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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 박춘엽 한국창업학회 회장
[사람들] 박춘엽 한국창업학회 회장
  • 최우성 기자
  • 승인 2003.07.0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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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력이 창업 성공률 높인다”


“실업에다 경기침체까지 겹치면서 창업에 대한 관심이 무척 높아진 요즘이야말로 반드시 필요한 게 하나 있죠. 바로 창업 자체를 하나의 중요한 사회현상으로 보고, 진지한 학문연구의 영역으로 끌어들이는 일 말입니다.
” 20년 가까이 창업이라는 화두 하나만을 꽉 부여잡고 고집스레 외길을 걸어온 동국대 산업공학과 박춘엽(57) 교수가 또박또박 내뱉는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안타까움이 진하게 묻어 나왔다.
“누가 뭐라 해도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창업이란 여전히 실패확률이 높은, 하나의 도전입니다.
실패확률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창업에 대한 진지한 연구를 피해갈 수 없는 것 아닌가요?”

최근 그에게는 오랜 꿈을 조금이나마 실현할 수 있는 기회가 찾아들었다.
그가 이리저리 발품을 팔면서 사람들을 설득한 끝에 ‘한국창업학회’가 세상에 태어나게 된 것이다.
교수, 변호사, 회계사, 기업인은 물론, 창업에 관심을 가진 일반인 등 모두 80명 가량이 창립총회장을 찾았다.
그날 그는 초대회장이란 감투까지 떠안고야 말았다.


“사실 제가 우리나라에서 창업 연구에 관한 한 원조격이거든요.” 박 교수는 잠시 <중소기업 창업과 사업성 분석>이란 제목의 책을 펴냈던 17년 전으로 얘기를 이끌었다.
“모두들 ‘도대체 세상에 누가 창업을 책으로 배우나’ 하며 비웃고들 난리였죠.” 애써 공들여 쓴 책을 출판하기 위해 이리저리 출판사를 수소문하고 돌아다녔지만 매번 퇴짜만 맞고 돌아설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끝내 자비출판이라는 ‘사고’를 저지르고 만 그의 고집이 빛을 발하게 되기까진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이었다.
86년 한 해 동안 경제분야 베스트셀러에 1년 남짓 그의 이름이 올랐기 때문이다.
(에피소드가 하나 있다.
조판인쇄를 하던 당시, 조판공이 그의 이름 마지막의 ‘엽’자를 그만 ‘화’자로 잘못 읽는 바람에 엉뚱하게도 그가 펴낸 책에는 저자 이름이 ‘박춘화’로 둔갑해 버리고 말았다.
)

“‘창업학’이란 기업의 창업뿐 아니라 기업과 사회의 모든 영역에서 일어나는 혁신과 가치창출을 다루는 학문영역입니다.
” 그만큼 그의 머릿속엔 많은 세부 분야들이 ‘창업학’이란 이름으로 한데 포개져 있다.
그가 굳이 Entrepreneurship이란 영어 단어를 고집스레 ‘창업’으로 번역하는 이유도 여기 숨어 있다.
“창업이란 단지 ‘기업가정신’으로 한정될 수 있는 게 아니에요. 사회 전반에 걸쳐 창의력을 향상시키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 내려는 태도, 활동, 분위기 모두를 끌어안는 개념이지요.” 이쯤 해서 그는 요즘 미국 대학들이 앞다퉈 창업교육을 주요과목 가운데 하나로 만드는 데는, 단순히 창업 자체를 위해서라기보다 사회 전반의 창의력을 높이겠다는 뜻이 숨어 있다고 일침을 놓는다.
창업이란 이 모든 과정의 자연스런 결과란 얘기다.
자연스레 그의 얘기는 꼬리를 물었다.
“요즘 우리나라에서도 학교에서 창업교육을 한다고 난리잖아요. 무조건 창업으로 내모는 분위기가 형성되면 큰일 납니다.
실패확률이 그만큼 높아지죠. 창의력을 높이는 게 바로 창업교육의 핵심이 되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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