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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최계경 / 계경목장 사장
5. 최계경 / 계경목장 사장
  • 김윤지 기자
  • 승인 2003.07.2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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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재료 싸게 공급, 가격파괴가 비결” “인테리어할 여유자금이 있으면 권리금 더 주고 목 좋은 곳에 점포를 구하시길 바라며…” 계경목장이 내거는 투박한 캐치프레이즈를 처음 보았을 때 ‘과연 그런 걸로 가능할까’ 하는 의심부터 생기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다른 프랜차이즈들은 특별한 인테리어, 특별한 분위기, 특별한 메뉴 등 뭔가 색다른 점을 갖춰야만 성공할 수 있는 것처럼 이야기하곤 한다.
하지만 계경목장의 최계경(38) 사장은 음식점에 다른 왕도는 없다고 강조한다.
“음식점은 싸고 맛있고 청결하기만 하면 됩니다.
그걸로 부족하면 망할 때까지 손님에게 아낌없이 퍼주고요. 그렇게 퍼주다 망했다는 사람 있으면 데려오십시오.” 하지만 단순한 이 원칙이 고기 체인점 계경목장이 500개의 점포를 가지게 된 비결이다.
최계경 사장의 첫 직장은 서울 구로구 독산동에 있는 정육점이었다.
강원도 영월에서 농고 축산과를 나온 최 사장은 ‘전공을 살려’ 83년 정육점을 열면서 첫 창업 테이프를 끊었다.
사람 좋은 웃음, 저돌적인 사업 스타일로 정육점은 번성했고, 기업 구내식당에 납품을 하면서 규모를 늘려갔다.
처음엔 강원도에서 직접 골라온 소고기, 돼지고기 등만 납품했지만 점차 품목을 채소, 수산물에까지 확대했다.
규모는 점점 커졌고, 이윽고 관리공장을 세울 정도가 됐다.
정육점을 돈까스, 갈비탕, 육계장, 냉면 등을 만들어 식당에 납품하는 종합식품회사로 발전시킨 것이다.
하지만 사업 볼륨이 커질수록 납품만 하는 구조가 불안하게 느껴졌다.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판매 채널이 필요했던 것이다.
그래서 고민 끝에 선택한 게 음식점 프랜차이즈였다.
하지만 껍데기만 먼저 만든 게 아니었다.
최 사장은 97년 가락동에 자신의 이름을 내건 계경목장 1호점을 직접 차리고 1년여 동안 운영하면서 가능성이 있을지를 점쳐 봤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테이블이 6개밖에 되지 않는 작은 점포에서 하루 매출이 100만원을 넘어서곤 했다.
저녁 때면 사람들이 늘 줄 서서 기다리는 광경이 벌어졌다.
테이블이 하루에 무려 8~9회나 회전했다.
이 정도면 프랜차이즈로 나서도 무리없을 것이란 확신이 들었다.
그때부터 최 사장은 본격적으로 계경목장 체인점을 늘리기 시작했다.
계경목장의 성공비결은 단순했다.
삼겹살 1인분에 2800원이라는 파격적인 가격이 가장 큰 몫을 한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어떤 체인점에서도 따라할 수 없는 비결이었다.
최 사장이 직접 생산에서 유통을 책임지고 있어 가능한 가격이었기 때문이다.
“저희는 시중에서 1kg에 7천∼8천원씩 하는 돼지고기를 1kg에 4180원씩 공급하거든요. 요즘은 계경목장 점포에서 200g 1인분을 평균 4천원에 파는데, 저희처럼 공급하지 않으면 이 가격을 맞출 수가 없지요.” 원재료를 싸게 공급하는 게 계경목장을 받쳐 주는 가장 큰 힘이란 이야기다.
사실 다른 음식점 프랜차이즈들은 대부분 점포 개설을 해주면서 인테리어 등을 통해 돈을 버는 구조라 무조건 점포를 내주는 데에만 골몰한다.
하지만 계경목장은 원재료를 지속적으로 공급해서 수익을 거두는 형태라, 영업이 계속 가능한지 여부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그래서 첫 가맹비도 770만원, 월 로열티도 11만원밖에 받지 않는다.
하지만 점주를 하겠다는 사람이 영업력이 시원찮아 보이면 점포를 내주지 않는다.
동업하려는 사람들이나 50살이 넘는 사람한테 점포를 내주지 않는 것도 그런 이유다.
대신 점포가 ‘지속 가능한’ 영업을 하도록 하는 구조를 마련하는 데에는 신경을 써준다.
동네에 따라 어떤 분위기로 점포를 꾸며야 장사가 잘 될지도 일일이 지정해 준다.
가락동처럼 서민적인 냄새가 나는 곳이면 선술집 컨셉으로, 압구정동과 같이 고급스런 분위기가 필요한 곳에는 카페 분위기로 만들어 주는 식이다.
“그런데도 장사가 안 되는 건 워낙 목이 좋지 않거나 점주한테 문제가 있는 거거든요. 그래서 좋은 곳에 점포를 내라는 걸 강조할 수밖에 없어요.” 아직도 계경목장은 한달에 25개씩 점포가 늘어나고 있다.
이름을 걸고 한번 해보겠다는 생각으로 만들었다는 ‘계경목장’ 간판이 시골 면 단위에서도 꾸준히 올라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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