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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남미 - 양대 공동체 FTA 연내 마무리 짓기로
[글로벌] 남미 - 양대 공동체 FTA 연내 마무리 짓기로
  • 최우성 기자
  • 승인 2003.07.1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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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억명을 하나의 우산 안으로”


경제위기와 정치적 혼란이 한바탕 휩쓸고 지나간 남미 대륙에서 경제통합 움직임이 한층 빨라지고 있다.
최근 열린 안데스공동체(CAN) 정상회담에서는 올해 말까지 남미공동시장(MERCOSUR)과 FTA 협상을 마무리 짓겠다는 내용의 카리마선언이 발표됐다.
특히 이번 회담에서는 남미 대륙 전체를 아우르는 FTA 협상 체결을 위해 가장 빠른 시일 내에 남미 대륙의 모든 국가들이 참여하는 남미정상회담을 연다는 데 합의했다.
남미 대륙의 경제지도를 크게 양분하고 있는 두 경제블럭 사이에 긴밀한 협력 분위기가 잔뜩 달아오른 것이다.


두 블럭간의 통합이 이루어지면 인구 3억명, GDP 9천억달러 규모의 새로운 단일시장이 생겨나게 된다.
현재 CAN에는 볼리비아, 콜롬비아, 에콰도르, 페루, 베네수엘라 등 5개국이 참여하고 있으며, 아르헨티나, 브라질, 파라과이, 우루과이 등 4개국은 이와 별도로 MERCOSUR를 형성하고 있다.
다만 칠레는 MERCOSUR의 준회원국으로 참여하고 있을 뿐이다.
크게 보아 남미 대륙의 남쪽과 북쪽이 2개의 커다란 경제블럭을 형성하고 있는 셈이다.


브라질·베네주엘라 적극적으로 나서

이처럼 두 경제블럭 사이에 통합 움직임이 탄력을 받기 시작한 이유는 무엇보다도 두 지역이 경제적으로 매우 가까워지고 있다는 데 있다.
90년대 후반 남미 대륙에 몰아닥친 위기 여파로 잠시 주춤했던 두 블럭간의 교역은 2001년 말에는 58억달러에 이를 만큼 확대됐다.
CAN의 총 수출에서 MERCOSUR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이 4.0%, MERCOSUR의 총 수출에서 CAN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4,4%이지만, 뚜렷한 증가 추세를 느낄 수 있다.
물론 투자 규모는 교역 규모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대부분의 투자가 역내 선진국에 속하는 브라질, 아르헨티나의 일방적인 직접투자 형태로 이루어지는 탓이다.


실제로 두 블럭을 한데 통합하려는 움직임은 90년대 들어 한걸음씩 앞으로 나아간 상태다, 95년부터 시작된 FTA 논의는 98년에 기본협력협정이 체결되면서 탄력이 붙는 듯 했다.
이 기본협력협정은 회원국들이 99년 3월말까지 특혜관세협정을 완료하고, 2단계로 2000년 1월부터 FTA를 출범시킨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90년대 말에 남미 대륙을 휩쓴 경제위기는 이런 움직임을 되돌리기에 충분했다.
위기에 허둥대던 각국 정부가 일제히 자국산업 보호주의로 급선회하면서 농산물, 석유화학제품, 섬유류, 철강 등 주요 품목의 관세인하 범위를 놓고 첨예하게 대립한 탓이다.


이후 경제통합 움직임은 방향을 선회하기에 이르렀다.
96년 MERCOSUR와 단독으로 FTA를 체결한 볼리비아를 제외하고, 두 블럭이 직접통합하는 이른바 4+4 방식에서 벗어나 MERCOSUR 각 회원국이 CAN과 1+4 협상을 전개하는 쪽으로 무게중심을 옮겨 갔다.
첫 테이프는 역내 주도권을 쥐고 있는 브라질이 끊었다.
99년 8월 CAN과 특혜관세협정을 체결한 것이다.
2000년 6월에는 아르헨티나가 그 뒤를 이었다.
역내 두 선진국이 이런 행보를 보임에 따라 사실상 1단계 통합은 이루어졌다고 보는 게 옳다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그럼에도 최근 남미 대륙에서 벌어지고 있는 통합 움직임은 단순히 경제적인 잣대만으로 평가될 수 없다는 목소리도 높은 편이다.
논란의 중심에는 미국이 의욕적으로 주도하는 미주자유무역지대(FTAA) 구상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의 문제가 놓여 있다.
부시 행정부는 오는 2005년 말까지 아예 남북아메리카 대륙 전체를 한데 아우르는 거대 단일시장을 출범시킨다는 구상 아래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쿠바를 제외하고, 알래스카에서 아르헨티나까지를 단일시장으로 엮겠다는 속셈이다.
이 구상이 성공할 경우, 8억2300만명의 구매력을 갖춘 세계 최대시장이 탄생하게 된다.
유럽연합 단일시장을 훨씬 넘어서는 규모다.



미국 경제권 소속국들이 최대 관건

문제는 미국의 이런 구상에 대해 남미 대륙 국가들이 선뜻 동의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무엇보다도 경제위기를 거치면서 등장한 남미 각국의 좌파 정권들은 미국의 의도대로 FTAA가 이루어질 경우, 남미 대륙 전체가 미국의 압도적인 경제력에 완전히 종속되어 버릴 것을 잔뜩 염려한다.
역내 선진국인 브라질이 선두에 서서 다른 목소리를 높이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지난달 부시 대통령과 만난 브라질의 룰라 대통령은 미국의 FTAA 구상에 대해 명시적인 지지의사를 밝히기를 거부했다.
대신 지난달 중순에는 MERCOSUR 국가 정상들이 모여 우선 남미 대륙의 경제통합을 가속화시키는 데 주력하기로 의견을 모은 바 있다.
가능한 한 미국 주도의 움직임에 제동을 걸면서, 남미 대륙 전체의 협상력을 최대한 끌어올리겠다는 계산을 한 셈이다.


이런 분위기가 지속될 경우, CAN과 MERCOSUR로 양분되어 있는 남미 대륙에서 경제통합의 기운은 올해 최고조로 달아오를 가능성이 무척 높은 편이다.
두 블럭을 대표하는 브라질과 베네수엘라의 의지가 워낙 강한 데다 FTA 체결에 대한 공감대가 어느 때보다도 널리 퍼진 탓이다.


다만 몇 가지 과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베네수엘라를 제외한 CAN 회원국들은 지난해 안데스무역특혜법(ATPA) 연장조치를 통해 실질적으로 미국 경제권에 이미 깊숙이 포섭된 상태다.
주요 마약 생산국인 볼리비아, 콜롬비아, 에콰도르, 페루 등 안데스지역 국가들의 마약퇴치 노력을 지원한다는 명분 아래 이 지역 국가들에게 일종의 특혜를 주는 미국의 정책이 실제로는 미국의 입맛대로 개별국가들을 요리할 수 있는 여지를 넓혀 놓았음을 알 수 있다.


이들 국가로서는 MERCOSUR와의 FTA 보다는 미국 경제에 좀 더 긴밀하게 다가서는 길을 선택할 가능성도 있는 셈이다.
게다가 민간 품목의 관세율 문제 등 민감한 현안을 매끄럽게 조율하기에는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어쨌든 남은 몇 개월간 남미 대륙에서 벌어질 숨가쁜 움직임들은 관심을 붙들어 두기에 충분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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