헌웅 부장과 김형일 대리다.
이들의 임무는 1년 동안 두달은 현지에서 취재하고 한달은 귀국해서 보고서를 작성하는 식으로 전세계를 돌아보는 것이다.
첫 방문지인 남유럽(프랑스-스페인-이탈리아-터키)을 돌고 5월31일 귀국한 두 사람은 따가운 햇살을 받으며 거리를 활보하고 다녀서인지 검게 그을려 있었다.
“두달 동안 먹는 것만 생각하면서 4개국 16개 도시를 돌아다녔죠. 사람이 하루에 세끼만 먹는다는 게 안타까울 정도였으니까요.”

특파원들의 하루 일과는 대충 이랬다.
우선 아침은 호텔식을 먹기 때문에 조금만 먹었다.
취재를 위해 점심과 저녁을 거나하게 먹으려면 배를 비워놔야 했기 때문이다.
오전시간은 주로 현지의 백화점을 비롯해 고급식품매장, 전문매장, 할인점, 동네 구멍가게까지 샅샅이 뒤지고 다녔다.
눈에 띄는 식품들이 있는지를 체크하고 현지인들을 직접 취재하는 식이다.


취재과정에선 국내에서 전문가들로부터 들었던 내용과 다른 것도 적지 않았다.
“보통 요리가 발달된 나라는 가공식품이 발달되지 않았다고 하거든요. 그런데 막상 프랑스에 가보니 입이 딱 벌어지더군요. 예컨대 집에서 만들어먹여야 한다는 인식이 강한 이유식마저 월령별로 구분해서 가공식품화돼 있어요. 프랑스의 3대 음식 중 하나인 거위간도 요리집에서만 먹는 게 아니라 매장에서 저가부터 고가까지 세분화해서 팔고 있고요.”

식사시간에는 그 지역의 특색이 가장 잘 드러나는 음식점만을 골라서 찾아다녔다.
출발 전부터 요리평론가들을 인터뷰한 것은 물론이고 현지 법인이나 교민들, 대사관의 협조까지 받아 세심한 선정과정을 거쳤다고 한다.


김 대리는 가장 인상에 남는 음식점으로 과거 나폴레옹이 별장을 개조해서 만들었다는 정통 프랑스식 레스토랑 ‘르 쁘레 까뜨랑’(Le Pre Catelan)을 꼽는다.
파리 북서부 볼로뉴 숲에 위치한 이 레스토랑에선 12가지 코스요리를 약 4시간 반에 걸쳐 먹었다.
자연스레 늦은 밤, 자정이 다 돼서야 겨우 자리를 뜰 수 있었다.
“송로버섯, 송아지간, 각종 치즈 등이 정말 예쁘게 차려져서 나오는데 음식 하나하나에 쏟는 정성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어요. 샴페인이나 백포도주, 적포도주도 그 자체를 즐기기보다는 최상의 음식맛을 느끼게 하기 위해 적절한 타이밍을 맞춰 내보내는 것이 인상적이었고요.”


정 부장은 피자와 파스타의 나라로 알려진 이탈리아를 돌면서 천편일률적인 미국식 피자가 주를 이루고 있는 국내 현실이 안타깝게만 느껴졌다고 귀띔한다.
국내에선 미트소스가 주를 이루고 있지만, 그곳에선 파스타 하나를 먹더라도 다양한 소스를 개발해서 즐기고 있다는 것이다.
“대체로 각 나라들이 미국식 피자나 햄버거를 대체할 고유의 음식들을 갖고 있더라고요. 터키에서도 햄버거 대신에 바게뜨빵에 하몽이라는 고유의 햄을 끼워서 먹는 식이죠.”

아무리 각지에서 맛있는 음식만 골라 먹었다고 해도 한식이 그리워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두 사람은 한식을 먹더라도 반드시 현지인을 상대로 하는 한국 음식점만 찾아다녔다.
CJ의 상품을 수출할 경우에 현지인의 입맛을 반영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특파원들이 작성한 출장보고서는 그때그때 CJ의 신제품 개발에 반영될 예정이다.
이들의 다음 방문지는 북유럽과 동유럽이다.
그 중에서도 스웨덴과 덴마크, 헝가리, 루마니아 등을 경유하게 된다.
이어 중남미와 아시아지역을 돌고 나면 1기생인 이들의 특파원 업무가 끝난다.


하지만 식문화특파원제도는 내년에도 계속 이어진다.
CJ 김진수 부사장은 “세계 각지의 식문화 정보를 축적해 지식경영에 활용할 것”이라고 공언한다.
이런 CJ의 공격적 마케팅전략은 이미 경쟁사들을 바짝 긴장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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