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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 이경학 '원더풀데이즈' 프로듀서
[사람들] 이경학 '원더풀데이즈' 프로듀서
  • 한정희 기자
  • 승인 2003.07.2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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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예술 혼=최고의 영상

“이게 한국 것이라고요? 거짓말!”
영화 '원더풀데이즈'의 예고편을 감상한 국내외 영화 관계자들은 이렇게 외쳤다.
한국 애니메이션에 강한 불신을 가지고 있던 그들 앞에 도저히 믿기지 않는 영상이 펼쳐졌기 때문이다.
상상의 미래를 치밀하게 재현한 화면 구성, 실사인 듯 착각하게 만드는 영상, 일본의 애니메이션과는 또 다른 캐릭터들의 독특함…. 도대체 이 영상의 비밀은 뭘까.

'원더풀데이즈' 제작사 틴하우스의 이경학(39) 프로듀서는 그 비밀은 바로 ‘멀티메이션’(복합제작방식)에 있다고 말한다.
“'원더풀데이즈'는 세계 최초로 2D 애니메이션과 3D 컴퓨터그래픽, 미니어처 촬영의 3가지 방식을 합친 ‘멀티메이션’입니다.
섬세한 표정 연기를 위해 캐릭터들은 2D로, 속도감과 입체감을 살리기 위해 기계와 배경의 일부는 3D로, 주요 배경과 건물들은 미니어처를 촬영해 이를 합성했습니다.


7년간의 제작 기간, 350여명의 스태프들이 ‘최고의 영상’ 하나만을 위해 몸과 마음을 아끼지 않았다.
투자한 제작비도 126억원. 실사 영화에 버금가는 사실감과 깊이감은 이렇게 탄생했고, 그 한가운데에 이경학 프로듀서가 있었다.


“제작하는 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건 미니어처, 2D 애니메이션, 3D 컴퓨터그래픽이 모두 한 장면에서 합쳐져야 한다는 데에 있었죠. 이 합성 작업을 위해서 모든 데이터의 디지털화는 필수였습니다.


하지만 '원더풀데이즈'의 데모 버전을 만들 당시만 해도 디지털 카메라가 없었다.
따라서 필름을 하나하나 스캐닝해서 컴퓨터에 저장해야 했고, 이에 따른 비용은 제작비 부담을 더욱 가중시켰다.
다행히 진행 도중 디지털 카메라가 개발되어 가속이 붙긴 했지만, 첫 데모 버전은 이렇듯 수많은 사람들의 땀으로 이루어졌다.
이 프로듀서는 '원더풀데이즈'는 디지털로 만들어졌지만, ‘디지털화’한 것은 순전히 아티스트들의 ‘장인 정신’이었다고 공을 돌린다.


이경학 프로듀서는 대학 시절 극단 ‘산울림’에서 조연출을 시작으로 연극에 발을 들여놓았다.
하지만 미국 캘리포니아대학에서 우연히 청강한 영화 수업이 계기가 되어 영화를 전공했다.
영화 '헤어드레서'의 제작 과정을 총 지휘했고, 국내에서 흥행에 성공한 많은 영화에 그의 발자취가 녹아 있다.


영화가 마지막 장면으로 보여준 ‘희망의 하늘’처럼 '원더풀데이즈'는 국내 애니메이션의 희망이 될 수 있을까. 이 프로듀서는 이렇게 답한다.


“흥행에 상관없이 '원더풀데이즈'로 우리는 분명한 한 가지를 얻었습니다.
그건 디지털을 도구로 어떠한 상상도 현실로 만들 수 있는 노하우를 갖게 됐다는 것이죠. 우리는 앞으로 어떠한 상상도 현실로 만들어 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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